[이진영의 베이징 일기5]미국 꺾은 날, 덕아웃 풍경

  • 등록 2008-08-14 오전 9:05:30

    수정 2008-08-14 오후 1:00:59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미국전을 앞둔 덕아웃엔 긴장감이 감돌았다. 첫 경기를 반드시 잡아야 한다는 부담감은 분명 있었다.

하지만 진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니었다. 긴장은 하고 있었지만 다들 자신감도 함께 갖고 있었다.

덕아웃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무척 밝았다. 3회엔 덕아웃이 크게 한번 '펑' 터졌다. 주인공은 (송)승준이와 (이)대호였다.

승준이가 갑자기 대기타석에 나서던 대호를 부르더니 이렇게 외쳤다. "너 군대 갈래 안타 칠래. 둘 중 하나 골라."

대호는 대답 없이 조용히 타석에 들어서더니 큼지막한 홈런을 때려버렸다. 여기 저기서 환호와 탄성이 터졌다. 모두의 가슴 속에 '오늘 정말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이 든 순간이었다.

9회 아쉽게 경기가 뒤집혔지만 분위기까지 미국으로 넘어가지는 않았다. 그때까지도 질 것 같지 않았기 때문이다.

(진)갑용이형이나 (이)승엽이형부터 막내들까지 모두 (한)기주를 위로해주며 각오를 다졌다. (윤)석민이가 역전을 허용하는 안타를 맞긴 했지만 위로같은 걸 하는 선수는 없었다. 석민이 잘못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석민이가 끝까지 버텨준 덕에 역전도 할 수 있었던 것 아닌가.

9회말 공격에 들어갈 때 덕아웃은 어떻게 말로 표현하기 어려울 정도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정말 장난 아니었다. 뭐랄까... '오늘은 무조건 이긴다'는 강한 기운이 감돌았다. 뭔가 될 것만 같았다.

그리고 기적같은 재역전승이 이뤄졌다. (정)근우와 (이)택근이, 그리고 (이)종욱이는 정말 영웅 대접을 받았다. 아마 이 세명은 선수들에게 지금까지 들어본 칭찬보다 더 많은 칭찬을 들었을 것이다.

역전승도 역전승이지만 첫 경기를 잘 넘겼다는 안도감에 다들 크게 흥분했다. 지금 분위기라면 나중에 메달 따고 우는 선수가 나올 것 같다. ㅎ.

정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들 똘똘 뭉쳐 있다. 밖에선 지원 인력이 부족한 것을 두고 걱정을 많이 하고 있다고 들었다.

선수들끼리는 전혀 문제가 없다. 물론 불편한 일이 있으니 불만은 갖고 있을 것이다. 오늘도 전직 포수인 택근이까지 불펜에 들어가 투수들 공을 받아줘야 했다. 택근이는 7회 이후에나 덕아웃에 들어올 수 있었다.

하지만 불만을 입 밖으로 내는 선수는 없다. 인상쓰는 선수도 없다. 괜한 투정을 부리다 팀 분위기만 흐트러질 수 있다는 생각을 모두가 하고 있는 것 같다.

짐을 나르고 허드렛일도 선수들끼리 해야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기에 꾹 참고 노력중이다. 오늘은 우리 선수 모두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은 날이다.
 
'이진영의 베이징 일기'는 이진영 선수가 직접 구술한 내용을 정철우 기자가 정리한 것입니다. 올림픽 기간 중 계속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진영 선수의 눈에 비춰진 베이징 올림픽과 우리 대표팀, 그리고 그들의 금메달 도전기를 통해 보다 생생한 올림픽 경험의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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