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김은구의 PD열전]'미수다'의 이기원 PD

  • 등록 2007-05-07 오전 8:00:00

    수정 2007-05-08 오전 9:24:23

▲ KBS 2TV '미녀들의 수다'의 이기원 PD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PD들의 세계는 총성없는 전쟁터다. 이 곳에서는 나이, 성별, 장르를 불문하고 전쟁을 치러야 한다. 방송이 나간 다음 날이면 소숫점 단위까지 측정해 책상 앞에 떨어지는 시청률이라는 성적표들. 그 것을 받고 웃을 수 있는 PD는 늘 소수에 불과하다. 치열한 전장에서 마침내 최후의 미소를 띨 수 있는 그들. ‘PD열전’에서 자신의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명인’ PD들을 만나본다. <편집자 주>

◇ 미녀들에 둘러싸인 순둥이

이 남자 요즘 너무 행복할 것 같았다. 매 주 세계 각국의 미녀 16명에 둘러싸이는 데다 그 덕분에 상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그런데 이 남자, 의외로 무표정한 얼굴에 말투도 담담했다. 불과 며칠 전 느낀 수상의 기쁨은 벌써 뒤로 한 채 방송 준비에 정신이 없는 모습이었다.
 
바로 KBS 2TV  토크쇼 ‘미녀들의 수다’를 연출하는 이기원(46) PD다.

이기원 PD는 ‘미녀들의 수다’로 일약 예능 프로그램의 스타 PD로 떠올랐다. 4월25일 열린 제43회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에서는 '미녀들의 수다'는 TV 예능부분 작품상을 받았다.

그는 2003년 KBS 연예대상 사무국에서 시상식을 준비했다. 2004년과 2005년에는 연예대상 연출을 맡아 '남의 잔치'를 위한 판만 벌려주다 이번에는 본인이 주인공이 됐다. 감회가 남다를 법했다.
 
방송사 자체 시상식이 아닌 전체 방송 프로그램을 아우르는 시상식에서 받았으니 가슴 뿌듯하다고 해도 뭐라 할 사람이 없었다.

그런데 이기원 PD의 대답은 간단했다. 이기원 PD는 “떨렸다”고 한마디 한 뒤 어색한 웃음을 지었다. 이 남자 무지 ‘순둥이’ 같았다. 

▲ '미녀들의 수다' 출연진과 진행자 남희석

 ◇ '미수다' 주위에선 모두 회의적, PD 혼자만 성공 자신
 
‘미녀들의 수다’에는 무려 16명의 미녀가 출연한다. 게다가 ‘수다’라면 결코 그녀들에게 뒤지지 않을  남자 5~7명이 게스트다. 그래서 매주 일요일 여의도 KBS 별관에서 진행하는 ‘미녀들의 수다’ 녹화를 가보면 늘 어수선하고 시끄럽다.

미녀 출연진은 한국 정서에 익숙지 못한 부분도 있는 데다 방송 경험도 없어 언제 어떤 돌출발언을 할지 모른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미녀들의 수다’ 방송 초기만 해도 방송사나 이 PD 주위에서는 "과연 외국 사람 모아놓고 토크쇼가...."라는 회의적인 시각이 지배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기원 PD는 외국인인 만큼 한국어가 유창해도, 반대로 어색해도 시청자들에게 즐거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한국에 대한 이들의 솔직한 생각을 가감 없이 듣는 것도 재미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미녀들의 수다’를 기획했다.
 
‘미녀들의 수다’는 한마디로 ‘발상의 전환’에서 탄생된 프로그램이다

여담이지만  이기원 PD는 엉뚱한 곳에서 ‘미녀들의 수다’의 성공을 예감했다고 한다. 프로그램 첫 방송을 2주 앞두고 골프를 치러 갔다가 홀인원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기자와 이 PD의 대화를 옆에서 듣던 진행자 남희석이 호들갑을 떨며 끼어들었다.
 
“홀인원을 하면 3년간 재수가 좋대요. 그래서 ‘미녀들의 수다’가 대박날 줄 알았다니까요. 3년간은 그 운이 이기원 PD를 쫓아다닐 거예요.” 

◇ '미녀들' 챙기는 엄마같은 PD, "하이옌 도중 하차 때 정말 착잡" 

‘미녀들의 수다’에서 이기원 PD가 가장 신경 쓰는 하는 것은 녹화가 아니다. 바로 '미녀들'이다.

 ‘미녀들의 수다’ 시청자 게시판에 올라오는 악의적인 글에 외국인 출연자들이 마음의 상처를 입자 곧바로 이를 폐쇄해 버린 것은 그 단적인 예다.

대부분 유학생 신분인 출연자들이 방송에 출연하기 위해 방송위원회에 고용추천을 받는 것에서 매주 녹화가 끝나고, 방송이 나간 뒤 그녀들의 컨디션이나 속내를 보살피는 것도 모두 이기원 PD의 몫이다. 

'미녀들의 수다'는 통상 한번 녹화에 16명 정도의 외국인 출연자들이 나선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에 언제든 출연할 수 있도록 확보한 전체 외국인 패널의 수는 40명 가까이 된다.

이들 중 어느 한사람 서운하지 않도록 동등하게 배려를 해주는 것도 이기원 PD가 신경 쓰는 것 중 하나다. ‘미녀들 중 누가 가장 말을 안듣느냐’는 질문을 하자, 이기원 PD는 “말 할 수 없다”고 정색을 했다.

얼마전 연예기획사와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은 베트남인 출연자 하 황 하이옌을 4월8일 방송을 마지막으로 하차시켰을 때도 이 PD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출연자들에게 연예기획사와 계약을 맺으면 프로그램이 상업적으로 될 수 있는 만큼 출연시키지 않겠다고 처음부터 말을 했거든요. 하이옌이 인기는 있었지만 가이드라인을 무너뜨릴 수는 없잖아요.” 

◇ 사회적 반향 일으키는 프로그램 만들고파

이기원 PD는 교양국 PD로 1987년 KBS에 입사했다가 1993년 다른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예능국으로 자리를 옮겼다. 연예인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는 것도 쉽지 않았을 만큼 적응하기까지 적잖은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1997년 ‘연예가 중계’ 팀에 배속돼 연예인들의 스케줄에 맞춰 시도 때도 없이 취재하러 다닐 때는 분위기 적응이 안돼 ‘내가 이러려고 예능국에 왔나’라는 생각에 회의도 들었단다.
 
또 최선을 다해 프로그램을 만들건만 꼬투리만 잡히면 사람들이 ‘딴따라’라며 도마 위에 올리는 씁쓸한 경험도 수차례 겪었다고 했다.

하지만 이기원 PD는 그런 과정을 거쳐 2002년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연출했고, 이번 ‘미녀들의 수다’로 자신의 입지를 굳건히 다졌다.

이기원 PD의 머리 속에는 요즘 새로운 프로그램 구상이 가득 차 있다. 
 
“연예인 권력화를 우려하면서도 정작 포맷은 몇몇 연예인 진행자에게 너무 의존하는 프로그램들이 많잖아요. 연예인 진행자에 대한 의존도는 낮추면서 사회적 반향을 일으킬 수 있는 그런 프로그램을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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