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구의 PD열전]진짜 가짜 헷갈리는 페이크 다큐, '스캔들' 오문석 PD

  • 등록 2007-09-11 오전 9:17:35

    수정 2007-09-11 오전 9:19:18

▲ tvN 오문석 PD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진짜야, 가짜야?’

요즘 케이블TV에서는 이런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예능프로그램들이 적지 않다. 바로 ‘페이크 다큐멘터리’(이하 ‘페이크 다큐’) 프로그램들이다.

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바로 케이블채널 tvN에서 오문석 PD(37)가 기획한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이하 ‘스캔들’). 월요일 오후 11시대에 방송되는 ‘스캔들’은 지상파 방송 3사 예능프로그램들의 치열한 경쟁 틈바구니에서도 최고 5%대 시청률로 ‘페이크 다큐’의 인기를 주도하고 있다.

이 프로그램의 인기 요인은 사실적이고 긴박한 상황설정으로 화면 위쪽에 ‘재연’이라는 글자가 나와 있지 않는다면 실제상황인지, 꾸민 얘기인지 좀처럼 분간이 가지 않는다는 것. 오문석 PD는 “초반에는 ‘시청자를 속인다’는 비난도 적잖이 받았어요. 새로운 형식에 따른 논란이 우려돼 부담도 됐죠”라며 그동안 거쳐 온 과정이 쉽지 않았음을 드러냈다.
 
▲ 오문석 PD가 기획한 tvN '독고영재의 현장르포 스캔들'

◇ '스캔들', 페이크 다큐 전환 묘안으로 시청률 대박

오문석 PD는 같은 방송사의 ‘리얼스토리 묘’에서 소개된 흥신소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에 착안해 ‘스캔들’을 기획했다. 불륜에 빠진 배우자의 뒤를 쫓는 내용이 KBS 2TV ‘부부클리닉 사랑과 전쟁’처럼 30~40대 주부들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오문석 PD는 당초 흥신소 측과 접촉해 이런 프로그램을 리얼리티로 제작하는 것이 가능한지를 타진했다. 그러나 대답은 ‘NO!’. 흥신소의 업무형태 상 고객의 비밀을 철저히 지켜야 하고 이를 방송으로 내보내는 것은 사생활 침해에 해당하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방향을 돌린 것이 ‘페이크 다큐’다. 흥신소에 의뢰된 일의 뒤를 쫓는 사실적인 내용을 카메라에 담지는 못하지만 인터넷에 올라온 사연이나 신문에 소개된 사건, 경찰서 수사자료 등을 통해 소재를 확보하고 이를 흥신소에서 하는 것처럼 추적해 가는 형식으로 제작하기로 한 것이다. 연기는 재연배우들에게 맡겼다. 그러나 시청자들이 프로그램 속 사건을 재연이 아닌 실제로 받아들이도록 출연진에 모자이크와 음성변조 처리를 했다.

새로 찾은 방법은 프로그램에 ‘대박’을 불러왔다. 흥신소와 함께 정규 편성되는 프로그램을 제작했다면 매주 일이 있어야 하고, 또 해결까지 돼야 하는 만큼 위험부담을 안고 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페이크 다큐’는 실제 있던 일을 소재로 하면서도 일정부분 가공이 가능하다. 더구나 실제 사건의 주인공들이라면 카메라 앞에서 어떤 행동을 보일지 모르지만 재연배우들이 이를 대신하는 만큼 자연스럽게 보일 수 있었다는 게 오문석 PD의 설명이다.

“대외적으로 비쳐지는 모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한국 사람들은 카메라 앞에서 착해진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배우가 아닌 사람들이 카메라 앞에서 격렬하게 싸우는 모습이 가능했겠어요? ‘페이크 다큐’고 재연프로그램이니까 가능한 거죠.”
 
▲ 오문석 PD가 기획한 tvN '박수홍의 썸씽뉴'

◇ 기획전문 PD, 케이블TV 시대 새 영역 구축

오문석 PD는 프로그램 제작 현장을 이끄는 연출자가 아니라 기획자다.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외주제작사에서 제작해오는 프로그램의 관리, 책임을 맡는 책임프로듀서(CP)라고 할 수 있다.

지상파 방송사에서 CP는 대부분 10년 이상 연출경력을 지닌 고참급 PD가 오르는 자리다. 그러나 오문석 PD는 지난 99년 케이블채널 동아TV에 PD로 입사, 경력이 10년도 안됐다. 그럼에도 그가 CP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은 자체 제작보다는 외주 프로그램의 비중이 큰 케이블채널에 근무하고 있기 때문이다.

“케이블채널이 생기면서 프로그램의 외주제작이 활성화되고 있잖아요. 때문에 케이블채널에서는 PD의 연출력도 중요하지만 CP처럼 기획을 전문으로 하는 PD가 새 영역을 구축하고 있어요.”

오문석 PD도 연출 경력이 있지만 프로그램 제작보다 아이디어 승부에 더 자신이 있다는 판단으로 기획에 매진하고 있다. 프로그램의 탄생까지만 기획을 맡는 것이 아니고 매번 제작진과 함께 방송 아이템 회의를 하며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나갈지 조율해야 한다. 프로그램에서 기획자로 그냥 이름만 올려놓고 있는 게 아니다.

오문석 PD가 지난 2006년 7월 tvN으로 자리를 옮긴 뒤 지금까지 기획에 참여한 프로그램은 ‘김구라의 위자료 청구소송’, ‘박수홍의 썸씽뉴’, ‘러브룰렛 연상연하’ 등 다양하다. 오문석 PD는 그 프로그램 숫자만큼 바쁘다. 성과? ‘스캔들’은 제대로 기획된 케이블채널 예능프로그램이 지상파의 그것과 맞대결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문석 PD가 기획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사회 트렌드다. 오문석 PD는 “트렌드를 모르면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렵고 시청률도 담보할 수 없어요. 트렌드에 기획력과 상상력이 더해지는 거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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