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확대경] 앙리 떠난 아스날의 새옹지마

  • 등록 2007-10-02 오전 9:57:54

    수정 2007-10-02 오후 12:31:20

▲ 아스날 웽거 감독 [사진=아스날 홈페이지]

[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왕이라 불리던 사나이, 티에리 앙리가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로 떠나자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스날의 위기를 점쳤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왕이란, 그저 ‘특별히 잘하는 선수’에게 부여할 수 있는 수식이 아닌 까닭이다.

수년간 자리를 지키던 절대 통치자(앙리)가 갑작스럽게 떠난 사회(아스날)의 불안은 일정 부분 불가피한 수순으로 받아 들여졌다. 예상보다 큰 추락을 운운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아스날은 하늘로 향하고 있다.

구단과의 갈등 등 몇 가지 이유가 드러났으나 앙리가 아스날을 떠난 배경 속에는 우승에 대한 갈증이 적잖은 부분을 차지한다. 아르센 웽거 감독 역시 “앙리가 현재 아스날의 전력으로는 프리미어리그 정상 등극이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확실히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그리고 올 시즌의 리버풀까지, 라이벌 클럽들은 분주한 살찌우기로 상대적으로 미미했던 아스날과의 몸집 차이가 제법 나는 형편이다. 물론 20대 초반의 정상급 플레이어들이 즐비한 아스날의 스쿼드는 분명 매력적이다. 하지만 적어도 당장, 그들이 팀을 우승으로 견인할 만큼 절정의 기량은 아니라는 게 중론이다. 앙리가 고개를 돌렸던 것도 이 때문이고 지난 시즌까지 아스날은 확실히 설익은 부분이 있었다.

그런데 2007-08시즌의 페이스는 실로 엄청난 수준이다. 8월 12일 풀럼과의 프리미어리그 개막전부터 9월29일 웨스트햄Utd.와의 리그 8라운드까지, 11경기를 치르면서 단 1경기도 패하지 않았다. 비긴 것 역시 8월 19일 블랙번과의 원정경기(1-1) 하나뿐이다. 결국 10승1무라는 믿을 수 없는 고공비행 중인데 그 사이(9월 19일)에는 올 시즌 챔피언스 리그 최고의 다크호스로 지목된 세비야를 3-0으로 대파한 기록도 있다. 보는 이나 선수들 스스로도 놀랄만한 기세다.

일단 첫 단추를 잘 꿴 영향이 크다. 풀럼과의 리그 개막전에서 아스날은 1분 만에 골키퍼 레흐만의 어이없는 실수로 선제골을 내줬다. 다행히 이후에는 일방적이다 싶을 만큼 주도권을 쥐고 있었다. 하지만 시종일관 몰아붙이면서도 도무지 상대 골문을 열지 못했으니 표정이 어두웠던 웽거 감독의 심정이 이해가 간다.

만약 종료 5분을 남겨두고 반 페르시에의 PK동점골, 그리고 인저리 타임 흘렙의 극적인 역전골이 없었다면 아스날의 출발은 자못 심각할 뻔했다. 단순히 승패를 떠나 초장부터 ‘앙리 빈자리’를 운운하는 안팎의 잡음에 시달릴 수 있었다. 요컨대 아스날 특유의 톱니바퀴처럼 빠르고 정확한 전개는 여전하나 마무리가 약해졌다는 ‘맹목적인’ 비난을 피했다는 측면에서 더욱 값진 승리였다.

위기를 넘고부터는 순탄대로행이다. 자체로도 다소 의외인데 승승장구의 원동력이 ‘앙리가 없기에’ 무게감이 떨어질 것이라던 공격라인의 폭발적인 기세이기에 또 흥미롭다. 프리미어리그 7경기를 치르는 동안 아스날은 무려 16골을 작렬시켰다. 골가뭄에 시름하는 맨유와 첼시(이상 8경기 8골)의 2배인 수치다. 작금 아스날의 공격을 이끄는 아데바요르와 파브레가스 콤비가 각각 6골-4골로 리그 득점레이스를 이끌고 있으며 뒤를 받치는 반 페르시에와 흘렙의 지원사격도 훌륭하다. 이처럼 암암리에 ‘앙리의 내조자’ 또는 ‘대체요원’으로 여겨지던 인물들이 불을 뿜고 있다는 게 더욱 고무적이다.

덩달아 수비력까지 견고(4실점)함을 자랑하고 있으니 ‘잘되는 집’의 전형을 보여주는 아스날이다. 결국 비중은 컸으나 결코 앙리 하나의 팀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으며 비범한 지도자 웽거 감독의 능력도 새삼 주가를 높이고 있다. 여전히 어리나, 이제는 각자가 주축이라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는 젊은 포병대원들의 프로다움이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는 생각이다. 만사 새옹지마라더니, 우려를 뒤로하고 새로운 길조들과 함께 새로운 행복을 쌓고 있는 아스날이다. <월간 베스트 일레븐 기자>

*이데일리 SPN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를 비롯, 유럽 축구 소식을 깊고 넓게 전하는 <유럽축구 확대경> 코너를 연재합니다. 국내 최고의 축구 전문 월간지 '베스트 일레븐'기자들이 '이데일리 SPN'의 객원기자로 참여, 알찬 내용을 담을 계획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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