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확대경] 달라진 인터밀란, 위풍당당 질주

  • 등록 2007-12-28 오전 9:11:30

    수정 2007-12-28 오전 9:12:37

[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세리에A 2연패를 달성하던 지난 시즌의 기세가 워낙 드높았고 딱히 누수가 없는 스쿼드의 양과 질이 여전하니 이번 시즌도 인터 밀란의 고공비행은 어느 정도 예견됐다. 다만 지금과 같은 완벽한 질주를 점치기는 쉽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당사자들의 능력이야 충분히 인정하지만 외부조건들이 달라진 까닭이다.

일단 세리에B에서 시련의 시간을 보냈던 ‘제왕’ 유벤투스가 컴백한 것이 크다. 1년의 공백을 감안할 때 당장 과거와 똑같은 힘을 내는 것이야 어렵겠으나 자체만으로 유벤투스는 거대한 존재다. 뿐 아니다. ‘승부조작 스캔들’에 연루돼 ‘승점차감’이라는 찜찜한 기분으로 지난 시즌을 시작했던 AC 밀란, 피오렌티나, 라치오 등 명가들도 온전한 모습으로 출발선 앞에 섰다. 여기에 2인자 이미지가 강하던 AS로마의 대항마적 기질이 예사롭지 않게 변하고 있는 것도 디펜딩 챔프 입장에서는 달가울 것이 없었다.

뚜껑을 열자 이들은 역시 만만치 않았다. 전체일정의 반환점을 향하고 있는 현재, AC 밀란과 라치오가 생각보다 저조한 것을 제한다면 다른 클럽들은 걸맞은 성적을 거두고 있으니 전반적인 예측은 옳았던 셈이다. 고로, 흐름상 엎치락 뒤치락하는 선두권 판도가 어울릴 법하다. 그런데 독주체제다. 인터 밀란의 힘을 너무 안일하게 판단한 것이다.

17라운드 현재 13승4무(승점43)라는 성적표가 보무도 당당한 인터밀란의 것이다. 경기당 2골을 웃도는 득점력(37골)과 평균 0.5실점에 불과한 짠물수비(9실점)까지, 어느 하나 무른 곳이 없다. 꼴찌 칼리아리(승점10)와는 무려 4배가 넘는 차이고 AS로마(승점36), 유벤투스(승점35) 등 2위권과의 격차도 시나브로 벌어지고 있다.

세리에A에서만 승승장구하는 것도 아니다. 인터밀란은 9월 19일 페네르바체와의 챔피언스리그 32강 원정 패배(0-1) 이후 지금껏 리그-컵대회-챔피언스리그를 가리지 않고 파죽지세를 올리고 있다. 2007년 최대 고비처로 여겼던 AC 밀란과의 ‘밀라노 더비’ 혈투의 승리(12월23일/2-1)까지 무려 20전 17승3무라는 놀라운 승률을 기록 중이다. 이 정도로 잘할지는 몰랐다.

신바람 행보의 원동력이라면 응당 화려한 멤버구성에서 답을 찾을 수 있겠다. 백업과 주전의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을 만큼 질적양적으로 풍부한 인터밀란의 라인업은 완벽에 가까운 ‘더블 스쿼드’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끌어낼 정도다. 하지만 선수들의 면면이 곧 정답은 아니다.

사실 인터 밀란의 멤버는 언제나 짱짱했다. 다만 1990년대 이후 ‘응집력’이라는 측면에서 후한 점수를 받지 못했고 바로 이런 맹점 탓에 유벤투스-AC밀란보다 암암리에 낮게 여겨졌던 것이다. ‘빛 좋은 개살구’라 표현했던 것도 마찬가지 이유다. 이렇듯 낱알처럼 부서지던 인터밀란이 언제인가부터 하나의 팀으로 바뀌기 시작했는데 2001년까지 선수로 활약했던 젊은 수장 로베르토 만시니 감독의 공(2004년 부임)이 지대하다.

만시니 감독은 삼프도리아 시절(1982~1997) 동료 G.비알리와 함께 ‘골 쌍둥이’로 불리던 특급 공격수 출신이다. 2번이나 스쿠데토를 차지했고 1997년 제정된 ‘이탈리아 올해의 선수상’의 초대 수상자이기도하다. 만시니를 보조하는 코치가 바로 2006년까지 인터밀란에서 현역으로 활약했던 ‘프리킥의 달인’ S.미하일로비치라는 것도 흥미롭다.

만시니 감독은 선수들의 이름값에 연연치 않으며 자신이 원하는 그림을 그려 나갔는데 구단 역시 전폭적인 지지를 아끼지 않았다. 만시니는 J.무리뉴 전 첼시 감독 못지않은 냉철함을 지녔는데 틀에 어긋난다면 누구랄 것 없이 솎아내는 결단력이 그러하다. 한때 호나우도의 후계자로 지목됐던 거포 아드리아노(현 상파울루), 과거 왼발 하나로 유럽을 호령했던 A.레코바(현 토리노) 등 어제의 ‘거물’들이 오늘은 임대 유배생활을 보내는 처지가 됐다. 감독의 선수기용, 훈련방식 등에 불만을 피력하다 내쳐진 케이스다.

결국 바뀌지 않으면 발전을 도모할 수 없다는 맥을 정확히 짚은 만시니 감독과 함께 겉만 번지르르하던 인터밀란은 속이 꽉 찬 열매로 탈바꿈했다. 게다가 요원하던 정상의 감격과 거푸 조우하면서 자신감까지 쌓여 안팎으로 ‘잘되는’ 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적어도 한동안은, 달라진 인터밀란의 위풍당당함이 쉬 수그러들지 않을 전망이다. 그야말로 탄력이 제대로 붙었다. /<베스트 일레븐>기자

▶ 관련기사 ◀
☞[유럽축구 확대경] 카펠로와 잉글랜드, 그 흥미로운 동거
☞[유럽축구 확대경]데포르티보, 악순환의 끝은 어디인가
☞[유럽축구 확대경]진정한 ‘카카의 시대’가 도래했다
☞[유럽축구 확대경]'돌아온 황제' 호나우도, AC밀란 구할까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미녀 골퍼' 이세희
  • 돌발 상황
  • 2억 괴물
  • 아빠 최고!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