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들의 친구 야구]치장과 분식이라면…선수들의 싸이질 글쎄

  • 등록 2007-11-27 오전 9:37:42

    수정 2007-11-27 오전 9:48:32

▲ 박찬호 홈페이지

[로스앤젤레스=이데일리 SPN 한들 통신원] 개인 홈페이지·블로그 시대입니다. 선수들도 이제 매스컴을 통하지 않고 팬들에게 직접 자신의 뉴스를 띄웁니다.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의 말대로 선수들도 기사의 소비자일뿐 아니라 직접 생산해내는 주체, ‘프로슈머(Prosumer)‘가 된 것입니다.

선수들에게 사이버 상의 독자적인 공간은 매우 유용하게 활용되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매스컴이란 중간 과정을 거치지 않아 선수 본인의 뜻이 가공되지 않고 원료 그대로 전달되는 이점이 있습니다. 기자들과 떨어져 있고, 계약 등 민감한 사안이 많은 요즘 같은 오프시즌엔 더욱 그 장점이 발휘되고 있습니다.

얼마 전 보스턴의 커트 실링은 자신의 홈페이지를 통해 레드삭스 동료들에게 이별의 편지를 띄운 뒤 구단과 재계약에 성공했습니다.

한국 선수들의 사이버 활약상도 눈에 띌 정도입니다. 시즌을 마치자마자 거취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서재응은 본인 블로그에 일찌감치 미국 잔류를 밝혔는데 한국 언론에서 KIA 입단설이 보도되자 손사래를 치는 글을 올리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 부친의 말을 빌려 KIA행 조건으로 50억을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내가 미친 X이냐”며 터무니없이 오해받고 있는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가장 화제가 됐던 것은 박찬호입니다. 올림픽 대표팀의 일원으로 한국서 훈련 중이던 박찬호는 다저스와의 스프링캠프 초청선수 계약 합의 사실을 스스로 홈페이지를 통해 알렸습니다. 얼마 후엔 올림픽 예선전 출전에 부상의 우려를 나타낸 다저스의 계약 파기 가능성을 후속 보도하면서 ‘정의의 선택’으로 대표팀에 잔류한 배경을 구구절절 밝혔습니다. 그러자 다저스 쪽에서 ‘계약 파기는 언론에서 너무 앞선 것’이라며 곧바로 펄쩍 뛰기도 했습니다(사실 다저스에서 말한 언론도 신문이 아니라, 박찬호의 홈페이지이지요).

그러더니 엊그제 박찬호는 자신을 번민의 밤으로 몰아넣었던 다저스의 까탈에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라면 얼마든지 다른 팀으로도 갈 수 있다는 뜻을 기자들에게 밝히기도 했습니다.

단순한 신변잡기가 아닌, 팩트를 쏟아내는 선수들의 ‘싸이질’은 흥미진진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뉴스와 뉴스가 충돌하는 것이야말로 기자들은 물론 팬들에게 더할 나위없는 서비스입니다.

그런데 문제는 뉴스의 정확성, 구체적으로 말하면 진정성입니다. 선수들의 싸이질에서 향기롭지 못한 냄새가 난다는 이야기입니다.

박찬호의 경우만 해도 그렇습니다. 나중에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라면 얼마든지 딴 팀으로도 갈 수 있다고 호기롭게 배짱을 부릴 일이었다면 애초 정의의 선택이라면서 기자들이 흔히 하는 말로 ‘초를 칠’ 필요가 있었는지요? 실제로 스프링캠프 초청선수라면 구단 입장에선 밥상에 숟가락 하나 더 얹어 놓는 일에 불과합니다.

물론 프로선수인 만큼 각별히 민감할 수밖에 없습니다. 일거수일투족이 돈과 직결되고, 말 한마디가 이미지에 적잖은 영향을 미치기 때문입니다. 더욱 국민적 스타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하지만 치장과 분식(粉飾)이라면 넌덜머리가 나고, 이골이 나 있는 게 팬들이기도 합니다. 이미 수많은 정치인들로부터 샤워를 할 정도로 받아왔기 때문입니다.

선수들의 싸이질은 리얼타임의 신속성과 팬들과의 쌍방향 의사 소통이라는 점에서 칭찬받고 권장돼야 할 일입니다. 그러나 그것이 정치인들이 하는 식의 애드벌룬 띄우기라면 말리고 싶습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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