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부스]진정한 복수란 무엇일까

  • 등록 2007-07-25 오전 9:58:32

    수정 2007-07-25 오전 10:33:59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24일 주니치-한신전

이날 경기는 9회를 치르는데 무려 4시간 15분이나 걸릴만큼 치열한 승부가 펼쳐졌습니다. 특히 특급 마무리들의 곡예투가 이어져 끝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었죠. 이와세(주니치)는 불쇼(1이닝 3실점)를 했고 후지카와(한신)도 무사 만루 위기를 자초했습니다.

오늘은 후지카와 얘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후지카와의 모습을 모처럼 볼 수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와 기요하라(오릭스)가 만들어낸 일화가 요즈음 우리네 야구에 시사하는 바가 있어서 입니다.

2005년은 후지카와가 확실하게 자신의 이름을 세상에 알린 해 입니다. 일본 최고의 힘 있는 직구를 앞세워 중간계투(현재는 마무리)로 확실하게 자리잡으며 일본 프로야구 시즌 최다경기(80경기) 등판 기록을 세웠습니다.

그해 4월21일. 한신과 요미우리전에서 후지카와는 기요하라를 상대하게 됩니다. 10-2로 한신이 크게 앞선 상황 2사 만루에 볼 카운트는 2-3. 위키피디아에 따르면 후지카와는 이때 포크볼을 던져 기요하라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사단은 그 다음에 일어납니다. 기요하라가 후지카와를 정면으로 비판했기 때문이죠. 기요하라는 "이미 승부는 기운 상황이었던 만큼 팬들을 위해 정면 승부를 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이에 오카다 한신 감독은 물론 호시노 노무라 등 일본의 대표 야구 원로들은 기요하라를 맹비난합니다. 오히려 기요하라가 프로답지 못하다는 것이었습니다.

주자는 선발 이가와가 남겨놓은 것이기에 실점(이가와의 자책점이 됨)은 실례가 될 수 있고, 아직 경기 후반이 남아 있는만큼 혹시라도 대량실점을 하면 승부를 예측할 수 없었다는 것이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후지카와는 드러내놓고 반감을 표시하지 않습니다. 두달여 뒤, 야구로 그 답을 들려줬을 뿐입니다.

그해 6월25일. 후지카와는 기요하라와 다시 대결을 펼칩니다. 모두의 관심이 모아진 승부에서 후지카와는 오로지 직구로만 상대해 기요하라를 삼진으로 돌려세웁니다.

기요하라는 정중하게 "나의 완패다. 정말 좋은 볼이 왔다"며 비로소 후지카와에게 손을 내밉니다. 후지카와 역시 "그 승부 후 내 직구를 좀 더 가다듬어야 한다는 걸 알게 됐다. 기요하라 선배에게 배웠다"고 화답했죠.

둘은 이듬해 올스타전에서 다시 맞대결을 펼칩니다. 후지카와는 한발 더 나아가 직구 승부를 예고한 뒤 기요하라를 또 한번 삼진으로 잡아냈습니다. 예고 직구와 삼진,그리고 승부 뒤 모자를 벗어 기요하라에게 인사를 건네는 후지카와의 모습은 일본 올스타전 최고 명장면 중 하나로 남아 있습니다.

요즘 우리나라 야구가 좀 살벌하죠. 빈볼시비는 계속되고 서로에 대한 공방도 끊이질 않습니다. 옳고 그르고를 따지고픈 마음은 없습니다. 이미 많은 논란이 거쳐간 자리에 어지러운 말을 보태봐야 달라질 것도 없겠죠.

다만 야구로 쌓인 화는 야구로 풀었으면 좋겠습니다. 빈 볼이나 야유 말고도 상대를 누를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고보니 '국민 타자' 이승엽(당시 삼성)도 지난 2003년 서승화(LG)와 난투극을 벌인 적이 있죠. 그리고 며칠 뒤 잠실벌에서 다시 만나 서승화에게 중월 홈런을 때려냈더랬습니다.

맞는 순간 직선타로 끝도 없이 뻗어나가던 홈런은 제가 본 이승엽의 홈런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인상적인 것 이었습니다. 난투극의 잘.잘못을 떠나서 말이죠. 저만 그렇게 기억하고 있는 것은 아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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