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PD의 연예시대①]온고지신(溫故知新) 연예계, 새 것이 없다

  • 등록 2008-07-07 오전 9:53:21

    수정 2008-07-07 오전 9:54:50

▲ 가수 서태지와 신해철


[이데일리 SPN 윤경철 객원기자] 온고지신(溫故知新). "옛것을 익히고 그것을 미루어서 새 것을 안다"는 공자의 말에서 유래된 말로 새로운 것 못지 않게 옛 것의 소중함도 알아야 한다는 의미의 한자숙어다.

최근 연예계는 온고지신에 충실한 작품들이 줄을 잇고 있다.

가요계는 리메이크·샘플링이 유행이다. 리메이크는 이미 히트한 노래를 다른 가수가 새롭게 부르는 것을 일컫는 말이고 샘플링은 귀에 익은 리듬을 노래에 차용하는 것이다.

리메이크는 2~3년 전부터 유행했던 코드다. 가요계는 불황을 걸으면서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성공한 음악을 되돌아보게 되었고, 그 과정속에서 히트한 노래를 찾기에 열중했다.최근 달라진 변화는 역할바꾸기와 함께 리메이크 곡 찾기가 전세계적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이승기는 여자가수들의 히트곡을 자신의 목소리로 새롭게 불렀고 쥬얼리는 이탈리아 가수 인 그리드의 곡 '원 모어 타임'을 자신들의 색깔에 맞춰 다시 불렀다.


드라마와 영화 역시 옛 것에 대한 향수를 쫒기는 마찬가지다. 소재가 고갈되고 제작 비용이 상승하면서 실패를 줄이기 위해 자구책으로 80, 90년대 히트했던 작품들을 새롭게 각색하고 있다.

1990년 인기를 모은 '서울 뚝배기'를 리메이크한 KBS 2TV '돌아온 뚝배기'가 현재 방영 중이다. 게다가 '종점'을 리메이크한 '내 여자' 등 과거 성공을 거뒀던 작품들이 잇따라 대기 방영 상태에 있다. 

영화 쪽도 한 시대를 풍미했던 영화 '영웅본색'이 국내에서 새롭게 제작되는 등 리메이크 열풍이 거세기는 마찬가지다.

이외에도 '식객' '타짜' '친구' '쉬리' 등 영화로 성공한 작품들이 드라마로 제작되는 것 또한 온고지신 연예계의 또다른 변형이라 할 수 있다.

▲ 가수 이승기와 쥬얼리는 2008 상반기 가요계에서 각각 리메이크 노래로 음악팬들에게 인그를 끌었다.

연예계가 온고지신에 집착하는 것은 성공의 확률을 높이기 위해서다.

연예계 내부의 경쟁이 치열해지고 대중의 눈높이가 높아지면서 창작의 질에 대한 구매자들의 기대치 또한 높아지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과거와 달리 다매체 시대로 접어들면서 다양한 재미가 곳곳에 산재해 있는 요즘, 웬만큼 강력한 콘텐츠가 아니면 구매자들을 사로잡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성공한 과거 콘텐츠는 제작자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다. 작품성과 흥행성이 어느 정도 검증돼 제작 기간이나 비용이 절약되는 데다 배우와 시대적 트렌드를 새롭게 접목시킬 경우 전혀 다른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잇점 때문이다.

여기에 올드 팬들에게는 향수까지 줄 수 있어 판매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렇듯 긍정적인 측면도 있지만 연예계 온고지신 트렌드는 순수 창작물을 감소시키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리메이크가 붐을 이루면서 가요계는 어느 순간 새로운 장르적 창출이나 신곡이 사라졌다. 샘플링이나 리메이크가 일반화 되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어디서 들어본 듯한 느낌의 곡들만을 취하게 됐다. 낯선 것, 새로운 것에 재미와 흥미를 느끼기 보단 창작자도 소비자도 익숙한 것만을 쫒고 있는 형국이다.

장르적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유럽이나 미국, 그리고 록 음악을 바탕으로 자신들만의 음악시장을 형성한 일본과는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신해철이 안긴 장르파괴적 신선함이나 서태지의 강력한 사운드 같은 음악은 고사하고 몇년째 시대를 이끌어갈 스타가 나오지 않고 있다.

이는 영화나 드라마 역시 마찬가지다. 리메이크 드라마가 관심을 끌지만 반응이 예전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분명한 것은 옛 것의 장점을 취하는데 그친다면 구매자들의 호기심에서도 자연스레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점이다. 소비자들은 솔직히 영리하다. 아니 간사하다. 조금이라도 변화가 없고 새롭지 않으면 그 것을 과감히 손에서 놓아버린다.
 
단순히 과거를 답습하는 데에서 그치기 보단, 옛 것을 익히고(온고, 溫故) 그 위에 새로운 것을 만들어 내 덧입혀내는(지신 知新), 진정한 의미의 온고지신 문화 형성이 시급한 때다./OBS경인TV '윤피디의 더 인터뷰' '쇼영' 프로듀서(sanha@o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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