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준혁이 야구를 즐기지 못한 이유 3가지

'은퇴' 양준혁 "평생 쫓기듯 야구해야 했다"고 푸념
편견과 나이, 그리고 스스로에 대한 냉정함이 이유
  • 등록 2010-09-19 오후 12:29:32

    수정 2010-09-19 오후 12:54:01

▲ 양준혁의 은퇴경기를 위해 장식된 대구구장 모습. 사진=삼성 라이온즈
[이데일리 SPN 정철우 기자] 드디어 그 날이 왔다. '위풍당당' 양준혁(41.삼성)을 보내줘야 하는 순간이 왔다.

양준혁은 19일 대구 SK전을 끝으로 그라운드를 떠난다. 더 이상 '선수' 양준혁은 보지 못하게 될 것이다.

양준혁은 은퇴경기를 앞두고 "끝까지 즐기는 경기를 하지 못하게 됐다. 내 팔자가 그렇다"고 푸념했다. 은퇴 경기가 SK와 1위 싸움이 끝나느냐 이어가느냐가 걸린 경기가 되어버렸기 떄문이다.

타자로서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자리에 오른 그다. 팬들은 양준혁을 '양신'이라고 추앙하기 까지 한다. 야구는 그에게 최고를 선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양준혁은 야구를 단 한번도 즐겨보지 모했다고 털어놓았다. 무슨 사연이 있는 것일까.

크게 3가지 이유를 해석해 볼 수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자신에게서 찾아야 한다.

양준혁은 매경기 매타석 집중하려고 노력했다. 스스로도 "허투루 보낸 타석이 한번도 없었다"고 말한다.

매 경기 안타 하나 볼넷 하나를 얻어내는 것이 목표였다. 안타를 좀 벌어두었다거나 컨디션이 좋지 않은 날도 어떻게든 살아나가려 애썼다. 그건 경기에 점수차가 크게 벌어진 순간이나, 팀 순위와 상관 없은 경기에서도 만찬가지였다.

130경기에 달하는 페넌트레이스에서 한순간도 여유를 갖지 않는다는 건 정말 힘겨운 일이다.

양준혁은 그러기 위해 노력했다. 그도 사람인 탓에 흔들렸던 적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를 가장 냉정하게 평가하고 혼냈던 건 양준혁 자신이었다.

두번째는 편견의 벽이다. 양준혁은 한때 영양가 논쟁에 휘말렸던 적이 있다. 기록은 화려하지만 중요할 때 한방이 없다는 비판이었다. 양준혁의 스타일을, 아니 야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시기에 있었던 일이다.

4번타자는 무조건 크게 한방 쳐줘야 한다는 믿음이 지배했던 시절이었다. 볼넷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덩치 큰 강타자 양준혁은 이해받기 어려웠다.

나중에는 "경기가 큰 점수차 날 때나 홈런친다"는 비아냥까지 나왔다. 그땐 정말 그랬다. 점수차가 크게 나면 대충하고 끝내자는 분위기가 야구계를 지배했다. 하지만 양준혁은 그 순간에도 집중했다. 그러니 상대적으로 '그럴때 더 잘친다'는 느낌을 줄 수 밖에 없었다.

양준혁은 조용히 항변했다. "야구는 개인 기록이 모여 팀이 되는 경기다. 나보고 그럼 10점차 9회엔 삼진 먹으라는 소리냐. 난 그렇게는 야구 못한다."

세월이 흐르며 야구가 바뀌기 시작했다. 양준혁의 야구관을 바라보는 시각도 많이 달라졌다. 하지만 또 하나의 벽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나이에 대한 편견이 그것이다. 양준혁이 야구를 즐기지 못한 세번째 이유다.

30대 중반에 넘어서며, 특히 삼성 유니폼을 입고 오래지 않은 시기부터 양준혁은 라이벌이 아닌 자신의 나이와 싸워야 했다.

조금만 페이스가 떨어져도 "이제 양준혁은 끝났다. 배트 스피드가 떨어졌다"는 비난이 흘러나왔다.

늘 20대 한창 나이처럼 거침없이 휘두룰 순 없다. 반대로 그 과정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최대칠를 끌어낼 수는 있다. 하지만 세상은 그의 나이를 가장 먼저 봤다.

양준혁이 은퇴 후 "내 가장 큰 라이벌은 '나이에 대한 편견'이었다"고 말한 이유다. 양준혁은 그렇게 매 타석을 쫓기듯 들어서야 했다.

이런 스트레스는 양준혁을 최고로 만들어 준 원동력이자 그의 어깨에 지나친 짐을 지운 가장 큰 적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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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신을 보기 위해서라면...' 대구는 온통 양준혁 열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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