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 "'놈놈놈'으로 한국 웨스턴 숨통 열었으면"

  • 등록 2008-07-23 오전 10:25:50

    수정 2008-07-23 오전 10:27:58

▲ 김지운 감독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속편 나온다면 다른 감독이 해야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요?”

김지운 감독에게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하 ‘놈놈놈’)은 단순한 차기작, 그 이상의 것이었다.

◇ "어릴 때의 로망, '만주벌판 말달리던 시절'이 '만주 웨스턴'으로"

김지운 감독은 최근 인터뷰에서 “어릴 때부터 웨스턴 영화에 대한 로망이 있었고 이를 한국에서 어떻게 가능하게 할까 고민하던 것을 이만희 감독의 ‘쇠사슬을 끊어라’가 풀어줬다”며 “제일 문제는 공간이었는데 어른들의 우스개 소리로 ‘만주벌판에서 말 달리던 시절’의 만주를 떠올려 한국에서 웨스턴 영화가 탄생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자신 외에도 오승욱, 류승완, 이명세, 김성수, 최호 등 많은 국내 영화감독들이 서부영화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다는 김지운 감독은 “‘놈놈놈’으로 한국 웨스턴의 숨통을 열었다는 것에 놀라워하고 불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것을 가능하게 했다는 것에 대해 높이 평가해준다”며 “이 영화가 건강한 장르 영화로서 활극을 한국영화의 다양한 스펙트럼 안에 넣어주는 기폭제이자 서부극을 찍으려는 감독들에게는 안전한 장치가 됐으면 한다”고 한국형 웨스턴이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을 드러냈다.

미국 메이저 스튜디오로부터 서부극 연출 제안을 받기도 한 김지운 감독. 또 다시 서부극을, 혹은 추격이 끝나지 않은 것처럼 결말을 낸 ‘놈놈놈’의 속편을 만들 생각은 없는지 묻자 “나는 항상 전작과 가장 멀리 떨어져있는, 전혀 다른 것을 해왔고 그것이 내가 영화를 하는 힘”이라며 “바로 이어서 서부극을 또 찍을 생각은 없다. 내가 ‘놈놈놈’을 만들었으니 속편도 또 해서 성공시켜야겠다는 생각도 없다. 속편이 제작된다면 다른 감독이 연출하는 것이 훨씬 재미있고 훌륭한 영화가 나올 것 같다”고 답했다.

◇ "에너제틱한 한국영화, 아날로그로 찍어 더 역동적"

지난 5월 칸 국제영화제에서 ‘놈놈놈’이 공개됐을 때 해외 영화관계자들은 그 에너제틱함에 환호했다. 김지운 감독은 “영화제 내내 같은 주제, 비슷한 톤의 영화들이 나열되다가 아시아, 그것도 한국에서 웨스턴을 들고 나왔는데 너무나 기운이 느껴지니까. ‘추격자’와 더불어서 아직도 한국은 영화를 가장 에너제틱하고 생동감 있게 만드는 나라 중 하나라고 하더라”며 “외국 영화인들에게 다시 한번 한국영화를 보게끔 만들었다는 점에서 의미 있었던 칸 방문이었다”고 칸영화제에서의 분위기를 전했다.
▲ 김지운 감독

영화 속 인물들의 욕망만큼 지도 한 장을 찾아 들고 미친 듯 뛰어가는 심정으로 만들었다는 그는 “가볍고 활기차고 신나고 통쾌하게 만들려고 했다. CG나 최첨단 기술이 아닌 아날로그 식으로 ‘무식하게’ 찍었다”며 “너무 매끄러웠다면 감정 터치가 없었을 텐데 카메라와 배우가 같이 호흡하면서 생동감 있고 박력 있는, 그래서 더 역동적인 영화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생각을 밝혔다.

그는 이어 “외국 사람들이 놀라워하는 점 중에 하나는 이 제작비(순제작비 170억원, 한국영화 최고 제작비)로 이런 장면을 만들어냈다는 것”이라며 “촬영 전 제작비가 크기 때문에 스스로도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했고 온전히 영화의 퀄리티를 위해서 썼다. 제작비가 훨씬 더 들었어야 하는 영화지만 전적으로 스태프와 배우들의 헌신이 아니었으면 불가능했다”고 덧붙였다.

◇ "차기작은 더 성숙한 장르영화, 장르에서 이야기로 옮겨간다"

코믹드라마에서 공포로, 느와르로, 서부극으로 장르를 옮겨 다니며 늘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김지운 감독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할 수밖에 없다.

김지운 감독은 “지금까지는 장르만 생각하며 영화를 만들었는데 이제는 이야기로 옮겨가고 싶다. 전작들에서 장르영화의 순수한 즐거움을 담았다면 이번에는 더불어서 조금 더 성숙한 장르 영화, 어른스러운 장르영화를 만들 때가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성숙한 장르영화’는 어떤 영화를 뜻하는지 물었다. “‘파고’나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같은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세븐’은 장르영화의 최고 경지라고 생각한다. 그 외에도 ‘조디악’, ‘데스 프루프’ 이런 영화들…”이라는 답에서 김 감독의 다음 영화에 대한 힌트를 조금이나마 얻을 수 있었다.

김지운 감독은 마지막으로 “배우와 스태프들이 보여준 열정만큼 내가 잘하지 못한 것 같아 80%밖에는 만족하지 못한다”며 “나머지 20%는 관객, 대중들이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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