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WBC 대표팀 구성에 '여전히' 헛다리

  • 등록 2008-11-11 오전 10:17:37

    수정 2008-11-11 오전 10:24:59

▲ 신상우 KBO 총재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 구성이 난항을 겪고 있다. 아직 감독 선임 문제조차 완벽하게 마무리 하지 못했다. 코칭스태프가 꾸려지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10일 열린 8개 구단 단장회의에서 무언가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회의가 끝난 뒤에도 숙제는 해결하지 못했다. 이날 결정된 사안은 "대표팀 선수 구성에 모든 구단이 협조한다" 뿐이었다.

'여전히' KBO가 문제의 실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을 품게하는 대목이다.

대표팀 감독으로 내정된 김인식 한화 감독은 최근 잇단 언론 인터뷰서 "WBC 대표팀 구성이 어려움을 겪는 것은 절차를 무시하고 있는 KBO의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감독부터 선수까지 선발 과정에서 원칙이 무시되고 있다는 것이다. KBO는 이런 지적에 대해 "어느 나라도 감독 선임에 원칙을 세워놓지 않는다"고 되받아치고 있다.

원칙은 단순히 '이런 조건을 갖춘 사람이 무슨 자리를 맡는다'만 정하는 것이 아니다. '어떻게' 그 임무를 맡기느냐가 더 중요하다.

다시 감독 선임 과정으로 돌아가보자. KBO는 당초 김경문 두산 감독을 사령탑으로 고려하고 있음을 분명히 했었다. 직.간접적으로 김경문 감독에게 WBC를 맡긴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한국시리즈가 SK의 우승으로 끝나자 김성근 SK 감독을 내정했다는 이야기가 흘러나왔다. 하일성 KBO 사무총장이 시즌중과 한국시리즈 중 각각 한번씩 신영철 사장에게 언질했다고는 하지만 관중석에서 우연히 만나 이야기를 건넨 수준이었을 뿐이다.

실제 한국시리즈가 두산의 우승으로 끝났다면 완전히 다른 결정이 내려졌을 것이다.

김성근 감독에서 김인식 감독으로 바뀌는 과정도 그렇다. 윤동균 기술위원장과 김성근 감독의 면담은 단 15분 만에 끝났다. 김성근 감독이 고사하자 하일성 총장이 전화로 한차례 의사 타진을 했을 뿐이다.

결국 KBO가 김성근 감독에게 투자한 시간은 모두 합해 20여분 정도였을 뿐이다. 과연 설득에 충분한 시간이었는지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김성근 감독은 이에 대해 "지금은 내 입장을 이야기할 단계가 아니다"고 언급을 피했다.

그리고는 단 하룻만에 김인식 감독을 내정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물론 이번에도 사전에 전혀 합의가 없었다. 김인식 감독에겐 전화로 먼저 통보가 갔다.

김인식 감독은 "절차를 무시한 결정"이라고 여전히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고 있다. KBO는 WBC 감독 선임 과정에서 사전에 해당 감독과 단 한차례도 협의를 거치지 않았다.

또한 구단 고위층은 물론 그룹에 대한 예의도 지키지 않았다. 김인식 감독이 "WBC 감독은 모두에게 부담스러운 자리다. 그러나 KBO 총재가 구단주에게 부탁하는 모양새만 갖췄어도 하지 않을 감독이 있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다.
 
▲ 베이징올림픽 야구대표팀


선수 선발에 구단이 적극협조한다는 결정이 아쉬운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 프로야구에는 엄연히 선수들의 의사를 대변하는 '선수협'이라는 조직이 있다. 선수들의 무조건적인 대표팀 합류를 결정하려면 이들과 협의를 거쳤어야 한다.

선수노조가 있는 미국은 물론 선수협의회가 있는 일본에서도 이같은 일방적인 결정과 발표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일본 프로야구는 선수들의 계약기간 중 치러지는 대회인 아시아시리즈 출전에 대해서도 선수협의회와 협의를 거친 바 있다.

한국야구의 대들보인 박찬호와 이승엽은 WBC 참가를 정중하게 거절했다. 2009시즌 자신의 자리를 확고히 다지기 위해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을 내린 것이다.

그만큼 스프링캠프는 선수들에게 매우 중요한 시간이다. 또한 부상에 대한 공포도 지워내기 어렵다. 일방적으로 애국심과 의무만 내세운다고 될 일이 아니다.

의무를 다해주길 바란다면 그만큼 예의와 정성을 다해 마음을 사야 한다. 그것이 절차고 그것이 원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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