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4 기방난동사건, 조선시대 능멸한 허술한 '조폭 코미디'

  • 등록 2008-11-26 오전 9:36:32

    수정 2008-11-26 오전 9:36:35



[조선일보 제공] 대중적 재미와 완성도만 갖췄다면 '조폭 코미디'라고 비난받을 이유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1724 기방난동사건'(12월 4일 개봉)은 이런 장르에 쏟아지는 비난의 타당성을 입증하는 또 하나의 사례다. 덧붙여 이 구설(口舌) 많은 장르의 영토를 조선시대까지 확장시켰다는 비판까지 덤으로 들어야 할 것 같다.

1724년 조선 경종 말기. 천둥벌거숭이인 마포 건달 천둥(이정재)은 조선 주먹계의 명가(名家)인 양주파 두목 짝귀(여균동)를 행운의 한 방으로 쓰러뜨리고 칠갑(이원종) 이하 졸개들을 얻는다. 졸지에 건달 패거리들의 전국 모임에 참석한 천둥은 야봉파 두목 만득(김석훈)과의 대결을 피할 수 없다. 한눈에 반한 기생 설지(김옥빈)가 만득 휘하였기 때문. 천둥과 만득의 대결에 조선 전체가 술렁인다.

게으른 관객의 무성의한 예측조차 여지없이 실현시키는 이 영화는 시종 어울리지 않는 리듬과 탄력 없는 드라마로 조선시대를 방황한다. 이 '조선시대 조폭 코미디'의 승부처는 당연히 웃음과 액션. 하지만 영화의 클라이맥스인 천둥과 짝귀의 대결, 만득과 천둥의 대결에서조차 긴박감을 찾기는 쉽지 않고, 앙드레 김의 패션쇼를 연상시키는 만득과 설지의 백색 의상은 '퓨전 사극'이라는 이 영화의 마케팅 용어를 고려한다 해도 지나치게 유아적이다.

이야기의 흐름상 연기 앙상블이 중요한데도 배우들의 팀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이정재와 김석훈이 보여주는 코믹 건달 연기는 새롭지만 '오버' 기색이 강하고, 유일하게 진지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이원종과는 어색한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세상 밖으로'(1994) '미인'(2000) '비단구두'(2005) 등을 만들었던 여균동 감독의 신작. 영화에서는 연출뿐 아니라 연기(짝귀 역)까지 했는데, 천둥과의 대결로 의식을 잃은 뒤 보여주는 혼수상태의 얼굴 표정 연기만큼은 일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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