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쾌도 홍길동②]사극 아닌 사극...낯선 '퓨전'의 맛에 취하다

홍자매의 만화적 상상력, 패러디...'쾌도 홍길동'의 유쾌한 발칙함
  • 등록 2008-03-27 오전 10:12:56

    수정 2008-03-27 오후 1:51:31

▲ 26일 24회로 종영한 KBS 2TV '쾌도 홍길동'(사진=KBS)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KBS 2TV의 ‘쾌도 홍길동’이 24회로 26일 막을 내렸다. 현대어 대사와 만화적인 캐릭터 등 기존 사극의 엄숙함과 관습을 버리고 사극의 이단이 되길 자처한 ‘쾌도 홍길동’. 이 발칙한 실험정신으로 인해 시청률 대박의 꿈과는 일찌감치 안녕을 고해야 했지만 ‘쾌도 홍길동’은 작품성을 바탕으로 지난 MBC ‘다모’가 그러했듯 마니아라는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쾌도 홍길동’은 제작 단계에 있을 때만 해도 스타 작가 홍자매와 강지환, 성유리, 장근석 등의 배우들이 캐스팅돼 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모았다. 하지만 이런 성대한 관심 속 평균 10%대의 시청률을 보이며 조용하게 마감한 ‘쾌도 홍길동’을 두고 ‘시작은 창대하였으나 끝은 미약하였다’고 단정 지을 수 없게 하는 이유는 작품이 가진 장점들을 그냥 묵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 패러디와 만화적 상상력...사극 ’쾌도 홍길동’, 넌 누구냐?

‘쾌도 홍길동’은 제작 초기부터 역사의 고증이 아닌 ‘창작’을 원했다. 만약 역사의 고증이란 정곡법을 택했다면 10여 년 전에 SBS에서 방송된 바 있는 ‘홍길동’과 다를 바 없었을 것이며, 현재 방송 중인 MBC ‘이산’, SBS ‘왕과 나’같은 정통 사극과의 구별 짓기도 어려웠을 것이란 것이 이정섭 피디의 말이다.

작가 홍자매와 이정섭 피디는 이에 ‘쾌도 홍길동’의 콘셉트를 ‘사극 같지 않은 사극’으로 잡았다. 이 콘셉트를 실현하고자 제작진이 선택한 것은 사극의 표현 방식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

제작진은 먼저 ‘쾌도 홍길동’에 패러디와 만화 같은 장면을 곳곳에 배치하여 사극과 시트콤의 경계를 넘나들었다. ‘쾌도 홍길동’은‘심청전’과 ‘장화홍련전’등 고전을 극 중에서 패러디하는데 그치지 않고 심지어는 최근 한 인터넷 통신 업체의 CF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지난 1월 3일 방송된 극 중 허이녹(성유리 분)의 사부로 나오는 허노인(정규수 분)과 길동(강지환 분)의 사부 해명스님(정은표 분)의 대결 장면이 그 것. 두 사람은 축지법을 통해 누가 더 빨리 가나라는 경쟁을 하며 뒤처진 해명 스님은 한 이동 통신 광고 속 카피에 나오는 “지금 필요한 건 뭐?”라는 말을 하며 앞서간 허노인을 추격한다.

이외에도 ‘쾌도 홍길동’은 지난 2월 13일 방송에서는 성유리가 한 샴푸 광고의 ‘난 소중하니까’를 패러디에 시청자들을 폭소케 하기도 했다.

‘쾌도 홍길동’엔 패러디 이외에도 작가 홍자매 특유의 만화적 상상력이 사극을 시트콤화하고 있다.

지난 1월 30일 방송된 9회에서는 드라마 초반 길동이 축지법은 물론 노파와 소로 변하는 둔갑술을 부리는 장면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코믹하게 표현해 만화책의 한 페이지를 보는 느낌을 주었다.

또 같은 회에서 길동은 부패한 남원 부사를 혼내주는 장면에서 “박대동길홍도쾌, 박대동길홍도쾌”라는 염불을 외우는 장면을 배치하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했다. 이 주문을 거꾸로 읽으면 ‘쾌도 홍길도 대박’이 되기 때문이다.

▲ 의상을 통해 '퓨전의 맛'을 알려준 KBS 2TV의 '쾌도 홍길동'(사진=KBS)

 
◇ ‘쾌도 홍길동’, 사극의 묵은 옷을 벗다

‘쾌도 홍길동’이 선보인 의상과 소품은 사극의 또 다른 파격을 선언하기도 했다.

길동은 그야말로 ‘사극계의 노홍철’이라 불릴 만큼 과감한 패션을 선보였다. 길동은 극 중에서 오렌지색 선글라스를 망설임 없이 끼고 나오며, 옷은 고급스럽진 않지만 기본 의상에 여러 벌을 겹쳐 있는 레이어드 룩을 뽐낼 줄 아는 패셔니스타다. 극 중 엑스트라 급인 포졸 또한 검정색과 하얀색 의상의 기본 배색을 버리고 빨간색 의상을 입고 나오는 등 ‘쾌도 홍길동’은 그 어떤 작품보다 의상에 신경썼다.

이런 시도에 대해 홍정은 작가는 “원래대로 하자면 길동은 머리를 땋아야했고 옛날 옷을 입어야 했겠지만 그렇다면 이 드라마 전개와 전혀 어울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혀를 내둘렀다.

이정섭 피디는 “길동의 경우 극 초반에는 까칠한 성격으로 나오기 때문에 너덜너덜한 의상을 주로 입었다”며 “길동을 포함해 다른 배우들도 캐릭터를 좀 더 살리기 위해 많은 색의 대비를 두어 눈에 띄는 의상과 소품을 준비하게 됐다”고 이유를 전했다.

◇ ‘쾌도 홍길동’, 과거와 현재를 같은 시간 속에 버무리다

앞서 지적한 것들이 형식적인 면에서의 ‘쾌도 홍길동’의 차별화였다면 홍길동은 작품 내용 또한 정통 사극과는 노선을 달리 하고 있다.

먼저 길동이란 캐릭터의 재해석. ‘쾌도 홍길동’은 길동을 고전 속 완벽한 의인으로만 그리지 않았다. 극 중 초반 길동은 주색을 즐기며, 이기적인 캐릭터로 변형되었다. 신분 격차의 불평등으로 인한 사회 개혁만을 강조하기 보단 이녹과의 로맨스를 추가하는 등 인간 길동의 모습을 부각하기도 했다.

드라마는 과거에만 머무르지 않고 현실을 풍자하기도 했다. ‘쾌도 홍길동’은 지난 20일 방송에서 “십자 인대가 파열됐다”, “국적이 청나라다”며 양반들이 군면제를 건의하자 길동은 “이제부터 양반들도 군에 가야한다”며 양반들을 군사 훈련에 동원했다.

끊임없이 논란이 되고 있는 사회 고위층과 연예인들의 병역 비리 논란을 작가들이 사극을 빗대 풍자한 것이다.

이정섭 피디는 이를 두고 “조선시대나 지금이나 달라진 것은 없다. 지배층과 피지배층은 항상 존재한다”며 “조선시대로 돌아가서 현실을 풍자해 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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