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전까지의 호투에 비하면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송은범은 최근 4연승은 물론 6월2일 문학 현대전부터 20일 사직 롯데전까지 23이닝 연속 무실점 행진을 해왔다. 시즌 방어율이 0.95에 불과했다.
최고 150km의 묵직한 직구는 물론 힘을 빼고 던지는 능력까지 보여주며 기대치를 크게 끌어올렸다. 될듯 될듯 되지 않던 지난 날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변화의 원동력은 심리적 안정감이었다. 김성근 SK 감독은 "스프링캠프 연습경기 까지만 해도 허무하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주며 스스로 무너지곤 했다. 그러나 이젠 그런 모습이 나오지 않는다. 그만큼 단단해져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
송은범도 "스프링캠프때 감독님의 정신 교육을 들으며 많은 것을 느꼈다. 모두 내 얘기 같았다. 새로운 목표가 생겼고 더 노력하게 됐다"고 털어놓았다.
다시 26일 경기로 돌아가보자. 송은범은 2회까지 6타자를 완벽하게 막아냈다. 삼진은 하나 뿐이었지만 나머지 타자들은 모두 플라이로 솎아냈다. 힘에서 우위를 보였다는 뜻이다.
그러나 3회들어 송은범은 다른 투수가 됐다. 1사 후 강민호에게 중전안타를 맞은 뒤 흔들리기 시작했다. 강민호가 폭투로 2루까지 나가자 더욱 흔들렸다. 투 아웃까진 잘 잡고도 정수근과 이원석에게 연속 볼넷을 허용해 만루 위기를 자초했다.
이 볼넷이 나빴던 이유는 또 있다. 모두 스트레이트 볼넷이었다는 점이다. 어렵게 승부를 가져가다 어쩔 수 없이 내보낸 것이 아니라 스스로 도망가다 자초했다는 의미다. 결국 송은범은 3번 정보명에게 싹쓸이 2루타를 맞고 무너졌다. 김 감독이 가장 좋아진 점으로 꼽았던 부분이 한순간에 사라진 셈이었다.
결국 강민호에게 득점권 출루를 허용한 뒤 '한점도 줘선 안된다...'는 강박관념이 송은범에게 부담으로 작용했음을 알 수 있다.
오히려 그 이유 뿐이라면 다행일 수 있다. 어차피 기록이 깨진 만큼 다음 경기부터는 또 '달라진 송은범'으로 돌아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순히 경기 자체에 대한 부담으로 무너진 것이라면 문제는 심각해진다. 좋지 않았던 시절로의 회귀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송은범은 얼마 전 이런 말을 했다. "덥고 지치다가도 스프링캠프 생각을 하면 오싹해지며 힘이난다. 겨울에 흘린 땀이 억울해서도 더 높이 올라가야 한다." 송은범이 자신의 말대로 다시 날아오를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