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동남아 4개국 '이변 아닌 이변 연출 중'

  • 등록 2007-07-09 오후 1:16:56

    수정 2007-07-09 오후 2:29:07

▲ 2007 아시안컵대회에서 이변을 기대하는 태국 대표팀 [로이터/뉴시스]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지난 달 15일 핌 베어벡 대표팀 감독은 2007 아시안컵 최종 엔트리를 발표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다소 걱정스럽게 “인도네시아도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를 하고 있다. 이미 10주 정도 합숙훈련을 한 것으로 알고 있다”는 말을 했다.

같은 조에 속한 국가들에 대한 대비책을 묻는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였다. ‘인도네시아가 조 약체로 꼽히기는 해도 방심해서는 안된다’는 뜻이 담겨 있었다. 이때만 해도 베어벡 감독의 말을 귓전으로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인도네시아 정도야’ 하는 생각이었다.
.
하지만 베어벡 감독의 당시 이야기를 되새겨야 할 것 같다. 2007 아시안컵을 공동 개최하는 태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 4개국이 벌써 이변을 일으켰거나, 일으킬 기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동남아 4개국’ 열풍은 지난 7일 태국이 대회 개막전에서 중동의 난적 이라크와 1-1로 비기면서 불기 시작, 8일 베트남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2-0으로 제압하면서 강도가 부쩍 높아졌다. 프랑스 출신의 명장 브루노 메추 감독이 이끄는 UAE는 중동 국가들이 겨루는 걸프컵에서 올해 정상을 차지, 이번 대회 다크호스로 꼽혔었다.

▲만만해 보였다.
동남아 4개국은 개최국임에도 불구, 전통적으로 한국과 일본 중국이 축을 이루는 동북아시아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하는 중동세에 밀려 크게 주목을 받지 못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6월 랭킹도 태국이 122위, 베트남 142위, 인도네시아 143위, 말레이시아 149위 등으로 이번 대회에 출전한 16개국 가운데 밑에서 부터 1~4위다. 우승후보 5개국으로 꼽히는 일본(40위), 이란(47위), 호주(48위) 한국(51위) 사우디아라비아(62위)와는 차이가 크다.

호주의 축구전문 잡지 ‘포포투’가 아시안컵 특집을 다루면서 이들 4개국에 내린 평가도 혹독했다. '8강 진출 가능'이라고 예상한 국가가 없었다.
 
이 잡지는 태국에 대해 “홈팀은 항상 위험하지만 같은 조의 오만과 이라크를 제치고 호주에 이어 2위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고, 베트남은 ’8강 진출이 극히 어려울 것‘이라고 단언했다.

아직 경기를 갖지 않았지만 인도네시아를 두고는 ‘조별리그 3경기를 모두 폭우속에 치르지 않는한 8강 진출 가능성은 없다’고 했고, 말레이시아는 ‘조별리그 탈락을 면하기 위해 분투할 것’ 정도로 예상했다.

하지만 첫 경기 결과만 놓고 보면 이 잡지의 예상은 빗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변만은 아니다.
동남아 4개국의 돌풍은 이미 감지됐다. 대회를 앞두고 가진 각종 평가전에서 만만치 않은 전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태국은 올해 가진 4차례 A매치에서 2승1무패를 기록했다. 상대국도 간단치 않았다. 지난 5월 16일 중국을 1-0으로 꺾었고, 6월 6일에는 한국이 0-2로 패했던 네덜란드에 1-3으로 졌다. 또 중동의 카타르와는 6월 30일 0-0으로 비긴 뒤 지난 2일에는 2-0으로 이겼다. 이라크와 비긴 것을 두고 이변이라고만 할 수 없는 전력이었다.

베트남은 지난 달 가진 두차례 A매치를 모두 이겼다. 지난 달 24일 세르비아 몬테네그로 출신의 명장 보라 밀루티노비치 감독이 이끄는 자메이카(FIFA 랭킹 68위)를 3-0으로 대파했고, 30일에는 한국과 같은 조인 바레인과 치열한 공방전끝에 5-3으로 승리했다. 전적으로만 보면 UAE를 꺾는 것도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던 셈이다.
 
한국과 같은 조인 인도네시아도 상승세다. 지난 달 집중적으로 치른 4차례 A매치에서 3승1패의 성적을 거뒀다. 1일 홍콩을 3-0으로 완파한 데 이어 21일 역시 자메이카를 2-1로 눌렀고, 24일에 오만에 0-1로 패하긴 했지만 30일 아프리카의 라이베리아(FIFA 랭킹 138위)를 2-1로 눌렀다. 오만은 8일 호주를 거의 잡을뻔 하다 1-1로 비긴 팀이다. 베어벡 감독이 경계심을 드러낸 이유가 있었다. 

말레이시아는 상대적으로 4개국 가운데 가장 처진다. 지난 달 18일 캄보디아를 6-0으로 대파했으나 캄보디아의 전력이 한수 아래이기 때문에 평가하기 힘들고 21일 UAE에 1-3, 28일 자메이카에 0-2로 패했다. 목타르 다하리, 소친온 등이 활약하며 한국과도 팽팽하게 맞섰던 70년 대 수준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유가 있다.
이들의 약진에는 이유가 있다. 기후 잔디 등 홈의 이점도 있지만 대회 개최국으로서 자존심을 걸고 철저하게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베트남은 1998년 동남아시아 타이거컵에서 팀을 사상 처음 결승에 올려 놓은 오스트리아 출신의 알프레드 리에들 감독을 아시아컵 유치를 확정한 뒤 다시 불렀다. 리에들 감독은 지난 2004 아시안컵 예선때 움베르투 코엘류 감독이 사령탑을 맡은 한국을 1-0으로 제압, 코엘류 감독 조기 퇴진의 빌미 가운데 하나를 제공한 감독이다.

인도네시아 또한 2004년 중국 대회에서 카타르를 2-1로 꺾고 아시안컵 출전 사상 첫 승을 일군 불가리아 출신의 이반 콜레프 감독을 다시 모셨다. 대회 개막 6개월을 남긴 시점이었다.

또 태국은 독일에서 2주, 말레이시아는 호주에서 3주 동안 전지훈련을 실시하면서 남다른 준비를 해왔다. 홈팬들의 열광적인 응원을 등에 업는 것은 4개국의 공통점이다.

한국이 2002년 한일 월드컵에서 안았던 이점, 준비했던 내용과 비슷한 점이 많은 대목들이다. 당시 한국의 월드컵 4강은 아무도 예상치 못했다. 동남아 4개국 또한 그들로선 한국의 4강 신화에 못지않은 신화를 쓰기 위해 만반의 대비를 한 상황이다. 지켜 볼 필요가 있다.

▶ 관련기사 ◀
☞[자카르타 리포트 2] '그래도 한국 축구는 강하다'...인니 기자의 경외감
☞[자카르타 리포트1신]'베어벡호, 출정의 닻을 올리다'
☞[김삼우의 사커in] 외상 비행기 탄 1회 대회 선배는 아시안컵 안고 왔는데...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집중'
  • 사실은 인형?
  • 왕 무시~
  • 박결, 손 무슨 일?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