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무서운 아이' 김현수(20.두산)가 또 한번 상식을 뛰어넘었다. 실력이 있다면 어디서건 주눅들거나 위축될 것 없다는 당당함을 뽐내며 대한민국 야구에 기념비적인 승리를 안겼다.
김현수는 이제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2년에 불과한 선수. 그나마 신고선수라는 한계 탓에 지난해 6월까지는 1군 무대를 밟아보지도 못했다. 이제 프로에서 만 1년을 뛴 선수였던 셈이다.
올시즌 한국 무대에선 펄펄 날았다. 3할4푼4리의 타율로 전반기를 타격1위로 넘어서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그의 장점은 단점이 특별히 두드러지지 않는다는 점. 큰 기복 없이 꾸준히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하는 것이 가장 큰 힘이다.
김경문 감독은 "다른 선수들은 4할을 넘어서다가도 3할 초반까지 급격히 떨어지곤 했는데 김현수만은 꾸준히 제 자리를 지켰다. 그것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선수"라고 높게 평가했다.
하지만 김현수는 달랐다. 잠실벌을 펄펄 날던 그 모습 그대로 베이징벌을 누볐다.
김현수는 16일 우커송 구장에서 열린 일본과 예선리그 경기서 딱 한타석에 들어섰지만 그 한번의 타격으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어지간한 선수, 그것도 김현수 정도의 경험이 전부라면 간이 콩알만해져 평상시의 반도 제 실력을 보여주지 못했을 터.
김현수는 똑같았다. 한국에서 그랬던 것 처럼 확실히 자신의 스트라이크존을 지켜가며 침착하게 대응했다.
초구 몸쪽 슬라이더를 힘껏 돌려 파울을 만든 뒤 2구째 바깥쪽 유인 직구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3구째. 몸쪽에서 가운데로 떨어지는 변화구를 슬쩍 걷어올렸고 타구는 중견수 앞에 떨어졌다.
이때 2루주자 김동주가 힘차게 홈으로 파고들어 세이프. 기세가 오른 한국은 이후 2점을 더 뽑으며 승기를 확실하게 낚아챌 수 있었다.
이전 숱한 찬스에서 선배들이 보여주지 못했던 침착성을 이제 만 스무살의 청년이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준 것이었다. 김현수의 상식을 뛰어넘는 활약은 남은 경기서도 대표팀에 큰 힘이 될 것이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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