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시니컬한 표정을 짓고 있죠. 오랜 시간 지켜본 것은 아니지만 크게 웃는 모습을 본 기억이 없습니다. 농담을 걸어도 슬쩍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주는 정도죠.
이용규하면 늘 같이 떠오르는 이름이 있습니다. 바로 이종범 선수 인데요.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면 살가운 선.후배 사이라기 보다는 동등한 경쟁자 같은 느낌이 들 때가 많습니다. 이용규 선수는 '이종범'같은 대선배 앞에서도 기죽을 스타일이 아니죠. 따져보니 둘의 나이 차이가 15년이나 나더군요.
이용규 선수가 KIA로 트레이드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일입니다. 이종범 선수가 함께 방을 쓰던 이용규 선수의 취미인 일본 야구 오락에 대해 입을 열었습니다.
"지금 네가 하는 그 게임에 (일본 프로야구 게임은 실제 시즌 데이터를 입력, 매년 새로운 버전이 나옵니다.) 형도 나온 적 있다. 그때 능력치가 꽤 높았어."(실제로 이종범 선수는 98년 버전에서 리그 최강 톱타자 중 한명입니다.)
이용규 선수의 반응이 의외였습니다. 그저 시큰둥하게 그를 바라보기만 하더군요. 눈빛으론 "에이, 거짓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았습니다.
더 놀란 건 이종범 선수의 반응이었습니다. 그저 너털 웃음만 지어보이더군요. 한 말이라곤 "얘가 진짠데 안 믿네"가 고작이었습니다. (이종범 선수도 그저 맘씨 좋은 동네 형 스타일은 절대 아닌데 말이죠.)
실제로 이용규 선수는 이종범 선수가 아끼는 후배들 중 이용규 선수는 꽤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유는 "크지 않은 체구지만 어떻게든 이겨보기 위해 독 품고 정말 열심히 하는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사실 요즈음 이용규 선수는 별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아직 선발로 한번도 출장하지 못했죠.
혹 사진들이 어쩐지 쓸쓸하게 느껴지셨다면, 그건 제 기술이 모자란 탓도 있지만 실제로 이용규 선수는 지금 훈련 때 덕아웃에 가장 늦게까지 남아있어야 하는 백업선수이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용규 선수가 아무 것도 안하고 있을거라 생각하시면 큰 오산입니다. 가만히 칼을 갈며, 대주자라도 기용됐을 때 정말 최선을 다해 힘껏 내달려 주는 것 만으로도 대표팀엔 큰 힘이 됩니다.
대표팀은 각 팀별 특급 선수들의 모임입니다. 하지만 경기에 선발 출장할 수 있는 숫자는 제한돼 있죠. 그들 중 주전을 고른다는 것은 참 어려운 일이지만 꼭 해야 하는 일이기도 합니다.
경쟁에서 밀린 선수가 소속팀에서의 입지만 생각해 몽니를 부린다면 대표팀은 어떻게 될까요.
이용규 선수를 포함해서 이번 대표팀에선 그런 분위기를 느끼기 어렵습니다. 그 정도 욕심 쯤 잠시 접어두어도 좋다는 걸 알고 있는 듯 합니다. 아마도 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의 경험이 우리 선수들에게 많은 걸 가르쳐준 것은 아닐까요.
하지만 기회가 오지 않더라도 힘을 내주기 바랍니다. 그저 지금처럼만 든든히 지켜주면 됩니다.
참, 이용규 선수에게 "혹 대표팀 오기 전에 이종범 선배가 조언해 준 것 없느냐"고 물었습니다. "대표팀에서 너무 페이스를 무리하게 올리면 시즌에 지장이 될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했다더군요.
실제로 이종범 선수는 1회 WBC에서 4할의 맹타를 휘둘렀지만 정작 정규 시즌엔 페이스가 떨어져 고생한 경험을 갖고 있습니다.
그에 대한 이용규 선수의 답이요? "괜찮아요. 전 젊으니까요." 였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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