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지섭 "난 51점짜리 배우" 냉소가 깃든 우울한 매력

"송승헌에 묻혀, 조인성에 밀려 '만년 2인자'로 남나보다 했죠"
배우지망 깡패役으로 첫 주연 관객·평단 모두 높은 점수
  • 등록 2008-09-10 오전 10:25:23

    수정 2008-09-10 오전 10:25:34


[조선일보 제공] "이번 제 연기 점수요? 51점요."

소지섭(32)의 눈이 가늘어졌다. 이 '51'이라는 숫자, 처음 듣는 게 아니다. 그를 톱스타로 만들어준 KBS 드라마 '미안하다 사랑한다'(이하 '미사'·2004)를 찍으면서 "내 연기는 51점"이라고 밝힌 적 있다. '연기에 대한 불만족보다는 만족이 조금 커졌다'는 이유에서였다. 공익근무를 마친 뒤 4년 만에 돌아온 그의 자기평가가 그대로 51점이라니.

8일 서울 압구정동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반환점을 돌아 이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자신을 한껏 낮추는 듯 하지만 그에게 있어 '51'이라는 숫자는 어쩌면 자기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인지도 모른다.

11일 개봉할 영화 '영화는 영화다'는 그의 자신감의 원천이다. 영화에서 배우를 꿈꾸는 깡패인 '이강패'를 맡아 깡패 못지않게 주먹을 휘두르는 스타 '장수타'(강지환)와 영화 한 편을 찍는다. 이 노골적인 작명법에서 오는 페이소스를 뛰어넘어 둘은 마치 하나가 된 듯 서로의 숨겨진 모습을 발견해 간다. 거칠기만 할 것 같은 이 수컷 드라마에서 그는 냉혈하면서도 고독하고, 남성미 물씬 풍기면서도 여린 듯 모성애를 한껏 자극하며 관객의 시선을 장악한다. 제작비 15억원 영화라 개런티도 적었지만, 그걸 모두 투자해 '제작자'로도 이름을 올렸다. 허무했던 데뷔작 '도둑맞곤 못살아'(2002) 이후 첫 주연 작품. 관객과 평단은 그에게 높은 점수를 주고 있다. "그러면 안 될 것 같아 재촬영 여러 번 했는데 여전히 멋있게 나왔냐"며 심각한 듯 이마에 주름을 세웠지만, 좋아하는 표정이 더 많이 보인다.

그를 톱스타로 만들긴 했지만 '미사'의 주인공 무혁 이미지는 커다란 짐이었다. "덕분에 장훈 감독님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웃었다. "제가 시나리오 한 번 보고 잘 외우지 못하는 스타일이거든요. 바쁜 감독님 계속 붙잡아 놓고 리딩 연습했죠." 그래서였을까. '미사'의 이경희 작가가 시사회가 끝난 뒤 "무혁이가 이젠 안 보인다. 조금 섭섭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그는 홀가분하다.

지금은 톱스타의 여유가 묻어나지만 그에겐 '만년 2인자'의 꼬리표가 붙어 다녔다. 1995년 청바지 브랜드 스톰 모델로 송승헌과 함께 발탁됐지만, 큰 인기를 끈 송승헌과 계속 비교되기만 했다. 데뷔 초엔 작은 눈 때문에, 쌍꺼풀 수술을 하자고 우기는 매니저와 자주 싸우기도 했다. 그에게서 '배우'를 발견할 수 있었던 '발리에서 생긴 일'(2004)이 끝나고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조인성에게 밀리면서 이렇게 생각했다고 한다. "나 이렇게 (일일극에 가끔 출연하면서 살아가는) '생활 연기자'로 인생 마무리하는구나…."

'연기만 하다 죽고 싶다'는 배우도 있는데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연기가 정말 좋고 이제 재미를 찾기 시작했지만, 연기를 오래 할 생각도 없어요. 결혼하면 다른 길을 찾아볼지도 모르겠어요."

그렇다고 당장 결혼할 생각은 아니다. "제 주변에 갔다 온(이혼) 분들이 왜 그리 많은지. 저 어릴 때 어렵게 살았거든요. 그래서인지 행복한 모습이 잘 안 그려져요." 표정 속 깊은 우울의 근원은 환경에서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그의 얼굴에 홀어머니를 모시며 가장 역할을 해야 했던, 30만원짜리 월세 방에서 살았던 그 때가 살짝 스쳐가는 것 같다.

그는 요즘 자신의 이름이 등장한 기사며 각종 블로그를 빠짐없이 읽는다. "몇몇 블로그에서 '꽃미남들'이라며 사진을 올렸던데, '쟤(소지섭)는 제외'란 댓글이 많더라고요. 그런 댓글 정말 좋아요. 제가 무슨 꽃미남이에요. 주변에선 제가 때를 잘 만났다고 해요. 워낙 밋밋해 10년만 일찍 태어났어도 인기 못 얻을 얼굴이라나." 그래서인지 '리틀 소지섭'이라고 불리는 유승호군에게 정말 미안하다. "게다가 전 '제2의' 같은 소리 정말 싫어하거든요. 얼마 전 뮤직 비디오 촬영장에서 승호를 만나게 돼 '미안하다'고 했어요."

사실 그는 '단답형' 배우로 유명하다. 그가 이렇게 말이 많아진 건, 잘 나온 영화에 대한 기대감 때문일 것이다. 그는 얼마나 바라고 있을까. "이번 영화요? 100만 명만 넘었으면 좋겠어요. 어휴. 진짜 친한 형들(송승헌, 권상우) 영화 찍는 거 봤는데요. 100만 넘는 거 정말 힘든 일이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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