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동원, "부드러워진만큼 단단해졌죠"(인터뷰)

  • 등록 2010-11-02 오전 10:07:26

    수정 2010-11-02 오전 10:23:40

▲ 강동원

[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 "부드러워진만큼 단단해지고 있어요. 내면이 단단해지니까 확실히 부드러워지더라구요"(웃음)

강동원은 누가 뭐래도 완벽주의자다. 인터뷰를 할 때도 그렇다. 왠지 차가울 것 같은 첫인상과 달리 느릿한 듯 순박한 어투로 말을 이어갈 때면 의외성이 느껴진다.

그러나 천천한 말투 속에서도 단어 하나 허투루 입 밖에 내놓지 않는-잘못된 표현이라 생각하면 이내 고치는-모습은 다시 한번 그의 완벽주의적인 성향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그런데 이 남자, 조금씩 부드러워지고 있다. 2007년작 'M'(감독 이명세)에 이어 지난해 '전우치'(감독 최동훈) 올해 '의형제'(감독 장훈)까지 최근작을 거치면서 수많은 이들과의 만남 속에서 얻은 풍화작용 탓이었을까.

스스로도 "촬영장이 이제는 행복한 직장"이고 "한 곳을 함께 바라보고 가는 벤처기업"같아 가장 마음 편하다는 얘기에서도 드러나듯, 조금 날이 서 있던 20대 후반의 그는 한 작품, 한 작품을 거치며 이제는 좀더 여유로워진 모습으로 만 서른을 앞두고 있다.

"매번 다른 캐릭터로 관객들과 만나왔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는 그가 이번에 선택한 역할은 평범하고픈 마음을 지닌 초능력자 초인 역. 신예 김민석 감독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눈으로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초능력자(강동원)가 자신의 능력이 통하지 않는 사람(고수)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두 남자의 대결을 담고 있다.

-영화 속 초인은 남들과 다른 능력으로 인해 평범하고 싶지만 그렇지 못한 인물이다. 배우 강동원과 얼핏 보면 비슷한 상황이라는 생각도 드는데

▲그렇진 않다. 나는 평범하게 살고 싶진 않다. 다만 일이 좋으니까 사생활적인 면에서 어느 정도 불편함은 감수한다. '길거리 안 걷고, 사람들 많은 데 좀 안 가면 어때'란 식으로 생각한다. 내 사생활만 지켜지면 얼마든지 행복할 수 있을 것 같다.

-원치 않게 사생활이 노출되는 데 대한 스트레스가 늘 있다고 했었는데

▲어느 정도 선만 지켜지면 괜찮지만, 여전히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최대한 즐겁게 해야 하니까 일할 땐 현장에서는 정말 신나게 촬영한다.

▲ 강동원
-신예 감독인데 어떤 면이 끌려서 같이 작업하게 됐나

▲시나리오만 보고 감독님을 처음 알게 됐는데 뭔가 이상한, 굉장히 괜찮은 분이 있다는 느낌이었다. '아, 눈으로 확인해야겠다' 싶어서 봤는데 '진짜'라는 느낌이 들어 바로 하기로 했다.

-시나리오의 어떤 면이 가장 매력적이었나

▲초능력이라는 소재를 새롭게 풀어간 면이 흥미로웠다. 신선한 소재를 익숙한 방식으로 풀어나갔달까? 그래서 판타지적인 소재 자체보다 드라마가 더 센 작품이다. 사람의 마음이 아닌 머리를 조종하는 캐릭터라 풀리고 나면 기억을 못 한다. 그러다보니 초능력자인데 최면술사 같은 느낌도 들고…집단 최면적인 부분도 있다. 인물에 더 포커스를 맞춘 부분도 인상적이었고.

-고수와 첫 연기 호흡은 어땠나

▲예전에 송강호 선배와 '의형제'를 찍을 때는 경쟁의식도 있었다. 뭔가 선배랑 붙어서 잘 해보고 싶은 젊은 객기랄까.(웃음) 그런데 이번엔 선배님이긴 하지만 또래 비슷한 느낌이 있어서 그런지 '재밌게 같이 만들어나가 보자'란 생각이 컸다.

고수 선배님은 나랑 성격이 많이 다른데 그래서 더 잘 맞았던 것 같다.

-겉으로 별다른 표현이 없는 캐릭터가 더 어렵지 않나. 이번 '초능력자' 속 초인은 어땠나

▲처음부터 좀 자신이 있었다. '의형제' 때 '아무것도 표현 안 해도 괜찮구나'란 걸 깨달아서인지 편하게 마음껏 속시원하게 연기한 기분이랄까(웃음)

-개봉이 코앞인데 자신감은 많이 있나

▲감독님한테 엊그제 연락이 왔는데 '자신있으니까 자신감 넘치게 있게 인터뷰 하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지금까진 자신있게 했으니까 낼부턴 자만하면서 하겠다"고 했다.(웃음)

▲ 강동원
-'전우치' '의형제' 등 전작으로 1년 만에 1000만 배우가 됐다.

▲음…1170만이라고 해 달라.(웃음) 뿌듯하고 기분 좋다. 하지만 단지 흥행 스코어가 내게 큰 의미를 가져다 주는 것 같지는 않다.

-'강동원을 닮고 싶다'는 후배들도 그새 많이 생겼는데

▲뭐 그냥 말이 그렇다는 걸 텐데…나를 닮고 싶어하지 말고 나보다 잘 해야지. 내 밑의 친구들인데 당연히 그래할 것 같다.

-'한국영화가 최고가 됐으면 한다'는 얘기도 했던 것 같은데 영화에 대한 책임감이 많이 생겼나

▲가지고 있는 역량에 비해 한국 영화가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는 억울함 같은 부분이 일하다 보니 느껴진다. 그래서 이전에는 하기 싫은 건 하지 말자는 생각이었다면 지금은 책임감에서 영화 외적인 여러 부분도 고려하게 된다.

-흥행력이나 연기력 모든 면에서 이제 전성기를 맞은 것 같은데 입대하려니 아쉬운 마음 들지 않나

▲전성기라고 하긴 그렇고 이제 시작할 만 하다 정도다. 그러니까 다녀온 후 딱 시작하면 되지 않을까 싶다.(웃음)

-팬들도 많이 줄어들까?

▲원래 팬카페 회원 수가 30만 명 정도로 단일 연예인 중에 가장 많다고 들었었는데 지금은 25만 정도로 떨어졌다. 아마 앞으로도 쭉쭉 줄 것 같다.(웃음) 여자의 마음은 갈대니까, 어쩔 수 없다 싶기도 하고 그렇게 돌아설 팬이면 진짜 팬은 아니라는 생각도 든다.(웃음)

인터뷰 말미, 배우로서 자신의 계획대로 그림이 잘 그려지고 있는 것 같은지를 물으니 "그렇다"는 대답이 돌아온다.

스스로에게 꼼꼼하고 계획적인 완벽주의적인 성향이 어느 순간 부러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언젠간 그럴 수 있다는 각오도 하고 있다"며 "그 때는 다시 세우면 될 것 같다"며 웃음짓는다.

이제 막 전환기를 맞은, 대형 매니지먼트 시스템이나 자신의 이미지를 소진시킬 수 있는 모든 유혹을 뿌리치고 스스로 길을 개척해 온 그가 10년 후쯤엔 자신이 얘기했듯 '괴물같은' 배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예감을 느끼며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사진=권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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