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조연' 성동일이 고집하는 세 가지 색 연기(인터뷰)

  • 등록 2010-06-29 오후 12:03:04

    수정 2010-06-29 오후 12:45:59

▲ 성동일

[이데일리 SPN 장서윤 기자] 7월 개봉하는 영화 '마음이2'(감독 이정철), 하반기 시작되는 드라마 '도망자'와 '페스티벌', 촬영을 준비중인 영화 '아이들'까지.
 
요즘 성동일은 누가 뭐래도 충무로와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눈코 뜰새 없이 바쁜 배우 중 한 명이다.
 
스스로는 동물이 주인공인 영화 '마음이2'의 동물 배우보다 출연료가 적다며 너스레를 떨지만 변화무쌍한 연기와 재치있는 애드리브 분야에서 그를 '최고'라고 지칭하는 데 이의를 달 사람은 없어보인다.

특히 지난해 영화 '국가대표'에 이어 올해 KBS 드라마 '추노'까지 작품의 인기를 견인하는 데는 성동일이 중심에 서 있었다. 그러나 최근 인터뷰에서 만난 그는 "출연료 단가가 조금 올랐을 뿐 그다지 달라진 것은 없다"며 겸손해했다.

-최근 무섭게 치솟는(?) 인기와 달리 인터뷰는 잘 안 하는 것 같은데

▲사실 남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아 인터뷰는 거의 하지 않는다. 남들은 안 믿겠지만 내성적이고 소심한 성격이라….(웃음) 놀 때도 동네(부평)에서 스테인리스 가공업하는 친한 형님이나 가게 하는 친구 등 동네 사람들이랑 마시는 게 좋다. 얼마 전에는 오랜만에 한 영화 프로그램 인터뷰를 하러 제작진이 우리 동네까지 오셨는데 마땅한 카페가 없어 노래방에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국가대표' '추노' 이후 여성 팬들이 많이 늘어난 것 같다.

▲그런 분들이 계시니까 내가 단가(출연료)가 올랐다. 감사하다.(웃음) 아마도 여자분들이 날 보면 편안함을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떤 역이든 연기할 때 시청자들이 나를 보고 배아픈 감정이 들지 않게 하려고 노력한다. '배고픈 건 참아도 배아픈 건 못 참는다'는 말이 있지 않나? 그런 지혜를 터득한 게 내가 먹고 사는데 도움이 된 것 같다.

-'배아픈 감정이 들지 않게 한다'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얘기 같은데.

▲시청자, 관객들을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있는 척, 아는 척 하지 않고 무게 안 잡고 나대지 않으려고 한다. 내가 부모님에게 물려받은 건 오로지 무좀 하나다.(웃음) 맨손으로 시작해 여기까지 오면서 연기 뿐 아니라 삶의 방법을 많이 생각하게 됐다.

-'배우 성동일'하면 빼놓을 수 없는 게 애드리브인데

▲나보고 감독들이 '출연료가 아깝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촬영장 와서 일하는 게 아니라 실컷 놀다 가는데 왜 출연료를 주냐'는 거다.(웃음) 사실 애드리브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는 스태프들이 만들어줬다. 그래도 나 또한 '추노'에서 이를 더럽게 한다든지 산발한 머리 스타일을 제안하는 등 스스로도 연구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내가 생각하는 애드리브는 '과장돼 있는 진실'인 것 같다. 진실이 없으면 애드리브가 먹히지 않고 그저 장난스러운 말장난이 된다.

-애드리브를 할 때는 대본을 많이 분석하고 가는 편인가, 아니면 현장 분위기에 맡기나

▲나는 대본은 전혀 안 외우는 편이다. 촬영 전날 저녁에 한번 쭉 읽고 전체 내용을 파악한 후 촬영장에서는 일부러 리허설을 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상대방 대사를 듣는다. 애드리브는 0.05초 사이에 성패가 판가름 나는데, 타이밍 조절을 하고 흐름을 타지 못하면 웃음을 주지 못하기 때문이다. 또 미리 앞서가서 모든 대본을 분석하려고 애쓰지 않고 일단 내 얘기만 생각한다. '추노'를 찍을 때도 오지호는 신경도 안 썼다. 나는 장혁만 괴롭히면 되니까.(웃음)

-때로 그런 애드리브가 연기에 방해가 되진 않나?

▲배우로서 딜레마인 것 같은데 나는 일단 해보고 아니다 싶을 때는 다시 시도하지 않는다. 욕심 내지 않고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서 물러나고 또다시 다른 방법을 찾아가는 스타일이랄까. 자신의 것만으로 끝까지 버티는 건 미련한 짓같다.

▲ 성동일
-조연배우로 쭉 연기하면서 어려운 점은 없었나

▲SBS 공채 1기로 연기를 시작했는데 그 때는 조연배우에게 일정하게 요구하는 일정한 연기의 틀이 있었다. 실제로 조연들이 좀 자기 색깔을 내거나 기존과 다른 방식으로 연기하면 연출자들이 '조연답게 연기하라'고 핀잔을 주기도 했다.

그 때에 비해 지금은 배우들의 폭이 많이 넓어져 다행인 것 같다. 예를 들어 송강호, 설경구 씨처럼 호흡이 좋은 연기를 하는 분들이 지금 최고의 자리에 있는 점이 연기자로서 참 좋다. 간혹 연출자들이 내게 "좋은 배우 좀 소개시켜달라"고 하면 늘 "대학로에 가 보라"고 권한다.

-'국가대표'의 하정우, 김지석 '추노'의 장혁 등 함께 한 배우들과 매우 돈독한 것 같다.

▲작품을 할 때 우리집에 안 와본 이들이 없다. 많을 땐 스무 명 넘게도 데리고 와서 함께 술마시고 자고 그랬다. 하정우는 8개월간 '국가대표'찍으면서 친해졌는데 지석이, 동욱이와 함께 술마실 때면 늘 나이 든 나도 끼워줘서 고맙더라.

혁이는 '추노' 끝나고 중국에 드라마 촬영 갔을 때 밤 열두시 넘어 내게 문자를 보냈다. '선배님이 그리워 사무칩니다'라고. 그래서 내가 '아이 생각해 돈 열심히 벌어라'라고 했더니 '외국인 노동자가 자유가 어딨습니까'라고 답이 왔더라. (웃음) 배우들은 사실 '떴다방'같은 존재들이다. 새 작품 촬영하면 그 쪽에 충실해야지 이전에 같이 한 이들에게 집중하기 힘들다. 그래도 마음 속에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어 든든하다.

-식구들에게도 매우 자상한 것 같다.

▲그리 자상하지는 않다. 내가 해줄 수 있는 자상함은 열심히 벌어 살림하는 데 좀더 편하게 해 줄 수 있는 부분 아닐까 싶다. 집사람이나 나나 부모님이 일찍 돌아가셔서 기대고 의지할 데가 없어서 둘이 서로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벌써 8년째 결혼식을 못 올리고 애 둘 낳고 살고 있는데 혼인 신고 날짜를 기억하기 쉽게 12월 25일로 했다. 주위에서는 지금이라도 결혼식을 올리라고 하지만 나는 지금 사는 게 중요하지 주변인들에게 부담 주고 싶지는 않다.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자신만의 비결이 있나

▲촬영장에 가면 나는 늘 오늘은 누구와 술 마실까를 고민한다. 어떤 배우는 스태프들에게 '잘 나오게 해 달라'며 직접 반사판을 사다 주기도 하는데 나는 술을 사준다. 그럼 새 반사판을 갖다 주기 때문이다.(웃음) 사실 배우들은 돈 벌고 이름이라도 알리지만 스태프들을 정말 고생이 많아 가능한 한 내가 술이나 밥도 많이 사려고 한다.

▲ 성동일

-살면서 겪은 여러 굴곡이 연기에도 큰 도움이 됐나

▲나는 집안이 어려워 학교도 제대로 못 다녔고 전교 꼴등도 해봤다. 중학교 2학년 때는 가출도 했었고…(웃음) 그러면서 배운 점이 슬플 때 웃는 법, 화가 날 때 마음을 내려 놓는 법인 것 같다. 사실 힘들고 더러운 꼴을 많이 본 사람일 수록 웃음으로 해결하는 법을 배우게 된다. 정말 힘들 때는 웃고 사는 게 좋은 것처럼 그러려고 한다.

-자신만의 연기 철학이 있나

▲큰 그림을 많이 그려보려고 한다. 지엽적인 연기 변신보다는 나름대로 꼭 내 연기에 집어넣는 세 가지가 웃음과 진지함, 그리고 눈물이다. 어떤 한쪽으로 기울지 않으려고 한다. 보시는 분들이 가끔 갑자기 울었다, 진지하다 웃겼다하는 모습을 보고 헷갈려 하기도 하는데 그런 면을 나는 즐긴다.

-예능 프로그램에도 잘 어울리는 입담을 갖췄는데

▲예능은 5년 전쯤 다섯 개 프로그램까지 해 본 적이 있다. 당시 사기를 당해서 빚 때문에 힘들었는데 몇몇 쇼 프로그램 제안을 받고 얼마간 하면서 빚 갚고 아파트 관리비도 내고 그랬다. 그런데 계속 하면 연기자로는 더 못 갈 것 같다는 생각이 불현듯 들어 5개 프로그램을 모두 접고 기다리면서 연기를 다시 시작했다.

정기적으로 들어오는 출연료는 사실 달콤한 유혹이었지만 연기자로서 가는 게 더 길게, 재밌게 할 수 있겠다 싶었다. 예능이 좋지 않다는 게 아니라 나 스스로 게을러 질 수 있는 면이 있으니까.

-언젠가 직접 작품을 만든다면 어떤 작품을 하고 싶나

▲재래시장같은 느낌이 가장 좋다. 아무리 좋은 연기도 다큐멘터리를 따라갈 수는 없듯, 나도 걸러지지 않은 다큐같은 이야기, 연기를 하고 싶다.
 
(사진=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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