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휴가', 머리 아닌 가슴으로 느끼는 '그 날'의 현장

  • 등록 2007-07-10 오전 10:39:59

    수정 2007-07-12 오후 3:44:36

▲ 영화 '화려한 휴가'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1980년 5월18일. 기자가 어머니 뱃속에서 꿈틀대던 시절, 서울에서 약 300km 남쪽에 있는 전라남도 광주 땅에서는 여느 공포영화보다도 소름끼치고 참혹한 일이 벌어졌다.
 
‘화려한 휴가’(감독 김지훈, 제작 기획시대)는 그때 열흘간의 광주 속으로 깊숙이 들어간 영화다.

5.18 민주화 항쟁 이후에 태어났고, 광주에 가까운 지인 하나 없는 사람이라면 그 날의 현장은 TV나 책을 통해서만 접하는 '먼 이야기'일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화려한 휴가’는 어떤 다큐멘터리도 보여주지 못했던, 그저 ‘수박 겉핥기’ 식으로만 알고 있던 그 날의 진실을 가장 잘 전해주고 있다.

◇ 현대사 현장에 있던 평범한 소시민의 절규

‘화려한 휴가’는 이성이 아닌 감성으로 다가오는 영화다. ‘화려한 휴가’는 나라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고 불의에 맞선 지식인층이 아닌, 소박하고 평범한 삶을 살다 어느 한 순간 내 가족과 내 이웃을 잃은 사람들의 절박한 외침을 담고 있다.
▲ 영화 '화려한 휴가'


세상사 모든 일에 가능한 몸 사리며 살고자 했던 민우(김상경 분)는 짝사랑하는 그녀와 세상에 하나 남은 혈육인 동생을 위해 결국 총을 든다. 민우의 동생 진우(이준기 분)는 친구를 잃은 슬픔에 가두시위에 참여한다.

민우의 그녀이자 간호사인 신애(이요원 분)는 죄 없는 시민들이 죽어가는 것을 볼 수만은 없어 병원에서 거리로 나오고, 신애의 아버지 흥수(안성기 분)는 자신도 전직 군인이지만 군부의 야욕을 보다 못해 시민군을 이끌게 된다.

◇ 주인공보다 더 관객의 마음 울컥하게 하는 그들

“이데올로기보다 5.18 속의 아픔을 다루고 싶었다”는 김지훈 감독의 말처럼 ‘화려한 휴가’의 주인공들은 이념이 아닌 사랑하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싸운다. 그래서 그들에게서는 사명감이나 비장함보다 절박함이 느껴진다.

주인공들의 이야기보다 관객을 울컥하게 만드는 것도 있다. 눈앞에서 죽어간 아버지의 관 옆에서 영정사진을 안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던 어린 소년. 주검이 된 아들의 얼굴을 만져보며 내 아들이 아니라고 울부짖던 눈먼 어머니의 모습.
 
평범한 주인공들보다 더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김상경, 이요원, 안성기, 이준기 등의 연기도 나무랄 데 없지만 특히 노모 역할의 나문희는 마치 다큐멘터리를 보는 듯한 사실적인 연기로 눈물샘을 자극한다.
 
또 박철민, 박원상 콤비는 관객들을 웃겼다 울렸다 하며 자칫 무겁고 침울해 질 수 있는 이야기의 완급을 조절한다.

논설문이나 설명문이 사람들을 이해시킬 수는 있지만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한 편의 수필이나 소설이듯, 영화 후반부 “우리를 잊지 말아주세요”라는 신애의 거리 방송은 세대간 격차를 넘어 누구나의 가슴을 뜨겁게 만든다.

5.18을 새로운 각도에서 바라보게 하는 ‘화려한 휴가’는 26일 개봉된다.
▲ 영화 '화려한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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