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파워스타②]Talent of the year…고현정

'안방극장 휘어잡은 미실의 카리스마'
  • 등록 2009-12-15 오전 8:41:50

    수정 2009-12-15 오전 11:10:18

▲ 고현정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지난 11월 중순 열린 영화 '여배우들'의 제작발표회. 이날 '여배우들'의 출연자 중 가장 연장자인 윤여정은 현장의 스포트라이트가 고현정에게 집중되자 "영화를 찍던 올 봄에는 미실이 뜨기 전이었다"며 "그때만 해도 고현정이 이렇게 될 줄 몰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연기경력 40년이 넘는 윤여정 조차 고현정이 미실 역으로 올 한해 한국 드라마를 주름 잡을지 미처 예상치 못했다는 것을 에둘러 표현한 말이었다.

실제로 한 취업사이트에선 지난 11월26일부터 이달 10일까지 국내외 기업에 재직 중인 20~30대 남녀 직장인 1424명을 대상으로 ‘올 해 가장 기억에 남는 남녀연기자’에 대한 설문조사를 벌였다. 그 결과 고현정은 남성 응답자 중 225표(남 32.8%), 여성 응답자 중 346표(46.8%)를 얻어 압도적인 지지로 여성 연기자부문 1위를 차지했다.

사실, 고현정이 지난 5월25일 시작한 MBC 월화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 역에 캐스팅되었다고 하자 고개를 갸웃거린 방송관계자들이 많았다. 제목 자체가 ‘선덕여왕’인 드라마에서 미실은 결코 선덕여왕처럼 주인공이 될 수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고현정은 ‘선덕여왕’ 출연에 앞서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을 소재로 한 SBS ‘대물’의 여자주인공 물망에 올랐다. 그러나 고현정은 ‘대물’이 제작사와 방송사의 사정으로 제작이 지연되면서 ‘선덕여왕’의 미실을 택했다. 1990년대 ‘모래시계’ 이후 줄곧 여자주인공만 도맡았던 고현정이었기에 그녀의 선택은 더욱 의아하게 받아들여졌다.

화랑세기에 기록된 미실은 신라 3대의 왕과 동침을 했고 남편과 남동생 및 두 아들과 내연의 남자들을 화랑 최고의 영예인 풍월주로 만든 인물이다. 즉 신라가 3국 통일을 앞두던 융성기, 신라 왕실을 치마폭에 감싸며 국정을 농단했던 여성이다. 쉽게 말하면 신라 왕실을 소위 콩가루 집안으로 만들었던 희대의 악녀였던 것. 고현정이 처음 도전하는 팜므파탈적인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을지 여부에 대해 기대와 우려가 동시에 쏟아졌다.

고현정은 지난 5월 초 ‘선덕여왕’의 본격적인 방영에 앞서 “최고 권좌, 권력의 무서운 쟁투와 그 틈바구니에서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은 특히 여성에게 엄청나게 힘들고 외롭고 처절한 일이었을 거라는 생각을 한다”며 “미실은 참 많이 외롭고 고독한 사람이었을 거라 보고 한편으로는 강해보이지만 그 미실의 속은 그런 바깥 환경에 늘 긴장하고 두려움을 가진 여린 인물로 그리겠다”고 밝혔다. 미실을 전형적인 악녀 캐릭터로만 그리지 않겠다고 미리 선언한 셈이다.

고현정은 자신의 말처럼 미실을 입체적으로 형상화하며 우리나라 사극 중 가장 독창적인 여성 캐릭터를 만들어 냈다. 특히 온화한 미소를 머금은 채 온갖 권모술수를 자행하는 미실의 모습은 섬뜩하면서도 드라마의 극적인 재미를 이끄는 중심축이 됐다. 눈썹의 움직임이나 억양의 미묘한 강약 등으로 미실의 그악함과 복합적인 내면을 표출해내는 고현정의 연기에 시청자들은 환호했다. 덕분에 미실의 초반과 중반의 극중 비중은 덕만 공주(후에 선덕여왕)보다 높았고 화면에 가장 많이 비춰진 것도 미실이었다. 시청자들이 그만큼 미실의 이야기를 궁금해 했기 때문이다.
 
▲ MBC 드라마 '선덕여왕'에서 미실로 분한 고현정(사진=MBC)


이런 카리스마 넘치는 미실의 흡입력에 힘입어 ‘선덕여왕’은 방영과 함께 월화드라마 독주를 이어갔고 지난 10월 하순 11월 중순까지 시청률 40%를 넘으며 절정의 인기를 누렸다. 특히 미실이 자신이 일으킨 난이 실패로 끝나자 자살을 택해 극에서 하차할 무렵인 49회에서는 44.9%(TNS기준)의 자체최고시청률을 기록했다. 미실이 하차하자 ‘선덕여왕’의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에는 악역의 죽음을 슬퍼하는 애도의 글이 줄을 이었고 고현정의 연기를 칭찬하는 글이 도배가 됐다. 그리고 이후 ‘선덕여왕’의 시청률 상승세는 멈춰 종영을 앞둔 12월 중순 현재 30% 중반의 평범한(?) 상황이 됐다. 그만큼 미실 역의 고현정이 ‘선덕여왕’에 큰 영향을 미쳤다는 방증이다.

고현정은 ‘선덕여왕’에서 하차 한 뒤 이데일리SPN과의 인터뷰에서 “미실을 처음 맡을 때 이렇게까지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을 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때 정치권에서 미실의 리더십과 덕만의 리더십이 화제가 되었다고 하자 마치 미실 같은 미소를 지으며 “글쎄요. 그 분들(정치인)도 선덕여왕을 많이 보셨나보죠”라며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화제가 되었던 미실의 연기에 대해 묻자 “평소 예전에 출연했던 작품들까지 모니터를 자주 하는 편”이라며 “단점을 많이 볼 수 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단순히 현장에서 나오는 직감으로 연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자신의 연기를 고민하고 검증한다는 이야기다.

멜로를 차기작으로 해보고 싶다고 밝힌 고현정에게 최근 관심이 모아지고 있는 MBC 연기대상에 대해 운을 띄었다. 내심 미실 역으로 연기대상에 대한 바람이 있을 거 같아서 였다. 그러나 고현정은 다시 한 번 미실과 같은 표정으로 살짝 입가에 미소를 띠며 말했다.

“주인공이 따로 있는 드라마예요. 연말 연기대상은 정말 아무런 관심이 없습니다. 맞는 드레스도 없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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