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확대경] 에릭손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 등록 2007-10-09 오후 12:12:17

    수정 2007-10-09 오후 1:35:53

▲ 에릭손 감독 [로이터/뉴시스]

[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세상 사는 것이 정해진 대로만 움직이는 것이 아닐진대, 내일을 점치는 괘를 뽑는 족족 맞아 떨어진다면 흥미라는 측면에서는 분명 반감이다.

매사 마찬가지지만 특히 스포츠 분야가 그러한데, 기대치 않았던 누군가의 특별한 활약, 소위 이변이라 표현되는 돌출행동이 있어야 또 보는 맛이 난다. 강자가 늘 이기고 약자가 언제나 패한다는 공식은 어울리지도, 존재하지도 않는다.

판세를 주도하는 강호들의 강자다움이야 분명 반갑지만 예상을 비웃는 약체들의 반란도 스포츠가 전하는 짜릿한 매력 중 하나다.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 판도에 이런 감초 역할을 하는 클럽이 있으니 바로 맨체스터시티다. 초반 한 두 경기를 이겼을 때는 그러다 말겠지 싶었는데 기세가 제법 예사롭지 않다.

9라운드 현재 6승1무2패. 아스날(승점22) 맨체스터Utd.(승점20)에 이어 승점19로 당당 리그 3위를 달리고 있다. 사이 2번의 리그컵도 모두 이겼으니 승률은 더 올라간다. 내용도 실한데, 실점에 꼭 2배의 득점(14골 7실점)으로 안정감을 유지하고 있으며 더욱 놀랍게도 홈에서는 5전 전승의 파죽지세다.

초반이라고는 하나 지난 시즌 전체 성적과 비교하면 괜스런 호들갑이 아니라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맨체스터시티가 지난 시즌 38경기에서 거둔 최종 성적표는 11승9무18패 승점42였다. 요컨대 일정의 1/4이 지나지 않은 시점인데 벌써 지난 시즌의 절반에 가까운 승점을 쌓았다는 뜻이다. 도대체 무엇이 맨체스터시티를 변화시킨 것일까.

일단 외형적인 틀이 사뭇 달라졌다. 전 태국 총리인 탁신 칫나왓이 구단을 인수하면서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고 이를 통해 불가리아 대표팀의 핵 마르틴 페트로프(전 A.마드리드)를 비롯해 롤란도 비안치(전 레지나) 엘란도 블루머(전샤크타르) 하비에르 가리도(전 레알 소시에다드) 베드란 콜루카(전 디나모 자그레브) 등 준척급 인물들을 대거 영입했다.

더욱 주목할 점은 새 부대를 지휘할 사령관의 교체인데 독일월드컵까지 잉글랜드대표팀을 이끌었던 스벤-고란 에릭손 감독의 부임이다.

실상 에릭손의 영입은 의구심이 적잖았다. 이전까지 단 한 번도 외국인 지도자에게 지휘봉을 맡기지 않았던 '축구 종가'가 자존심을 접고 2001년, 스웨덴 출신의 에릭손에게 방향키를 쥐어준 것은 결국 요원한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위함이었다. 하지만 에릭손은 2002 월드컵부터 유로 2004, 그리고 지난해 독일 월드컵까지 모두 8강을 견인하는 데 그치며 결국 ‘실패’라는 멍에를 뒤집어 쓴 터였다. 맞물려 대표팀을 지도하는 근 6년간 프로 팀을 떠나 있었다는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분명했다.

하지만 에릭손만큼 클럽 운영에 남다른 재능을 발휘한 지도자도 드물다. 에릭손 감독은 스웨덴(괴테보리)을 시작으로 포르투갈(벤피카), 그리고 이탈리아(라치오)에서 모두 더블(리그+컵대회) 크라운을 달성했는데 각기 다른 세 나라에서 이를 성공한 유일한 인물이다.

뿐만 아니라 1982년 UEFA컵 우승(괴테보리) 1990년 챔피언스리그 준우승(벤피카) 1999년 컵위너스컵 우승(라치오) 등 클럽대항전에서도 굵직한 발자국을 아로새겼다. 이쯤이면 손꼽히는 커리어다.

일각에서는 벤피카, AS로마, 피오렌티나, 라치오 등 빅 클럽들의 이력이 풍부하다지만 프리미어리그의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을 거론키도 했다. 하지만 외려 잉글랜드 무대이기에, 지난 6년간 축구종가 대표팀을 이끌면서 누구보다 프리미어리그의 현황과 흐름을 능숙하게 꿰차고 있다는 것을 간과한 지적이다.

다소 수비적이고 박진감이 부족하다는 경기 내용에 대한 지적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지금의 안정된 승률은 그만큼 상대에 대한 분석과 합당한 전술운영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선수를 기용함에 있어 긍정적인 고집도 일가견이 있는데, 한물갔다는 평을 받던 서른 중반의 백전노장 미드필더 디미타르 하만을 허리라인의 고정으로 중용하고 채 20살이 못된 미카 리차즈를 붙잡아 수비라인의 중추로 신임하는 등 신구인물들에 대한 컨트롤도 능숙하다는 평이다.

하도 스타들이 많아서 안팎의 잡음에 자유로울 수 없었던 잉글랜드 대표팀에 비해 그의 색깔을 투영하기에 더 낫다는 평이다.

아직 섣부른 판단이지만 그래서 맨체스터시티의 행보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다. 과거 괴테보리, 벤피카, 라치오 등은 모두 에릭손 감독 부임 후 리그 챔피언에 복귀한 클럽들이다.

이를 그저 ‘공교로운 일치’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 물론 맨체스터시티가 프리미어리그 정상에 오를 가능성은 객관적으로 낫다. 하지만 주어진 조건에서 최상의 응집력을 발휘시키는 ‘특별한’ 재주를 지닌 에릭손 감독이기에 중하위권을 면치 못하던 이전과는 다른 양상과 결과를 기대케 한다는 것이다. <베스트 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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