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영화 리뷰]'추격자' 몸 속의 진을 다 뺀 날 것의 생생함

  • 등록 2008-02-14 오전 9:53:28

    수정 2008-02-14 오전 10:04:17

▲ 영화 '추격자' 포스터(사진=영화사 비단길)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전직 형사 엄중호가 연쇄살인범 지영민을 추격한다.’ 나홍진 감독의 데뷔작 ‘추격자’(제작 영화사 비단길)는 이렇게 짧은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그 만큼 영화는 표면적으로 단순하고 단조롭다. 하지만 그 이면에는 옹골찬 힘과 사회와 인간에 대한 복합적인 메시지가 숨어있다. 그리고 온 몸의 진이 다 빠질 정도로 가진 것을 다 쏟아낸 배우들의 연기와 스태프들의 열정이 그들의 땀 냄새와 함께 범벅이 돼 있다.

영화는 처음부터 연쇄살인범의 정체를 공개하고 시작한다. 덕분에 할리우드 스릴러 영화처럼 범인이 누구인지 왜 범행을 저지르는지 골머리를 썩이지 않아도 된다. 게다가 두 주인공에 대한 설정을 간결하게 했다. 하정우가 연기한 지영민은 살인에 대한 감정이 없는 사이코패스 환자라는 설정 외에는 별다른 설명을 추가하지 않았다. 지영민을 추격하는 엄중호 역시 그가 비리로 옷을 벗은 전직 형사라는 정보 외에는 영화속에서 딱히 드러나는 설정이 없다.

지영민이 살인을 저지르는 모습도 할리우드 영화 속 연쇄살인범들처럼 치밀하거나 정교하지 못하다. 망치 정, 대못 등으로 때려죽인다. 지영민을 추격하는 엄중도도 만만치 않다. 전직 형사 출신이기는 하지만 그는 정의감에 불타지도 않는다. 단지 돈을 받아내겠다는 지극히 개인적인 원한으로 지영민을 막무가내로 추격한다.

그런데도 2시간이 넘는 상영시간 내내 극중 긴장감이 팽팽하다. 긴장감 못지않게 이를 이완시키는 감독의 연출력도 자유자재다. 배우들은 한술 더 뜬다. 엄중호 역의 김윤석은 ‘배우의 연기력이 폭발한다’는 표현을 그대로 보여준다. 하정우는 몽롱하면서도 야비하고 잔인하면서도 천진난만해 보이는 연쇄살인범 지영민이 마치 실제 하는 것처럼 연기를 펼친다. 미진 역의 서영희는 여배우가 몸을 사리지 않는 모습이 무엇인지 보여준다. 

주연을 맡은 김윤석은 나홍진 감독에 대해 “5년 동안 ‘추격자’의 시나리오를 고치고 또 고치며 데뷔작 준비해 왔다”며 “그 내공과 열정이 현장을 이끌었고 그 과정을 지켜보면서 한국영화의 차별성이 어디서부터 비롯되어야 하는지 다시 생각해 보게 됐다”고 ‘추격자’에 의미를 부여했다.

▲ '추격자' (사진=영화사 비단길)

이처럼 ‘추격자’의 장점은 한국영화가 어디에 차별성을 두어야 하는지를 다시 한번 실증했다는 점에 있다. ‘추격자’는 스릴러의 장르에 속해있지만 할리우드의 전형적인 문법을 따라가지 않았다. 주인공 엄중호를 한 순간이라도 폼 나게 그릴 법 한데 이를 끝까지 외면했다. 더군다나 ‘추격자’에 나온 일상은 비루하고 속물스럽고 어처구니없다. 나 감독은 영화적인 판타지가 개입될 공간을 열어두지 않은 채 마치 다큐멘터리처럼 현실을 있는 그대로 비춘다.

그래서 영화 속 우리네 자화상은 일견 공포스럽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그렇지만 '추격자'가 끝까지 쫒아간 것은 지영민을 잡기 위한 엄중호의 집념만이 아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엄중호가 미진의 딸 아이를 물끄러미 바라보던 것 처럼 나 감독은 사람에 대한 연민이 어디에서 시작되는지도 묻는다. 여기에서 단순한 오락적 쾌감을 위해 만들어지는 스릴러 영화와 차별화 된다.

덕분에 '추격자'는 근래 나온 한국영화의 수작이란 평가가 전혀 어색하지 않다. 14일 개봉.18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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