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네트 뒤에서 본 '준비된 KS'②]싸움은 읽기에서 시작된다(上)

  • 등록 2008-11-04 오전 11:20:15

    수정 2008-11-04 오전 11:49:36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어제와 같은 오늘 없고 내일은 오늘과 다르다." 지난 4월 2일 사직 롯데전을 앞둔 SK 전력 분석미팅의 주제다.

당시 SK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개막전서 LG에 이기기는 했지만 이후 2경기를 내리 패했다. 단순히 1승2패가 아니었다. 믿었던 선발 투수들이 줄줄이 무너지며 붕괴조짐을 보였다.

이호준 정경배가 부상으로 빠진 공백은 타선에도 큰 짐이 됐다. 김성근 SK 감독은 당시 지인들에게 "문제가 심각하다. 올 시즌은 힘들 것 같다"고 걱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선수단에 퍼져 있는 위기 공감대를 극복하는 첫 걸음은 '처음부터 다시'였다. 지난해 우승을 차지했지만 그때(어제)와 같은 방법으론 올시즌(오늘)을 버틸 수 없다는 것이었다.

김정준 SK 전력분석팀 과장은 "우리는 특별한 전력 보강 없이 새로운 시즌을 맞았다. 그러나 다른 팀들은 큰 변화가 있었다. 특히 롯데,KIA 등 전력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선수들에게 다시 한번 '우리가 그들보다 더 빠르고 더 깊게 우리팀과 상대팀을 알고 있어야 이길 수 있다'는 걸 강조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SK의 이같은 분명한 원칙은 정규시즌을 넘어 한국시리즈까지 이어졌다. "모든 싸움은 (상대와 나에 대한)읽기에서 시작된다."

그런 의미에서 2008 한국시리즈는 2007년과는 또 다른 상황이었다. SK는 지난해 9월부터 두산을 대상으로 준비에 들어갔다. 한화 삼성 등도 잠재적 경쟁팀이었지만 그만큼 두산의 우위가 확실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는 달랐다. 두산이 강하기는 했지만 삼성과 롯데의 기세도 만만치 않았기 때문이다.

플레이오프 경기 도중 7회까지는 "두산이 이길 것"이라는 보고가 올라왔다가 8회 이후 "삼성일 수도 있다"고 바뀌는 일도 있었다. 플레이오프의 혼전이 계속되면서 그만큼 SK의 준비 기간은 늦어질 수 밖에 없었다. 21일 이상 시간이 있었지만 실질적으로는 지난해 보다 쫓길 수 밖에 없었다.

결국 SK 전력분석팀은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철야작업을 해야 했다. SK의 우승이 확정된 뒤 몇몇 직원들은 뒤풀이 자리에 가보지도 못하고 잠에 빠져들었던 이유다.

그러나 무턱대고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선 두산이나 삼성 중 어느 팀이 올라오더라도 공통적으로 준비해야 할 사안이 무엇인지 체크하고 실행에 옮겼다.

크게 3가지였다. 우선 기본기. 언제 어떤 상황에서도 실수 없이 퍼펙트한 플레이를 할 수 있는 훈련에 돌입했다. 수비와 주루에서 한치의 오차도 없이 움직일 수 있도록 반복 또 반복했다.

두번째는 수비 시프트였다. SK는 한국시리즈서 김광현 채병룡 레이번 송은범으로 이어지는 선발 로테이션을 일찌감치 확정해뒀다.

이 투수들이 마운드에 올라갔을때를 상정한 시프트 위치 선정 작업에 들어갔다. 흔히 시프트는 타자의 성향에 맞추는 것으로만 알려져 있지만 투수 특성 역시 타구 방향을 결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다.

세번째는 이미지 트레이닝이다. 투수별 타구 방향 등 기본 데이터 자료와 1년치 경기 영상 자료를 선수들에게 넘겨주고 이에 대한 반복 학습을 지시했다. 머릿속으로 끊임없이 상황을 떠올리며 그에 대한 대비를 마련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SK 선수들은 수비 훈련을 하면서 이 숫자들과 영상을 항상 머릿속에 그려놓고 있어야 했다. '지금 투수는 누구고 어떤 공을 던지고 있으며 이 공을 공략했을 땐 어느 쪽으로 올 확률이 높다'는 식이었다.

김정준 과장은 "수 읽기는 상대보다 더 빠르고 깊숙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원칙이다. 한국시리즈 상대팀 결정이 늦어지면서 상대에 대한 분석 기간은 상대적으로 줄었지만 일단 SK 야구를 하는 것이 먼저였다. 그 중 하나가 수비였다. 우리 수비수들은 '팀 방어율 1위는 투수와 우리가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의무감과 책임감을 갖고 있다. 그런 의식이 SK의 수비를 강하게 만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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