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최동수가 '절망의 시대'에 던진 메시지

  • 등록 2009-04-23 오전 10:59:04

    수정 2009-04-23 오후 1:32:54

▲ 최동수 (사진제공=LG 트윈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타율 3할1푼6리 2홈런 8타점. 매우 준수한 성적이지만 특급이라고 부르기엔 어딘가 조금 부족해 보인다.

그러나 이 성적의 주인공이 '최동수'임을 알게된다면 생각이 달라진다. 불과 보름 전만해도 경기에 나서는 것 조차 장담할 수 없는 선수였기 때문이다.

최동수는 시범경기는 물론 스프링캠프 연습 경기서도 좀처럼 선발 출장 기회를 잡지 못했다. 재계약한 페타지니와 군에서 돌아온 박병호 등에게 밀려난 탓이었다. 기회마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최동수는 그렇게 또 스스로를 이겨냈다. 4번부터 7번까지 팀 사정에 따라 타순의 이곳 저곳을 옮겨다니고는 있지만 매일 LG 라인업엔 그의 이름이 아로새겨진다.

누군가에겐 평범한 일일런지 몰라도 그에겐 특별한 행복이다. 최동수는 희망을 찾기 힘든 '절망의 시대'를 사는 우리들에게 '희망을 잃지 않는 법'을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 '끝'이라는 생각은 하지 마라
역경이나 고난 등의 단어는 최동수와 친숙하다. 8년이 넘는 2군 생활. 1군에 올라온 뒤에도 맘 편이 뛰어본 기억은 8년 중 2,3년에 불과하다. 그는 늘 뒷전으로 밀려날 위기에 놓여 있었다.

올시즌 처지는 더욱 답답했다. 한국 나이로 이제 서른 아홉. 야구 선수로 환갑, 진갑을 모두 넘긴 상황. 그에겐 더 이상 꿈을 꿀 여유가 남아있지 않을 듯 느껴졌다.

특히 지난 2007년 생애 첫 3할 타율(.306)을 기록하며 최고의 시간을 보냈던 그다. 자신의 인생 정점을 맛본지 얼마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한번 추락을 경험한다는 것은 더욱 아픈 일이었을 터.

그러나 최동수는 마지막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끝을 생각하지 않았기에 또 도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최동수는 "지금까지 힘든 시간이 너무 많았지만 한번도 끝날거란 생각을 해본 적은 없다. 난 아직 뛸 힘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건 내 할일을 하며 기다리면 된다고 믿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되곤 했다. 아마 한번이라도 '이제 끝났구나'라고 포기한 적이 있었다면 지금까지 오지도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부러우면 지는거다
최동수는 "특급 용병이나 거물 신인이 들어오면 난 늘 뒷전이었다. 모두들 당연히 내가 밀릴거라 생각했다. 그럴 때 가장 괴로운 것이 바로 외로움이다. 아무도 내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을 피부로 느끼게 될 때의 아픔은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고 말했다.

옛 경력이 화려하다고 해서, 또는 오직 젊고 힘 좋다는 이유만으로 늘 자신의 앞에 서는 선수들을 바라봐야만 하는 것은 힘겨운 일이다.

그리고 주변의 냉대. 감독이나 코치는 물론 동료들의 시선도 차갑게 식는다. 무시하진 않더라도 주변인이 된 그에게 진심으로 손을 내미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또 최동수는 빼어난 재능을 갖고 있는 선수가 아니다. 때문에 야구 선수로서는 늘 다른 선수들보다 한걸음 뒤에 출발선이 그어질 수 밖에 없다.

0.1초 내의 반응으로 성공과 실패가 갈라지는 야구는 운동 능력의 차이에 따라 성과가 크게 차이날 수 있는 스포츠다.

최동수는 "솔직히 나라고 왜 재능 있는 선수들이 부럽지 않았겠는가. 천재형 선수들은 남들의 반만 해도 남들 이상 해낼 수 있다. 하지만 내게 없는 걸 욕심내봐야 나만 더 힘들지 않은가. 그 시간에 내가 살 방법을 먼저 찾는게 훨씬 낫다"고 털어놓았다.  

▲ 내게 맞는 목표를 세워라
뻔한 답이 나올 줄 알았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물었다. "최동수가 살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었나요."

그는 예상대로 모범 답안을 내밀었다. 그러나 조금도 우습게 들리지 않았다. 진심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내가 살 방법이 뭐가 있겠어요. 죽어라고 치고 또 치는거지."

그는 LG에서 가장 먼저 출근해 가장 늦게 퇴근하는 선수다. 이젠 워낙 버릇이 된 탓에 남들 나오는 시간에 나오면 병이 생길 지경이다. 교통 체증 탓에 평소보다 한시간 늦게(그래도 남들보다는 빠르게) 도착하게 되자 소화도 안되더라는 그다.

최동수는 2009시즌을 앞두고 훈련량을 더 늘렸다. 스프링캠프에서 돌아온 뒤 지금까지 단 하루도 쉬는 날이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잃었던 타격감이 돌아오는 걸 느꼈다.

"나도 인간인데 왜 화가 안 났겠나. 당연히 그럴거라 생각했지만 개막전 라인업에 내 이름이 빠져 있는 걸 봤을 땐 울컥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럴수록 더 많이 땀을 흘렸다. 치고 또 치다보면 생각이 단순해지고 울분도 가라앉았다. 그러다보니 어느새 내 가장 좋았을 때의 감이 돌아왔다."

그는 말을 좀 더 이어갔다. "혼자 끊임없이 땀을 흘리다보니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결국 내가 작년(2008년)에 3할을 못쳤기 때문에 생긴 일이다. 이젠 대타로나 나가게 되겠지만 그럼 목표를 다시 세우자'라고. 그래서 그때부터는 "대타로 3할치자"가 내 목표가 됐다. 그러기 위해 더 많이 훈련했고 경기에도 더 집중했다. 그리고 내게 다시 기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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