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확대경] '의리파' 트레제게, 제왕의 부활을 이끄는가

  • 등록 2007-10-30 오전 9:23:19

    수정 2007-10-30 오전 9:49:16

[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100년을 훌쩍 넘는 유벤투스(1897년 창단)의 역사 속에, 그 어떤 시기의 선배들도 경험치 못했던 세리에 B 강등은 그야말로 참혹한 시련이었을 것이다.

따라서 승부조작 스캔들로 우승을 박탈당하고 2부로 추락했을 때(2006-07시즌) F.칸나바로(레알 마드리드)를 비롯해 Z.이브라히모비치, P.비에이라(이상 인터밀란) L.튀랑(바르셀로나) 등 꼬리를 물었던 ‘기둥’들의 이탈을 가리켜 ‘배신’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했다. 다만 G.부폰, P.네드베드, A.델 피에로 등에게는 ‘의리의 사나이’라는 수식이 아깝지 않겠다.

이적설이 끊이지 않았던 고감도 스트라이커 D.트레제게의 잔류도 마찬가지다. 적어도 이들이 버티고 있기에 1시즌의 공백을 딛고 세리에A로 돌아온 유벤투스가 여전한 기운을 내뿜을 수 있는 것이다.

9라운드 현재 5승2무2패로 리그 4위에 올라있는 유벤투스의 초반 페이스에는 후한 점수를 내려야겠다. 3위 피오렌티나에 골 득실차로 밀린 것이고 2위 AS로마(18점)와는 1점 차이니 선두권과 다름없는 4위다.

‘썩어도 준치’라기에, 호락호락하지 않을 것이라 예상은 했지만 이토록 빨리 자리를 잡을지도 의문이었다. 역시 세리에A 최다우승(27회)에 빛나는, ‘제왕’이라는 수식이 어색하지 않은 행보다.

과거에 비해 질적 양적으로 부족해진 스쿼드임을 부인할 수 없는데, 그렇기 때문에 7골로 리그 득점선두에 올라있는 트레제게의 활약에 시선이 모이는 것이다. 유벤투스가 강등된 이후 바르셀로나와 아스널의 러브콜이 끊이지 않았고 실상 본인 스스로도 공공연히 팀을 떠날 수 있음을 피력했던 트레제게다. 물론 2007년 6월25일, 유벤투스와 2011년까지의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잡음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트레제게가 유벤투스의 부활 동력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전망은 많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트레제게는 실상 에이스 느낌은 적었던 공격수다.

2001-02시즌 세리에A 득점왕을 비롯해 트레제게가 소위 ‘날았던’ 시기의 유벤투스는 멤버가 워낙 짱짱했다. 그런 와중에도 기복이 심하다는 지적을 받았는데 주춤한 최근 페이스로는 복귀한 세리에A 적응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았다.

하지만 트레제게는 이를 비웃어주고 있다. 리보르노와의 개막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하며 ‘컴백’을 제대로 알리더니 6라운드 토리노전 결승골(1-0) 등 고비마다 값진 골을 터뜨리며 팀의 선전을 이끌고 있다. 언급했듯 개인 레이스에서까지 빛을 발하고 있다는 것은 덤이다.

톱클래스 공격수로 거듭난 이브라히모비치, 지난 시즌 득점왕 F.토티(AS로마)와 공동 득점선두다. 굳이 가르자면, 이브라히모비치와 토티가 각각 2개와 1개의 PK골이 있다는 것을 감안할 때 순도 면에서는 트레제게의 판정승이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시작에 불과하다.

속마음은 다를 수 있겠지만, 유벤투스가 복귀와 동시에 정상탈환을 목표로 삼고 있지는 않아 보인다. 대부분의 전문가들도 ‘우승은 쉽지 않을 것, 그래도 4강’ 정도가 조심스러운 중론이다. 이런 상황이기에 외려 편할 수 있다. 부담 없는 마음으로 최소한의 성과를 향해 묵묵히 진행하다가 ‘상황에 따라’ 더 큰 열매를 따낸다면 여론은 ‘역시 유벤투스’로 귀결될 것이 자명하다. 그래서 노려 볼 기회라는 말이다. 이는 트레제게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오랜 친구이자 파트너 T.앙리가 ‘아스널의 왕’에서 바르셀로나 ‘판타스틱 4’의 일원으로 배를 갈아타며 승승장구하고 있는 것을 보면서 마냥 좋을 리는 없었을 트레제게다. 더구나 레블뢰 군단에서의 입지도 좁아지고 있다. 적어도 2~3년 전까지 프랑스 대표팀의 원투펀치는 응당 앙리-트레제게였건만 지금은 다르다. 실제로 프랑스대표팀의 R.도메네크 감독은 트레제게에게 미덥지 않은 시선을 보내며 ‘새내기’ K.벤제마(리옹)보다도 뒷전으로 보는 상황이니 자존심이 구겨질 대로 구겨졌다. 그래서 올 시즌의 활약이 중요하다.

앙리와 동등한 위치에서, 종종 그 이상의 평가와 함께 세상을 호령하던 시절을 다시 꿈꾼다면 트레제게에게 올 시즌은 각별히 중요할 수밖에 없다. 노장 대열에 접어든 네드베드, 델 피에로 등과 합작품을 만들 수 있는 무대도 얼마 남지 않았다. '의리파' 트레제게라는 말은 그럴듯하나 그저 클럽에 남았다는 자체로 칭찬받고 만족할 레벨은 아니지 않는가. 제왕의 부활을 이끌고 본인이 제왕으로 우뚝 설 수 있는 소중한 기회가 지금이다. <베스트 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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