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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SPN 최은영기자] 송윤아(37)는 '때'와 '변화'를 이야기했다. 적당한 시기, 자연스런 변화들에 감사하다며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한 미소를 지었다.
남들보다 조금 늦은 나이, 우여곡절 끝에 짝을 만나 늦지도 빠르지도 않은 시기에 아기를 가졌다. 그리고 오는 8월이면 그토록 바라던 엄마가 된다.
여자의 일생은 복잡한 듯 하면서도 의외로 단순해 누구나 엇비슷한 시기, 같은 크기의 성장통을 겪는다. 초경을 할 때, 결혼해서, 그리고 아기를 낳은 직후가 그렇다. 여자는 그 시기 훌쩍 키가 큰다.
송윤아는 그런 점에서 지난 2009년에 큰 의미를 뒀다.
배우로서도 뚜렷한 변화가 있었다. 지금은 남편이 된 설경구와 비밀연애를 하며 원제가 '세이빙 마이 와이프(Saving My Wife)'였던 영화 '시크릿'을 촬영했고, 지난 해 5월 결혼 이후에는 엄마와 딸의 사랑을 그린 영화 '웨딩드레스'를 첫 작품으로 택했다.
지난해 12월 선보여진 '시크릿'이 아내와 엄마 사이 배우 송윤아의 변신을 담은 예고편이라면 오는 14일 개봉하는 '웨딩드레스'는 송윤아가 데뷔 후 처음으로 엄마 역에 도전하는 본편이다.
'웨딩드레스'는 제작비 10억 원 남짓의 작은 영화. 톱스타 송윤아에겐 그것 또한 첫 경험이었다. 하지만 가진 것이 많다고 꼭 행복한 것은 아니듯 송윤아는 부족한 가운데서도 무한한 행복을 느끼는 묘한 경험을 했다.
"'웨딩드레스'처럼 작은 영화는 처음이었어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배우와 스태프들 모두가 한마음, 한뜻으로 영화를 위해 땀을 흘리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이고 예쁘던 지요. 스태프들 한 사람, 한 사람을 꼭 안아주고 싶은 심정이었죠."
올해로 데뷔 16년차에 접어든 송윤아는 '웨딩드레스'를 자신의 대표작으로 꼽는데 주저함이 없었다. 새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주연배우들이 성적표처럼 받게 되는 영화 리뷰도 호평 일색이다.
송윤아는 "기자들의 리뷰가 이렇게 좋았던 적이 없다"면서도 "보다 많은 분들이 영화의 진가를 알아줘야 할 텐데 말이죠"라며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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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죽음을 앞두고 있는 웨딩드레스 디자이너 고운(송윤아 분)이 홀로 세상에 남겨질 어린 딸 소라(김양기 분)와 이별을 준비하며 겪는 이야기를 그렸다.
이 세상에 '모성' 그리고 '죽음' 보다 분명한 사랑과 이별은 단언컨대 없다. 영화는 그 진한 사랑과 가슴 아픈 이별 사이를 오가며 눈물샘을 자극한다. 배우도 울고, 관객도 운다. 울 수밖에 없는 영화다. 하지만 적어도 억지 눈물을 강요하진 않는다. 바로 여기에 '웨딩드레스'의 다름이 숨어있다.
송윤아가 더없이 초라한 규모의 영화 '웨딩드레스'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애착을 갖는 건 바로 그래서다.
"시나리오 상엔 우는 장면이 단 한 신도 없었어요. 울지 않아야 했는데 촬영 전부터 자신이 없더니 결국 눈물을 쏟았죠. 지금도 내 연기가 옳았는지는 판단이 어려워요. 그냥 본능에서 우러나는 감정 그대로를 담자 했죠. 영화에 대한 평이 좋은 건 그러한 진정성이 통했기 때문 아닐까요? 신파지만 더없이 밝고 사랑스러운 영화, '웨딩드레스'를 오래도록 기억하게 될 것 같아요."
영화에서 엄마 송윤아의 모습은 다소 낯설다. 앞서 SBS 드라마 '온에어'에서도 엄마였지만 당시는 무늬만 같았을 뿐 엄마 냄새가 전혀 나지 않는 여인이었다. 그런 그녀가 본격적으로 모성을 연기하고 나선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송윤아는 가족들의 악평과 호평을 곁들이며 "실제 나이에 맞는 캐릭터의 변화가 감사하다"고 했다.
"예고편을 본 아버지가 그러시데요. '우리 윤아가 아직 엄마를 하기엔 이르구나'라구요. 가슴이 싸했죠. 그런데 어머니는 또 다르셨나봐요. 이건 처음 밝히는 얘긴데요. 영화 VIP 시사가 끝나고 배우 최지우씨에게 전화를 해 '영화 어땠냐'고 물으니 옆자리에 앉은 아주머니들 얘기를 하더라구요. 영화 상영 내내 큰소리로 계속 울어 영화에 집중을 못했다면서요. 그런데 그 분들이 바로 제 어머니 일행이셨거든요. (최)지우는 지금도 몰라요. 제가 얘기를 안했거든요(웃음)"
영화 '스크릿' 개봉 전 취재차 만난 후 불과 한 달여 만에도 그녀는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임신 초기 거친 피부하며 보기 좋게 오른 살 등이 변화를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선물로 건넨 태교 CD에는 "사야지 하면서 일이 바빠 못 샀는데…. 어떻게, 너무 좋아. 감사해요"라며 다분히 아줌마스럽게 좋은 마음을 표하기도 했다.
16년 전 뜻하지 않게 '대학생 송윤아'로 연예계에 입문한 얘기부터 곧 태어날 아기, 그리고 자신의 부모에 대한 이야기까지 인터뷰라기 보단 수다에 가까운 대화가 한참을 이어졌다. 그 모습에서 '웨딩드레스' 이후 '진짜 엄마'가 되어 돌아올 송윤아의 원숙한 변신을 직감했다면 성급한 예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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