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축구 확대경] ‘카리스마’ 로이 킨의 두 번째 도전

  • 등록 2007-10-12 오전 9:58:57

    수정 2007-10-12 오전 10:06:33

▲ 로이 킨(왼쪽), 알렉스 퍼거슨 감독 [로이터/뉴시스]

[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유럽축구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었다면 이 남자를 모를 리 없을 것이다. 경기를 지배하는 카리스마가 무엇인지, 보이지 않는 실체의 답안을 제시했던 특별한 미드필더의 잔상을 잊기 힘들 것이다.

1993년 맨체스터Utd.에 합류해 1997년부터 에릭 칸토나에게 캡틴직을 물려받았고 2005년 팀을 떠날 때까지 ‘레드 데블스’의 기둥으로 활약했던 사나이, 그 유명한 로이 킨이다. 현역시절 이미 클럽의 레전드로 칭송받았고 알렉스 퍼거슨 감독이 아직도 마땅한 후임자를 찾지 못하고 있다니 그의 가치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겠다.

이처럼 플레이어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아일랜드의 축구영웅 로이 킨이 올 시즌 프리미어리그에 사령탑으로 데뷔해 새로운 바람몰이를 하고 있다. 선더랜드 감독 로이 킨. 아직은 어색하지만 이미 로이 킨 감독의 입지는 허투루 여길 수준을 넘어섰다.

챔피언십(2부리그)에 머물던 2006-07시즌, 개막과 동시에 4연패의 늪에 빠져 갈피를 잡지 못하던 선더랜드가 교체 사령탑으로 로이 킨을 낙점했을 때 적잖은 반향이 일었다. 지도자 경험이 전혀 없는, 선수에서 은퇴한지도 불과 3개월 남짓한 인물을 택한 것이 과연 올바른 판단인가라는 목소리였다.

선수로서의 리더십이야 익히 알지만 지도자의 그것과 어찌 같을 수 있겠냐는 의구심이었는데, 완벽히 뒤집어졌다. 부임 당시 24개 참가팀 중 23위였던 선더랜드는 최종순위 1위로 당당히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했다. 챔피언십 득점 10걸 중 선더랜드 소속은 없었고 노장 드와이트 요크 정도를 제한다면 딱히 이름을 들어본 선수를 찾기 힘든 스쿼드였으니 로이 킨 감독의 지도력은 주목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올 시즌 선더랜드의 행보로 이목이 옮겨졌다. 하지만 역시 최고의 리그는 다른가보다.

일단 출발은 산뜻했다. 8월11일 홈 개막전에서 지난 시즌 5위 토트넘을 1-0으로 꺾었으니 내심 불안했을 로이 킨 감독도, 2년 만에 프리미어리그 복귀전을 치른 선더랜드 선수들도 자신감을 얻기에 충분했던 결과다. 이어진 버밍엄시티 원정에서도 1-2로 끌려가다 인저리타임 극적으로 동점골을 넣었으니 분위기는 또 고조됐다.

하지만 더 이상 탄력을 받지 못했고 외려 불행이 겹쳐서 왔다. 빌미는 버밍엄과의 경기에서 교체 아웃된 중원의 핵 딘 화이트헤드의 부상이다. 화이트헤드가 결장한 8월18일 위건전부터 9월1일 역사적인 맨체스터Utd.와의 ‘사제대결’까지 선더랜드는 4연패로 침묵했다.

사이에 있었던 3부리그 루톤타운과의 리그컵 완패(0-3)는 더욱 충격적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무릎인대가 손상된 화이트헤드의 부상정도가 꽤나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 조심스럽게 ‘시즌 아웃’ 이야기도 흘러나오는 수준이니 로이 킨 감독의 시름이 깊을 것이다.

이런 과정 속에서 선더랜드는 9라운드 현재 2승2무5패라는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로 16위에 머물고 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토트넘(승/17위), 버밍엄시티(무/13위), 레딩(승/12위), 미들즈브러(무/15위․이상 현재순위) 등 선더랜드가 승점을 얻은 상대들이 신통치 않은 전력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도 달갑지는 않다. 의지라는 측면에서는 여느 클럽이 부럽지 않은 선더랜드이지만, 결국 프리미어리그의 수준이란 기세만으로 넘을 수 있는 게 아니라는 방증이다.

시즌을 앞두고 선더랜드는 스코틀랜드 대표팀 No.1 수문장 크레이그 고든, 아일랜드가 주목하는 21살의 젊은 수비수 폴 맥쉐인, 그리고 맨체스터Utd.에서 발굴돼 성장한 미드필더 키어런 리차드슨까지, 나름 보강을 충실히 했다. 하지만 전체적인 힘은 아직 미치지 못한다는 게 냉정한 평가다. 더구나 전술의 구심점인 화이트헤드도 없다.

그래서 다시 새내기 감독 로이 킨에게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야 선더랜드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겠지만 현지의 주목도는 다르다. 예상을 비웃었던 지난 시즌의 과정과 결말을 알고 있기에 섣부른 전망을 삼가며 조심스럽게 지켜보는 분위기다.

130년에 가까운 유구한 역사를 지닌 선더랜드, 그리고 그곳에서 또 다른 명성을 쌓고자 하는 새내기 감독 로이 킨의 야망. 선수에서 지도자로, 2부리그에서 1부리그로 이어지는 카리스마 로이 킨의 두 번째 도전기가 이제 막을 올렸다. 아직은 극의 초반부다. 결말을 점치기에는 다소 이른 시점이다. <베스트 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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