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확대경] EPL 리버풀의 수비는 왜 강한가

  • 등록 2007-11-24 오후 3:19:46

    수정 2007-11-24 오후 6:55:13

▲ 제라드 [로이터/뉴시스]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리버풀은 자타가 공인하는 ‘수비의 팀’이다. 디펜스라인의 견고함을 바탕으로 프리미어리그와 유럽클럽대항전에서 꾸준히 호성적을 유지하는 데 따른 평가다.

하지만 실점 방지에 주안점을 둔, 소위 ‘걸어 잠그는’ 스타일의 소극적인 플레이를 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리버풀의 경기는 빠르고 박진감이 넘친다. 공격적이며 무엇보다도 재미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아스널 등 리그 라이벌 클럽들에 비해 주축 멤버들의 네임밸류가 다소 떨어지는 약점에도 불구, ‘붉은 군단’ 리버풀이 오늘날 폭넓은 지지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이다.

팬들의 궁금증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리버풀이 수비에 치중하지 않으면서도 꾸준히 인상적인 실점율을 유지하는 비결이 뭘까.

기실 리버풀의 탄탄한 방어력은 제법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전임 G.훌리에 감독 시절(1998~2004)은 물론, 그 이전인 R.에반스 감독이 이끌던 시기(1994~98)에도 리그 순위와는 무관하게 실점 부문만큼은 늘 준수한 기록을 유지해왔다. 두 지도자 공히 ‘안정감 있는 디펜스라인 운용’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지니는 감독들이기도 하다.

수준급 수비 내공을 확보한 뒤 공격 비중을 단계별로 높여가는 특유의 운영 기조는 R.베니테스(2004~) 감독에 이르러서도 고스란히 유지됐다. 뿐만 아니라 전문가들로부터 “완성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를 이끌어냈다.

베니테스 감독은 안필드(리버풀의 홈구장) 입성 이후 매 시즌 꾸준히 새 얼굴을 보강하며 적극적인 전력 보강 작업을 단행해왔다. 디펜스라인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부임 초기엔 기존의 수비 조합을 고스란히 유지했지만 ‘구심점’ S.히피아(34)가 노쇠화 기미를 드러낸 것을 계기로 개편의 칼을 꺼내들었다.

단, 오랜 기간 쌓아올린 조직력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 ‘대대적인 개혁’ 대신 ‘점진적인 교체’를 택했다. 호세미, S.워녹(이상 2004), J.레이나, D.아게르(이상 2005) F.아우렐리우, A.알벨로아(이상 2006) 등 수비자원을 조금씩, 그러나 꾸준히 들여온 것이 좋은 예다.

베니테스 감독은 이 과정에서 팀 컬러에 적응하지 못한 선수를 즉각 퇴출하는 등 냉정한 인사 정책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수비력 안정’이라는 본래의 목표만큼은 확실히 이뤄냈다. 발렌시아 시절 3시즌 연속 프리메라리가 최소 실점을 이끌며 ‘수비 전술의 스페셜리스트’로 칭송받은 능력이 프리미어리그서도 빛을 발한 것이다.

미드필더들의 적극적인 수비가담도 리버풀이 견고한 철옹성을 갖는 데 한몫했다는 평가다. 특히나 1차 저지선 역할을 수행하는 중앙 미드필더의 역량에 높은 점수를 부여하는 전문가들이 많다. S.제라드-X.알론소’ 듀오는 효율적인 공-수 가담, 노련한 경기 조율 등 다방면에서 재능을 발산하며 프리미어리그 최고의 중앙MF 조합으로 인정받기도 했다.

선수 구성과 전술 변화에 따라 ‘알론소-M.시소코’, ‘알론소-J.마스체라노’, ‘시소코-마스체라노’, ‘제라드-마스체라노’ 등 다양한 추가 옵션이 활용되고 있지만 어떤 경우든 ‘든든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기복이 적을 뿐만 아니라 조직력을 바탕으로 포백라인과의 유기적인 협력플레이를 펼친다는 공통점도 눈에 띈다.

일부 전문가들은 “고질병으로 지적받아 온 골 결정력 부족 현상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전력 구심점 역할을 맡고 있는 제라드의 공격 가담 비율을 더욱 높여야 한다”는 진단을 꾸준히 내놓고 있지만 베니테스 감독은 번번이 고개를 가로 젓는다. 90분 내내 공격과 수비에 폭넓게 가담하며 궂은일을 도맡는 제라드의 플레이스타일을 인위적으로 변경할 경우 자칫 공-수 모두에서 심각한 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우려에서다.

올 시즌 리버풀이 Y.베나윤, A.보로닌 A.르 탈렉, R.바벨 등 어태킹MF로 활용 가능한 공격자원을 대거 보강한 것 또한 제라드를 위시한 ‘1차 저지선’의 수비지원 비중을 지속 유지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받아들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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