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어벡호, '18년 무승 사우디 깰 호기다'

  • 등록 2007-07-10 오후 12:13:12

    수정 2007-07-10 오후 6:00:37

▲ 베어벡 감독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18년 무승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호기다’

중요한 결전을 앞두고 상대를 낮잡아 보는 일은 금물이다. 약점만 보고 희망에 부풀어 있다가 장점에 허를 찔려 무너질 수 있다. 반대의 경우도 삼가야 한다. 과거의 명성과 전적에 눌려 위축되는 것도 우리의 경기력을 발휘하는데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한국이 11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열리는 2007 아시안컵 D조 1차전에서 맞붙을 사우디아라비아는 이름값으로도 잔뜩 경계심을 불러 일으키는 상대다.

아시안컵에 첫 선을 보인 1984년 대회에서 정상에 오른 것을 비롯, 2000년 대회까지 5차례 대회에서 우승 3차례, 준우승을 두차례 했다. 2006년 독일 대회까지 월드컵 4회 연속 출전 등의 이력도 한국에 못지 않다. 이번 대회에서도 한국 호주 일본 이란 등과 함께 우승후보 5강으로 꼽힌다.

한국으로선 이런 사우디 아라비아와 가장 중요한 첫 경기를 갖는 게 부담스럽기 짝이 없다. 더욱이 한국은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 김남일 등 국가대표팀의 핵심전력이 빠진 상황이다

하지만 모든 것은 변한다. 매번 같은 전력으로 대회에 나설 수 없다. 사우디아라비아도 마찬가지다.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자체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다 특히 올해 들어 일이 많았다. 한국이 우려보다는 나름대로 자신감을 가질만한 구석이 많다.

우선 사우디아라비아 축구 자체가 발전보다는 정체 현상을 보이고 있다. 90년대 말부터 급격하게 세계화한 국제 축구계의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한 탓이다.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국내 리그 보호를 명분으로 선수들의 해외 진출을 제도적으로 막았고, 98년 비로소 이를 풀어줬으나 클럽이나 선수 모두 해외 진출을 꺼리는 경향이 남아있다. 이번 대표팀에도 해외파가 없다.

99년 컨페더레이션스컵에서 브라질, 2002년 월드컵에서 독일에 각각 8골을 허용하는 참패를 당한 것도 이 같은 폐쇄적인 성향에서 비롯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2004년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컵에서는 처음으로 조별리그도 통과하지 못하는 수모를 당하기도 했다.

최근의 모습도 좋지 않다. 무엇보다 지난 3월 17일 사령탑이 전격 교체됐다. 2005년 12월부터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의 지휘봉을 잡았던 마르쿠스 파케타 감독이 지난 1월 열린 걸프컵 준결승에서 아랍에미리트 연합(UAE)에 패해 탈락한 책임을 뒤늦게 추궁당한 것이었다.

후임인 브라질 출신의 엘리우 앙구스 감독이 현재의 대표팀을 조련한 기간이 채 4개월도 되지 않는 셈이다. 새로운 팀을 만들기에는 부족한 기간이다. 조직력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 지난 4일 가진 북한과의 친선 경기에서 1-1로 비기는 등 최근 평가전에서도 이름값만큼의 실력을 아직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대회 개막 직전 발표된 최종 엔트리도 주목할 만하다. 2005년 아시아 최우수선수인 하마드 알 몬타사리, ‘사우디의 작은 마라도나’로 불리는 모하메드 알 샬루브, 아시안컵 지역 예선에서 팀내 최다 득점을 한 살레 바시르, 미드필더 사헤브 알 압둘라가 부상 등의 이유로 빠졌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주전급으로 평가됐던 선수들이다.

특히 당초 부상 탓으로 알려졌던 중앙 수비수 몬타사리가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 탈락한 것으로 밝혀져 주목을 모으고 있다. 앙구스 감독은 9일 “2005년에는 아시아 최고였지만 지금은 아니다. 같은 자리에 더 좋은 젊은 선수 2명이 있기 때문에 최종 엔트리에서 제외했다”고 몬타사리가 빠진 이유를 설명했다.

앙구스 감독 스스로 도박이라고 할 만큼 깜짝 놀랄만한 선택이었다. 외신들은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대회에서 성적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몬타사리를 뺀 앙구스 감독의 판단이 분명 도마위에 오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한국으로선 반사이익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앙구스 감독이 선택한 젊은 선수가 몬타사리를 능가할 수 도 있으나 사우디아라비아 대표팀의 리더 역할을 했던 몬타사리가 대회 개막직전 전격 탈락한 것은 팀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는 까닭이다.

한국은 사우디 아라비아와 지난 1980년 친선 경기(3-0)를 시작으로 13번 맞붙어 3승5무5패의 열세다. 특히 지난 1989년 이탈리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예선에서 2-0으로 이긴 이후 18년간 2무3패로 단 한번도 이겨보지 못했다.

하지만 대회 개막 때까지 나타나고 있는 정황은 한국이 ‘18년 무승'의 사슬을 끊을 수 있는 호기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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