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 토종 CG '디 워'와 '중천', 무엇이 흥행을 갈랐나

  • 등록 2007-09-27 오후 5:03:16

    수정 2007-09-27 오후 5:08:07

▲ 영화 '디 워'

[이데일리 SPN 유숙기자] 올 여름 극장가는 영화 ‘디 워’의 열기로 뜨거웠다. ‘디 워’는 제작기간 6년에 300억 원이라는 한국 영화 사상 최대 제작비로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됐다. 8월 초 개봉 후 배우들의 연기력과 스토리 전개는 혹평을 받았지만 전국적으로 800만 이상의 관객을 모으는 기염을 토했다.

지난 14일에는 미국에서 대규모로 개봉돼 892만9천 달러(한화 약 82억 원)에 가까운 수익까지 올렸다. ‘디 워’는 국내와 마찬가지로 미국 평단으로부터도 이야기 짜임새와 배우들의 연기 면에서 신랄한 비판을 받았지만 CG만큼은 좋은 평가를 얻고 있다.

높은 완성도를 보여준 ‘디 워’의 CG는 100% 영구아트무비의 기술력으로 만들어졌다. 이 점 때문에 국내 관객들은 ‘디 워’에 더욱 자부심을 느끼고 있고 영화 관계자들 역시 이 정도의 컴퓨터 그래픽 장면을 일궈낸 심형래 감독의 능력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 다같은 국내 토종 CG 대작. '디 워'에 있고 '중천'에 없는 것

하지만 국내 토종 CG 기술을 보여준 영화는 ‘디 워’가 처음이 아니다. 2006년 12월 개봉한 정우성, 김태희 주연의 판타지 무협 ‘중천’도 100억 원의 제작비가 든 대작이었고 100% 순수 국내 CG 기술로 만들어진 영화다.

‘중천’ 역시 디지털 배우를 활용하는 등 뛰어난 기술력을 선보이며 국내 CG 기술의 발달을 눈으로 확인시켜줬지만 독특한 소재와 CG에 비해 스토리가 탄탄하지 못하다는 지적이 잇따랐고 흥행 성적도 140만 명(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 집계) 정도로 저조했다.

그렇다면 ‘디 워’와 ‘중천’은 무엇이 달랐기에 흥행 성적에서 6배가량 차이가 난 것일까. ‘디 워’에는 ‘중천’에 없는 무언가가 있었던 것일까.
▲ 영화 '중천'

우선 ‘디 워’는 제작 단계부터 이 영화를 기다려온 골수팬들의 존재가 컸다. 일명 ‘디빠’, ‘심빠’로 불린 이들은 ‘디 워’의 작품성에 대해 비판한 평론가 집단과 대립각을 세우며 큰 소리를 내게 됐고 ‘디 워’를 둘러싸고 스크럼을 짜 공격(?)을 받을수록 단단해졌다.

이는 ‘디 워’를 사회적 이슈로 급부상시켰다. 심지어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디 워’를 안 보면 왕따가 된다”는 얘기까지 돌았을 정도로 일반 관객의 궁금증을 유발시키며 영화 흥행에 호재로 작용했다.

심형래 감독 역시 ‘디 워’ 흥행의 한 요소였다. 관객들은 '디 워' 자체보다 심형래 감독에 집중했고 그가 6년이라는 시간을 들여 만든 영화가 대체 어떤 작품일지 궁금해했다. 이에 맞춰 심 감독은 ‘디 워’를 준비하며 땀과 눈물로 보낸 시간을 에필로그 영상과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통해 보이며(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홍보 효과를 톡톡히 봤다.

그에 비해 ‘중천’은 골수팬도, ‘눈물 마케팅’으로 논란이 될 만한 요소도 없었다. 톱스타 정우성과 김태희가 출연해 눈길을 끌었고 특히 영화 데뷔 무대였던 김태희의 연기에 시선이 집중됐으나 연기력에 대한 논란만 일었을 뿐 영화 관람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논란이 관객들의 선입견을 낳았을 뿐이다.

‘디 워’는 대부분 국내 관객들이 외국 배우들의 연기력에는 관대하다는 것과 이무기의 존재가 너무 커 다른 배우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는 점에서 ‘중천’보다 좋은 조건을 가졌던 셈이다.

또 '중천'은 지금껏 국내 극장가에서 큰 인기를 끌지 못했던 무협물이었다는 점도 흥행에 무리수로 작용했다. 무협물에 대한 관객 편견 때문에 '중천' 측은 판타지나 사극 등 다른 장르로 알리려 애썼지만 그 효과는 크지 않았다.

반면 어린이부터 청소년 관객층이라는 확실한 타깃과 오직 스펙터클한 볼거리를 보여주겠다는 분명한 목적성이 있었던 것은 '디 워'가 국내 시장 흥행에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 CG의 화려함 살리고 부실한 스토리 전개는 개선해야  

영화 흥행 결과로만 봤을 때 '디 워'와 '중천'은 영화 자체만으로 관객의 냉정한 평가를 받은 것은 아니다. 영화 외적인 부분들이 흥행을 많이 좌우했다.
 
영화와 예고편은 다르다. 영화는 CG 장면 모음이 아닌 이야기가 기본이 돼야 하는 콘텐츠다. CG가 아무리 훌륭하고 화려해도 이야기가 부실하면(유치하고 단순하더라도 어느 정도의 아귀는 맞아야 하지 않을까) 관객들은 영화에 몰입하기 힘들어진다.
 
'디 워'와 '중천' 두 작품은 모두 국내 CG의 새로운 장을 열었고 발전상을 보여준 것은 확실하지만 스토리 전개에서 크나큰 아쉬움을 남겼다. 이들이 만들어낸 기술력에 그럴듯한 스토리가 결합한 영화가 하루 빨리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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