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우의 1S1B]이승엽과 밸런타인 그리고 이대호와 백인천

  • 등록 2007-07-02 오전 11:30:34

    수정 2007-07-02 오후 12:30:09

▲ 이승엽 [뉴시스]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국민 타자' 이승엽(31.요미우리)은 2일 고대하던 일본진출 100호 홈런을 때려냈다. 크고 작은 아픔을 딛고 일궈낸 기록이기에 더욱 값지게 느껴졌다.

홈런이 나오는 장면에서 한참을 박수 치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2005시즌에만 제대로 기용됐더라도 이승엽의 100홈런 도달 시점은 훨씬 앞당겨 지지 않았을까
···.'

이승엽은 2004년 지바 롯데에 입단한 뒤 큰 부진에 빠졌다. 생애 첫 2군행의 아픔을 겪었다. 그러나 모진 훈련을 딛고 2005년 30개의 홈런을 때려 재기에 성공했다. 그러나 바비 밸런타인 지바 롯데 감독은 좀처럼 자신의 용병술을 바꾸지 않았다.

타순은 7번을 비롯한 하위 타순에 배치됐고 그나마도 좌투수가 나오면 기용되지 못했다. 프랑코,베니 등 다른 외국인 타자들의 기용법과 큰 차이가 있었다. 그들에겐 충분한 기회를 줬지만 이승엽은 마치 신인급 일본 선수 대하듯 했다. 이승엽이 그해 팀내 최다 홈런,타점 타자였음을 감안하면 더욱 이해가 안됐다.

2006년 요미우리 이적 후 큰 성공을 거둔 이승엽은 여전히 지바 롯데 시절에 대한 질문이 나오면 "잃은 것이 너무 많았던 시간"이라는 말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다. 그러나 꼭 잊지 않는 말이 한가지 있다. "그 시간들이 내 야구 인생에선 큰 도움이 됐다."

지바 롯데 시절 이승엽은 분명 그의 야구인생에 있어 중요한 '숫자' 여러가지를 잃었다. 그러나 얻은 것도 분명히 있었다. 그때의 아픔이 있었기에 이제 어지간한 시련에는 크게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자생력이 생긴 것은 아닐까.

밸런타인 감독은 그의 야구 인생이 조금 느려지긴 했어도 더욱 강해지는데 도움이 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승엽은 시즌이 시작되기 전이면 언제나 "다시 벼랑 끝에 선 자세로 임하겠다"는 말을 빼놓지 않는다.

▲ 이대호
구도 부산 야구의 상징이 돼 버린 이대호(27.롯데)는 불과 몇년전만 해도 지금의 모습을 상상할 수도 없었다.

2002시즌 중 부임한 백인천 전 롯데 감독은 이대호에게 전혀 출장기회를 주지 않았다. "살 빼기 전엔 경기에 나설 생각을 말라"며 그를 철저하게 외면했다.

단순히 빼놓기만 한 것이 아니다. 대놓고 수모를 안겨주기까지 했다. 한여름에도 점퍼와 땀복을 입혀 운동장을 돌게 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 사이 트레이드가 추진됐었다는 사실은 그를 더욱 아프게 했다.

몇겹의 옷을 껴입고 인조잔디가 깔려 있던 사직구장을 돌고 있는 이대호의 얼굴에선 땀인지 눈물인지 모를 액체가 쉴새없이 흘러내리곤 했었다.

백 감독이 물러난 뒤 이대호는 조금씩 제 자리를 찾게 됐고 이제 '최고'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수준까지 성장했다. 물론 그때의 기억들은 이제 지우고 싶은 일들로 남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또 다른 분석도 있다. 한국 프로야구의 한 감독은 "이대호는 타석에서 상대에게 주는 위압감이 다른 선수와 격이 다르다. 자신이 팀의 중심이라는 확실한 자각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비교우위가 있다. 어쩌면 그때의 아픔이 이대호의 가슴 속에 독기를 심어줬던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한 바 있다.

이대호는 요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세 퇴출 이후 상대의 집중 마크에 시달리며 고전중이다. 그러나 이대호가 쉽게 물러설거라고는 생각되지 않는다.

시련은 때로 인생이란 그릇을 찌그러트려 버리기도 하지만 그 시련을 이겨낸 그릇은 좀처럼 깨지지 않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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