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선수들이 들려 준 "우리가 잘 나가는 이유"

  • 등록 2007-07-02 오후 1:54:52

    수정 2007-07-02 오후 1:57:49

▲ 박재상 [사진=SK구단]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SK 와이번스가 잘 나가고 있다. 6월이 넘어가면 떨어질거란 예상과는 달리 오히려 승승장구하며 1위를 질주중이다. 최근 10연승의 휘파람을 불며 17승1무7패라는 놀라운 성적으로 6월을 넘겨냈다.

비결은 '전원 야구'다. 가동 가능한 전력을 모두 쓰며 승리를 챙긴다. 주전 비주전의 차이가 거의 없다는 점이 이같은 운영을 가능케하고 있다.

물론 이제 시즌은 절반 정도 지났을 뿐이다. 앞으로도 SK가 지금처럼 잘 나갈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현재 SK가 강력한 힘을 보여주고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SK 선수들이 들려 준 덕아웃 뒷편 이야기를 몇가지 들어보니 그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 내용은 SK 선수들이 전해준 이야기를 재구성한 것입니다.)

#1. 지난 2월 일본 고지 캠프 휴식일 전날 이진영의 방.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형, 저 잠깐 가도 돼요?"

박재상이었다. 잠시 후 방문이 열리고 맥주캔을 든 박재상이 들어왔다. 두어캔 쯤 마셨을까. 박재상이 고민을 털어놓았다.

핵심은 미래에 대한 불안이었다. 김성근 감독이 취임 일성으로 실력 위주 기용을 천명했지만 '설마...'라는 인식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외야수는 3자리인데 그 중 박재홍 이진영을 빼면 실질적으론 1자리만 남을 뿐이고 그 한자리를 놓고 무려 5명 이상(1루수 요원 박정권 김재구 등 포함)이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생각하니 답답할 밖에.

희망을 갖고 모진 훈련을 이겨내고는 있지만 시즌이 다가올수록 불안감이 더욱 커졌던 셈이다. 이진영은 같은 외야수지만 (그때까지만해도) 동등하게 경쟁중이라고 생각하지 못했기에 속내를 털어놓았던 것이다.

이진영은 "뭐라고 해줄 말이 없어 같이 답답해만 하다 자리가 끝났다"고 당시를 회상한 바 있다.

그러나 박재상의 고민은 헛된 것이었다. 김 감독은 ‘진짜’ 실력 위주로 선수를 썼다.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고 균등하게 기회가 주어졌다. 열심히만 하면 누구나 경기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주어졌다.

그때의 어두웠던 박재상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경기 전이나 도중,그리고 끝난 뒤에도 가장 파이팅 넘치는 선수가 바로 박재상이다. 선발 라인업에 들건 빠지건 마찬가지다. 그 뿐 아니라 대부분 선수들이 그렇다.

SK 한 고참 선수는 "얼마 전, 쉬기 전날 특타 명단이 발표됐는데 거기서 빠진 한 선수가 "어라, 나 왜 빠졌지. 내가 뭐 잘못했나. 속상하네" 라고 말해 모두 (웃겨)뒤집어졌다. 특타 빠졌다고 괴로워하는 팀은 우리 밖에 없을 것"이라고 현재 SK의 팀 분위기를 전했다.

#2. SK가 한참 추락을 거듭하던 5월 어느날 경기 후. 한 주전급 선수가 감독실 문을 두드렸다. 그는 한껏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죄송합니다. 오늘은 저 때문에 진 것 같습니다."

그는 그날 찬스를 살리지 못한 것은 물론, 주루와 수비에서도 여려차레 실수를 하며 맥을 끊었었다. 김 감독의 반응은 의외였다. "아니다. 너를 쓴 내 잘못이니 자책하지 마라."

선수는 그만 참았던 울음을 터트렸다. 그리고는 솔직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처음엔 감독님 기용법이 이해가 안됐다. 아예 태업하고 싶은 생각까지 들었다. 하지만 팀 분위기를 보니 그럴 수 없었다. 팀이 필요한 역할을 하겠다"며 대성통곡을 했다. 김 감독은 가만히 등을 두드려주고 그 선수를 돌려보냈다고 한다.

이 일화를 전해준 선수는 "선발 라인업에서 빠져도 결국 그날 경기에 모두 나선다. 감 떨어진다는 얘긴 SK랑 상관없다. 적응 못하던 선수들도 이젠 다 의욕적으로 임한다. 특히 젊은 선수들에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경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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