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가 산책①]'뮤직+토크'의 두가지 맛...'뮤직토크쇼'의 의미와 과제

  • 등록 2008-06-05 오후 1:25:50

    수정 2008-06-05 오후 1:29:51

▲ 음악토크쇼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SBS '김정은의 초콜릿' 그리고 Mnet '김윤아 마담B의 살롱'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가 오는 6일 300회를 맞는다. 급변하는 방송 트렌드 속 지난 2002년 4월부터 지금까지 6년여간 방송을 이어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 특히 음악 향유 문화의 변화로 음악 관련 프로그램들이 시청률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방송 현실에서 뮤직토크쇼가 뚝심을 지켜왔다는 것은 의미가 깊다.

뮤직토크쇼의 시청률 가뭄 속에서도 방송사들은 꾸준히 관련 프로그램들을 새롭게 기획하고 편성해왔다. KBS는 지난 1990년대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를 시작으로 ‘이문세쇼’, ‘이소라의 프러포즈’로 명맥을 이어왔으며 현재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방송하고 있다. SBS는 ‘이적의 음악공간’과 ‘김윤아의 뮤직웨이브’에서 최근 ‘김정은의 초콜릿’까지 뮤직토크쇼의 불씨를 꺼뜨리지 않고 지켜왔다. 케이블 Mnet도 지난 4월부터 ‘김윤아의 마담B의 살롱’이란 뮤직토크쇼로 최근 이 대열에 합류했다.

 
▲ KBS 2TV '윤도현의 러브레터'


뮤직토크쇼들은 시청자들에게 방송을 통해 공연 문화를 제공한다. ‘윤도현의 러브레터’와 ‘김정은의 초콜릿’이 무료로 제공하는 좌석수만 하더라도 일주일에 2000여석. 여러 뮤지션들이 출연하는 소규모 콘서트를 매주 즐길 수 있다는 것은 시청자들에게도 적지 않은 즐거움이다.

뮤직토크쇼를 공개 방송으로 보기 위한 시청자들의 경쟁도 매우 치열한 편이다.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경우 매 방송마다 평균 20대 1의 방청권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 제작진의 설명이다.

작은 콘서트를 통해 그 동안 듣지 못했던 양질의 연주와 음악을 들려주는 것도 뮤직토크쇼들이 가진 매력 중 하나다. 이는 디지털 음원과 매체의 보급으로 인해 라이브 연주 음악에 대한 감각이 쇠퇴한 청취자들에게 또 다른 음악적 자극으로 작용하기도 한다.

보통 가요 순위프로그램의 경우 출연 가수들이 MR을 하거나 할당된 방송 시간에 쫒겨 원곡의 플레이시간에서 일정 부분 잘린 음악을 부득이하게 내보내곤 한다.

그러나 뮤직토크쇼들의 경우는 라이브 음악을 고집함은 물론 평소 가수들이 시간에 쫒겨 부르지 못했던 곡들을 선보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음악팬들에게 새로움을 선사하기도 하는 것.

실제로 록그룹 넬은 ‘기억을 걷는 시간’의 플레이 타임이 5분이 넘어 가요 순위프로그램에서는 할 수 없이 3분 30초 정도로 잘라 연주를 해야 했다. 그러나 뮤직토크쇼인 '김윤아의 마담 B의 살롱'에서는 시간의 제약 없이 오롯이 원곡을 다 들려주며 제대로 된 연주를 할 수 있었고 그동안 많이 알려지지 않은 음악들도 시청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었다.

‘마담B의 살롱’ 이슬기 PD는 “보통 뮤직토크쇼에서는 백밴드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SS501이나 소녀시대 같은 아이들그룹의 음악도 이런 밴드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하게 되면 새로운 맛이 난다”며 “실제로 관객들이나 시청자들의 호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 SBS '김정은의 초콜릿'


뮤직토크쇼는 또 배우들이 출연해 숨겨진 노래실력을 뽐내는 장이 되기도 한다.

‘윤도현의 러브레터’에 출연한 영화배우 이미연은 장혜진의 ‘키 작은 하나’를 불러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즐거움을 주었고, 최근 SBS 드라마 ‘온 에어’에 출연한 이범수는 ‘김정은의 초콜릿’에서 이적의 ‘다행이다’를 불러 시청자들에게 화제가 된 바 있다.

뮤직토크쇼 특유의 편안한 분위기가 출연진들의 긴장을 이완시켜 평소 쉽게 접할 수 없는 스타들의 노래를 시청자들에게 제공하는 또 하나의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뮤직토크쇼 프로그램들은 시청률의 가뭄 속에 위기를 맞고 있다.

TNS미디어코리아에 따르면 뮤직토크쇼의 대부격인 ‘윤도현의 러브레터’의 시청률은 지난 2004년 평균 6.2%에서 올해 4.2%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뿐만 아니라 현재 방송되고 있는 모든 뮤직토크쇼가 평균 5%의 시청률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시청률의 압박으로 MBC ‘수요예술무대’는 지난 2005년 방송 13년 만에 막을 내리고 말았다.

뮤직토크쇼의 위기 요인에 대해 제작진들은 하나같이 음악의 유통 경로가 많아졌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TV를 통해서가 아니라도 인터넷 등을 통해 음악은 물론 가수들의 공연 실황도 쉽게 접해볼 수 있기 때문에 더 이상이 뮤직토크쇼의 라이브가 시청자들에게 큰 매 력으로 다가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정은의 초콜릿’의 성연준 PD는 “이런 상황이 뮤직토크쇼를 밤 프라임 타임에서 자정이나 새벽 1시 정도로 밀어냈고 결국 시청률은 더욱 하락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라이브 음악에 대한 시청자들의 갈증이 적어진 것과 비례해 스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곳이 너무 많아졌다는 것도 뮤직토크쇼 시청률 위기의 요인으로 꼽힌다.

뮤직토크쇼는 노래와 연주는 물론 출연진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는 것이 큰 매력이었다. 하지만 인터넷의 발달로 스타들의 뒷얘기와 정보는 넘쳐났고, ‘독한 질문’으로 중무장한 예능 토크쇼로 인해 밋밋한 뮤직토크쇼의 대화는 설 자리를 잃게 된 것이다. 

▲ Mnet '김윤아 마담B의 살롱'

이런 외부적 요인과 더불어 1990년 이후 정체돼 있는 뮤직토크쇼들의 변화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지금 방송되고 있는 대부분의 뮤직토크쇼들의 포맷이 지난 1990년대 방송과 크게 달라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눈맛은 쉴 새 없이 변하는 데 뮤직토크쇼는 이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성연준 PD는 “뮤직토크쇼의 중심이 음악 연주와 노래에 있기 때문에 프로그램의 변화와 진화가 쉽지 않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방송 50분 중, 노래와 연주가 30분이고 나머지 20분에 변화를 주어야 하는데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성연준 PD의 설명이다.

이 때문에 해외에서는 뮤직토크쇼 프로그램들이 하나둘씩 줄어들고 음악 위주의 방송과 토크 위주의 방송으로 양극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본의 전통 뮤직토크쇼 ‘아워 네이션’은 최근 시청률 부진으로 막을 내렸으며, 현재 일본 뮤직토크쇼는 가수 비와 보아가 출연해 화제를 모은 후지TV의 ‘헤이헤이헤이’처럼 토크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변화기를 맞고 있다.

영국 BBC는 뮤직토크쇼의 토크를 버리고 라이브 음악에 집중하는 ‘에비로드 라이브’란 프로그램을 편성해 음악팬들을 집중 공략하는 전략을 시도하기도 했다.

하지만 ‘윤도현의 러브레터’를 처음 기획한 이기원 PD는 “뮤직토크쇼란 기획을 버리지않고 다른 예능프로그램에서 볼 수 없는 게스트만 확보한다면 경쟁력은 충분히 있다”고 관측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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