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계상 '나는 왜 배우의 길에 서 있나'

  • 등록 2009-11-10 오전 9:57:54

    수정 2009-11-10 오전 9:59:42

▲ 윤계상(사진=김용운 기자)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1999년 아버지의 연줄로 이십대 초반 아이돌 그룹의 멤버가 됐다. 연예인이 되겠다는 생각은 딱히 해본 적도 없던 상황이었다. 막상 시작은 했지만 노래나 춤, 랩 어느 하나 자신이 없었다. 본인의 표현을 빌리자면 '돈 벌면 술 먹고 탕진하는 쓰레기 같은 생활'을 했다. 그래도 자신이 속한 아이돌 그룹의 인기는 하늘 모르고 치솟았다. 다른 멤버들에 비해 음악적으로 재능이 없다고 생각했기에 열등감은 더 깊어갔다.

주변 사람들은 속도 모르고 칭찬만 하고 떠받들어줬다. 어느 날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영화감독을 만났다. 감독은 귀걸이와 남다른 헤어스타일로 멋을 한껏 부린 아이돌 스타 윤계상을 보자 눈살부터 찌푸렸다. 말도 제대로 섞지 않았다. 자신을 그렇게 무시하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윤계상은 오기가 생겼다. 먼저 자신을 무시한 감독이 연출한 영화를 봤다. 일본 정신대 할머니들의 삶을 담은 ‘낮은 목소리’를 였다. 감독의 열정과 근성에 머리 속이 ‘번쩍’했다. 3일 동안 밤낮없이 대본을 연기했다. 오디션을 통과했다. 2004년 윤계상은 그렇게 변영주 감독의 영화 ‘발레 교습소’를 통해 연기자의 길을 걷게 됐다. 윤계상은 아직도 변영주 감독을 인생의 은인 중 한명으로 여긴다.

‘발레 교습소’를 통해 연기의 맛을 보게 된 윤계상은 2004년 12월 입대를 선택한다. 아이돌 스타 출신 현역 입대는 윤계상이 처음이었다. 변 감독은 입대하는 윤계상에게 “군대 들어가서 네 얼굴 100번은 더 쳐다보고 와라”고 말했다. 윤계상이 배우에 대한 열정은 생겼지만 자신의 얼굴이 배우에 적합한 얼굴인지 고민을 털어놨기 때문이다.

윤계상은 “배우는 정우성이나 장동건 등 꽃미남들만 하는 일인 줄 알았다”며 “그런데 군대 있을 때 보니 어디에 내놔도 평범한 제 얼굴이 오히려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전방 15사단 수색대에서 복무하던 시절, 서울 강남에서 곱게 자랐던 윤계상은 생전 처음 겪는 일이 많았다. 한겨울 화장실에는 대변이 그대로 얼어붙어 있었고 졸병 윤계상은 손으로 그것을 퍼내야 했다. 상병으로 진급할 때 국방부 홍보지원단으로 소속을 옮겼지만 아직도 수색대에서 군 생활 절반을 했다는 것에 자긍심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고 군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지는 않다고 강조했다.
 
▲ 윤계상(사진=김용운 기자)


2006년 12월 윤계상이 제대할 무렵 god의 활동은 잠정 중단된 상황이었다. 이제 아이돌 가수 윤계상이 아니라 배우 윤계상으로 평가 받고 싶었다. 마음이 급했다. ‘god를 버리면서까지 연기를 선택했다’는 인터뷰 기사가 나갔다. “가수는 안 할 생각입니다”는 자신의 말이 확대 해석된 인터뷰였다. 팬들의 질타가 이어졌다. god라는 모태가 없었다면 연기자 윤계상이 과연 존재했겠느냐는 이유였다.

“제가 너무 연기 한 곳만을 바라본 것 같습니다. 어쨌든 제 출발이 god였고 가수였는데 단 번에 배우로 평가 받기만을 바랐으니까요. 어느 순간 그 사실을 깨닫고 마음을 비웠습니다. 꿋꿋하게 한 걸음씩 가다보면 배우로 절 봐주시리라 믿은 거죠. 한 열 작품쯤 하면 배우란 말을 자연스럽게 들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제대 이후 윤계상은 이미연과 드라마 ‘사랑에 미치다’에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김하늘과 영화 ‘6년째 연애중’의 주인공도 됐다. 그때가 제대 다음 해인 2007년이었다. 2008년 들어 윤계상은 윤종빈 감독의 ‘비스티 보이즈’에서 껄렁한 호스트 역으로 분해 하정우와 호흡을 맞췄다. MBC 드라마 ‘누구세요’ 에도 주인공으로 출연했다. 영화와 드라마 모두 흥행에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그래도 윤계상은 연기를 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좋았다.

윤계상이 올해 드라마 ‘트리플’을 거쳐 다시 스크린에 모습을 나타낸 것은 지난 5일 개봉한 최진호 감독의 데뷔작 ‘집행자’를 통해서다. 윤계상은 ‘집행자’에서 공무원시험을 보다 신입 교도관이 된 오재경 역을 맡았다. 오재경은 국가에서 합법적으로 저지르는 살인, 즉 사형 집행의 집행관이 된다.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감정을 가져야 하는 건지, 아니면 단지 사무적인 일로 다가가야 하는 건지, 오재경이란 캐릭터의 심정을 잡는데 무척 힘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인물이 영화에서 또 얼마나 될까? 그런 연기를 할 수 있는 캐릭터를 언제 또 맡아서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힘들지만 또 힘이 나더라구요.”

최진호 감독은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월드프리미어로 상영된 ‘집행자’의 관객과의 대화시간에 윤계상에 대해 “오재경이란 캐릭터가 내적 연기를 요하고 갈등이 중첩되는 인물인데 윤계상이 이를 잘 표현해줬다”고 고마움을 나타냈다. 당시 ‘집행자’를 본 관객들도 윤계상의 연기에 대해 큰 박수를 보냈다.

올해 생전 처음 부산영화제에 간 윤계상은 “비로소 배우가 되었다는 느낌을 받아 행복했다”고 말했다. 배우와 스태프들과 어울려 밤새 술을 먹고 영화에 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관객들이 아이돌 스타 출신 윤계상이 아닌 배우 윤계상으로 보고 자신의 연기에 대해 진지한 질문을 던져준 것에 대해 감동했다.

윤계상이 최근 스스로에게 가장 많이 하는 질문은 '나는 왜 배우의 길에 서 있나'이다. 그리고 그 질문의 답은 명확하지 않고 또 변할 수 있다는 것도 인정하게 됐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늘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그 자체라는 것도.
 
▲ 윤계상(사진=김용운 기자)

“제가 장혁 형이랑 12년 지기입니다. 데뷔 전에는 같은 방에서 합숙할 정도로 친했고 군대도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곳에 갔구요. 그런데 혁이 형이 만날 때마다 제 이야기는 30분도 안 듣고 3시간 동안 연기이야기만 하더라구요. ‘이 사람이 미칠 정도로 빠져 있는 게 뭐지?’ 늘 궁금했었습니다.”

장혁이 미쳐있던 연기의 재미를 윤계상도 ‘발레 교습소’를 찍고 나서 느꼈고 이후 인생의 길이 달라졌다. 윤계상은 "아직 연기를 할 때 모르는 것과 어색한 것이 많지만 언젠가는 ‘아! 윤계상이란 배우가 한 때 가수도 했었지’라는 말을 들을 때까지 그저 옆을 보지 않고 연기에만 매진할 생각"이라고 웃으며 장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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