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전 오늘, IMF③]'타이타닉' 누른 '쉬리'의 성공...작품만이 살길

  • 등록 2008-12-03 오후 12:59:32

    수정 2008-12-03 오후 5:51:17

▲ 타이타닉과 쉬리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IMF는 당시 한국영화계에 오히려 도약의 계기가 됐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영화계 인사 대부분은 11년 전 IMF 구제금융 당시보다 최근의 상황이 더 어렵다는데 의견을 같이한다. 당시 한국 영화계는 국내 경기의 불황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 신르네상스를 열어가며 성장가도에 섰지만 최근 상황은 성장의 거품이 꺼지고 투자가 단절되는 최악의 침체기를 맞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영화계는 IMF 구제금융의 정점에 있던 1999년 2월 한국형 블록버스터를 표방하며 만들어진 강제규 감독의 ‘쉬리’가 개봉하며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된다. ‘쉬리’는 당시 한국 극장가 역대 최고 흥행작이었던 할리우드 영화 ‘타이타닉’의 흥행 기록을 경신하며 한국영화사에 한 장을 장식했다.

‘쉬리’는 1998년 2월 개봉해 국내 극장가를 휩쓸었던 ‘타이타닉’의 480만 기록을 뒤로 제치고 전국적으로 620만 관객을 끌어 모았다. ‘쉬리’의 흥행은 여러모로 상징적인 사건이었다. 그간 할리우드 상업영화에 비해 재미와 완성도가 한 수 아래라고 평가 받던 한국 상업영화가 할리우드 대작과 어깨를 나란히 겨룰 수 있음을 증명해서다.

즉 ‘쉬리’의 성공 이후 영화인들은 우리도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흥행성과를 낼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또한 ‘쉬리’의 성공과 이후 박찬욱 감독의 ‘공동경비구역 JSA’, 곽경택 감독의 ‘친구’ 등 500만 관객을 넘는 흥행영화들이 줄줄이 나오면서 한국영화는 IMF로 인해 기업들이 쓰러지는 와중에도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여기에는 1998년 강변 CGV를 통해 국내 첫 선을 보인 멀티플렉스의 성장도 밑거름이 됐다. 전국적으로 스크린이 1000여개 이상 증가하면서 북미와 같은 ‘규모의 경제’가 한국 영화산업에서도 가능하게 됐고 이를 채우기 위한 ‘콘텐츠’의 제작도 요구되어졌다.

한 멀티플렉스 업계 관계자는 “당시 경제는 불황이었지만 적어도 극장가는 성장세에 있던 것이 분명하다”고 밝혔다. 줄 서서 기다리지 않아도 영화를 볼 수 있는 멀티플렉스는 수요를 창출해냈고 유동인구가 많은 주요 도심마다 멀티플렉스가 신설됐다. 극장수가 늘어나는 만큼 영화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수입도 늘었다.

이 관계자는 “구제금융 당시 극장업계 만큼은 시장의 파이가 커지는 시기였다”며 “IMF 구제금융 기간이었던 2000년 초반 이후 국내 영화 관람 연인원수도 1억명을 넘어서게 됐으며 CGV 같은 경우도 예상보다 여러 해 앞서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한국영화계는 IMF 당시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처했다. 우선 10여 년간을 성장해오던 영화산업 자체의 성장세가 국내 경기와 무관하게 먼저 꺾여 있는 상황이다. 영화진흥위원회 강한섭 위원장은 지난 해 10월 부산국제영화제 콘퍼런스 자리에서 “한국영화는 현재 공황적 위기”라고 강조한 바 있다.

강 위원장은 "영진위가 집계한 결과 올 상반기 제작된 영화가 35편에 불과하고 수익률은 마이너스 40%에 이른다"며 “현재 2005년과 2006년 100여 편이나 제작되던 한국영화의 거품이 꺼지면서 영화에 투자되는 돈이 씨가 마르고 있다”고 우려했다.

황재성 동의대학교 영상대학원 겸임교수는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로 불거진 세계적인 경제 불황에 앞서 한국 영화계는 지난 2007년부터 불황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했다. 황교수는 “이미 지난해부터 투자수익률의 감소로 영화계에 투자하려는 투자자들이 이를 보류하거나 아예 투자를 백지화 하는 것이 현재 다반사”라며 "다만 그로 인해 배우들의 개런티가 합리적으로 조정되는 면은 긍정적인 변화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하늘 모르고 치솟았던 배우들의 개런티 역시 어려워진 제작 여건을 감안해 낮춰지고 있는 추세다. 전도연과 김혜수 등 스크린의 톱스타들이 저마다 제작규모에 맞게 출연료를 낮춰 받겠다며 발벗고 나섰다.

멀티플렉스 관계자들 중에는 현재 극장가 상황에 대해 “차라리 IMF 당시가 한국영화계에 더 희망적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경기불황으로 인해 주머니가 가벼운 젊은 층들이 문화생활을 위해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극장 관람에 몰렸기 때문이다. CJ CGV 홍보팀의 윤여진씨는 “극장을 찾는 젊은 관객수가 올해 들어 확실히 줄어들고 있다”며 “현재 멀티플렉스 업계는 운영경비를 절약하기 위한 각종 묘안들을 짜내고 있다”고 밝혔다.

지금까지 ‘접속’, ‘공동경비구역JSA',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10여년 이상 영화를 제작한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IMF 초반 영화계도 불황의 여파가 몰려와 투자가 쉽지 않았지만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소재와 시도였던 ‘쉬리’와 ‘공동경비구역 JSA’ 등의 흥행이후 투자자금이 몰려 이후 경기불황에서는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었다”며 “그때보다 지금이 한국영화계는 더 어려운 상황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심 대표는 “결국 영화계는 자신들이 만들어내는 영화 자체로 관객들의 선택을 받게 된다”며 “IMF 당시에는 관객들이 한국영화를 더 봐주자는 분위기가 있었고, 한국영화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던 편이지만 최근에는 한국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눈이 많이 차가워진 것을 느끼게 된다”고 덧붙였다.

심 대표는 “10년 전 IMF 당시 한국영화가 경기침체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의 지지를 받은 데에는 여러 가지 요인이 있지만 그중 하나는 할리우드와 다른 우리네 정서를 표현하고, 다양한 장르와 소재를 통해 ‘볼만한 영화’를 만들었던 영화인들의 도전정신과 창의성 및 열정이 기본이 되었기 때문이다”며 “제2의 IMF와 같다는 최근의 상황에서 영화계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경비절감과 함께 참신한 기획과 완성도를 갖춘 영화를 관객들에게 꾸준히 선보이는 방법만이 현재로서는 최선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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