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룡 감독과 딥토크 1] 한국 축구, 세계 20위권 가능...기본되면

  • 등록 2008-04-17 오후 2:45:53

    수정 2008-04-17 오후 3:19:18

▲ 장외룡 감독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16일 FC 서울과의 삼성 하우젠컵 A조 3차전을 0-0 무승부로 마친 인천의 장외룡 감독은 “서울과 같은 강팀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것은 젊은 선수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콤비 플레이 부족 등 몇몇 아쉬운 점을 토로하기도 했으나 장 감독의 경기 후 인터뷰는 선수들에 대한 신뢰와 기대, 한번 해볼만 하다는 자신감이 녹아 있었다.

지난 달 27일 ‘딥 토크'를 하면서 그가 밝혔던 ’축구관‘ ’선수관‘에서 벗어나지 않는 내용이었다. 당시 장외룡 감독은 바빴다. 한 방송사와의 인터뷰가 먼저 잡혀 있었, ‘딥 토크’가 끝나고 나서는 바로 일본에서 온 제자들을 보러 간다며 점식 식사도 건너뛰고 길을 나섰다.

인터뷰 장소는 인천 문학월드컵 경기장에 있는 감독실. 한쪽 벽에는 ‘선의의 경쟁으로 본인의 실력을 키워라’ ‘최대한의 노력으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등의 표어가 적힌 전지들이 줄줄이 붙어 있었다. 그라운드를 나누어 각 위치별로 선수들이 염두에 둬야 할 일종의 원칙들도 꼼꼼하게 적혀 있었다. 축구에 전념하는 그의 면모를 느낄 수 있었다.

1년간의 영국 연수를 마치고 장 감독이 다시 지휘봉을 잡은 인천은 당시 기세가 좋았다. 감독만 바뀌었을 뿐 이렇다 할 전력 보강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평가됐지만 2008 삼성 하우젠 K리그에서 2연승을 거두며 선두를 달리고 있었다. 17일 현재에도 3승1무1패(승점 10)로 ‘호화 군단’ FC 서울과 승점에서 동률을 이루고 골득실에서 뒤지는 4위를 마크하고 있다. 창단 2년째인 지난 2005년 K리그 준우승에 이어 다시 돌풍을 일으킬 태세다.

지난 해에는 각급 대표 팀 감독 후보로도 물망에 오르내렸던 장 감독의 지도자 인생을 들었다. ‘딥토크’ 전날 열렸던 한국과 북한의 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 3차예선 2차전을 두고 이야기가 시작됐다. 그의 축구관이 자연스레 풀어져 나왔다.

▲한국 축구와 유럽 축구의 차이는

“이제 아시아 축구도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이전에는 북한을 한 수 아래로 둘 수 있었지만 이젠 그렇지 않다. 한국은 해외파와 국내파의 콤비 플레이 등에 문제가 있었다. 이는 유럽 등 선진 축구와의 차이다.

그쪽은 선수들이 모두 일정 수준의 레벨에 올라있어 하루 이틀 모여 발을 맞추면 좋은 경기력을 발휘할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같은 시스템에서 축구를 배우고 익혔기 때문이다. 대표팀에는 같은 과정을 거쳐 최고 수준의 기량을 발휘하는 선수들이 모인다. 이러면 국제축구연맹(FIFA) 룰에 따른 소집기간을 통해 정상 전력을 구축할 수 있다. 모여선 상대팀을 분석하고 컨디션을 조절한다. 몸 관리 등은 평상시에 스스로 알아서 다 한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어려서부터 단체생활에 젖어 있다. 보름, 한달 이렇게 합숙을 통해 전력을 다진다. 대표팀도 최소한 1주일은 함께 훈련해야 정상 전력을 갖출 수 있을 것 같다.“

장 감독은 문화의 차이를 말했고 요즘 선수들이 예전보다 못한 면도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는 근본적으로 바탕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 선수는 스스로 컨트롤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가 절제하고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선수들은 지도자가 모아서 시켜야 하는 문화에 익숙해 있다. 또 요즘 선수들은 핵가족 문화 속에 부모님들의 보호를 많이 받고 자란 탓인지 자기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부족해 보인다.

또 예전과 비교하면 노력하는 것도 모자라게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 때만 해도 ‘대표 선수가 되겠다’는 등의 목표를 설정하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노력했다. 나는 우리 선수들에게 승부는 휴가 또는 휴식을 가질 때 난다고 거듭 이야기 한다. 훈련외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이기려면 남들 놀 때 해야 하지 않겠는가. 이런 의미를 파악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
 
▲ 장외룡 감독

▲축구 선수, 공부해야

장 감독은 그래서 지도자가 바뀌어야 하고 더 근본적으로는 선수들도 정상적인 공부를 하는 문화가 절실하다고 밝혔다.
“때문에 지도자들도 선수들을 육성하는데 더욱 체계적으로 무장하고 접근해야 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선수들도 공부를 하면서 운동할 필요가 있다. 요즘도 공부를 시킨다고는 하나 수업을 일반 학생처럼 받는 정도는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물론 아예 교실도 들여보내지 않았던 때에 비하면 나아진 것이다. 하지만 교실에 들어가서 제대로 수업을 받고 나오는지 의문스럽다.

일본은 다르다. 수업을 받지 않고 축구만 하는 경우는 없다. 시합도 방학 등 수업에 지장이 없는 기간에 열린다. 대학 입학시험도 일반 학생과 똑같이 치른다. 그동안에는 일본 갔다 왔다고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할까 봐 말을 꺼렸다. 하지만 우리도 무언가 느끼는 게 있어야 한다.“

▲한국 축구, 세계 20위권도 가능...바탕만 마련된다면

장 감독은 일본 축구를 예로 들면서 기본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장 감독은 조건만 갖춰지면 가능성은 한국 축구가 더 크다고 생각했다.
“일본만 해도 일정한 면이 있다. 유소년 육성을 강조하고 기본기를 중시하는데서 비롯되는 것이다. 현재 한국 일본 북한 축구는 큰 차이가 없다. 다만 일본은 경기 스타일이 기본기가 바탕이 된 좀 더 세련된 축구를 한다.

기본 기술을 바탕으로 그 다음 체력 정신력 등 다른 요소들이 추가된다. 상대를 무너뜨려야 골망을 흔들 수 있는데 상대가 쉽게 놓아 주지 않는다. 지역을 넘어서야 하고 중앙이나 사이드 돌파가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선 기술이 필요하다. 이런 기술은 11~13세 때 습득되어야 한다. 패스도 뛰어가는 선수의 발 앞에 떨어뜨려 스피드를 떨어뜨릴 수 있고, 스피드를 그대로 살릴 수 있는 지점에 정확하게 연결할 수 도 있다. 볼을 떨어뜨리는 위치에서 고급 축구와 그렇지 않은 축구의 차이가 난다.

한국 축구도 아시아권을 넘어 서는 게 어려운 일만은 아니다. 일본은 수준이 일정하지만 한국은 근성 소질 등은 일본보다 낫다. 여기에 경제적인 여건도 예전처럼 나쁘지 않다. 다만 이런 것들을 제대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바탕, 지도자 양성이나 행정적인 부분이 부족하다. 좋은 선수가 많이 나오면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내다가 선수가 없으면 고전하는 등 기복이 심한 것도 이 탓이다. 바탕이 제대로 갖춰진다면 세계 20위권 안에 진입할 수 있고 유지할 수도 있다고 본다.“

정대세, K리그서도 통한다

지난 2월 동아시아선수권 대회에서 국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재일교포 출신 북한 대표 정대세 이야기도 나왔다.

“정대세는 동아시아대회에서 갑자기 떠오른 선수는 아니다. 지난 시즌 일본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다. 많이 보지는 못했으나 혼자서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단 축구는 혼자만의 능력으로 되는 게 아니고 동료들과 조화가 이뤄져야 한다. 자신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팀을 찾는다면 K리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

(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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