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외룡 감독과 딥토크 2]한국과 일본 축구의 차이는?

  • 등록 2008-04-17 오후 2:46:01

    수정 2008-04-17 오후 3:23:21

▲ 장외룡 감독


[이데일리 SPN 김삼우기자] 장외룡 감독은 사실상 일본에서 지도자 생활을 시작했다. 지난 1987년, 부산 아이파크(당시 부산 대우)에서 현역 생활을 마감하고 아주대 코치를 잠시 맡은 뒤 일본으로 건너가 실업팀 PJM 퓨처스에서 플레잉 코치로 시작, 일본 J 리그 사령탑(베르디 가와사키, 콘사도레 삿포로)까지 올랐다. 그의 지도 철학에는 일본 축구 경험이 상당부분 녹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장 감독은 우선 일본에서의 좋은 인연을 기억했다.

마라도나 동생과 같은 팀에서 생활

“은퇴를 하고 지도자의 길을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원하고 생각하는 지도자가 되기 위해선 국내 축구 경험만으로 안 될 것 같았다. 마침 은퇴한지 1년 정도 지났을 때 일본 아마추어 팀에서 플레잉 코치로 와달라는 요청이 왔다. 윤정환이 뛰었던 J2 리그 사간 도스의 모체가 된 팀이다. 당시 선수로 더 뛸 수 있는 몸도 됐다.

거기서 좋은 분을 만났다. 팀을 운영하던 회사의 회장님이었다. 축구에 미친 분이었다. 일제 강점기때 대전에서 생활하면서 한국에 좋은 인상을 가진 분이었다. 한국 사람도 좋아했고 한국 음식도 좋아했다.

이 분 꿈이 컸다. 아마추어팀으로 프로 승격을 노리고 팀을 구성하고 있었는데 마라도나를 영입할 계획까지 세우고 있었다. 실제 당시 우리 팀에는 아르헨티나를 1986년 월드컵 정상으로 이끌었던 멤버가 세 명이나 있었다. 아르헨티나 대표 팀 코치출신도 있었고 마라도나의 친동생도 있었다. 마라도나를 데리고 오기 위해 준비를 한 것이다. 이야기도 잘 됐다. J리그 사무국도 대환영이었다. 흥행이 되니까. 하지만 일본 법무성에서 제동을 걸었다. 마라도나가 마약을 복용한 전력 때문이었다.

그래도 회장님은 그러면 밑에서부터 올라가겠다고 했다. 고향인 사간으로 내려갔다. 그때 고생을 좀 했다. 유소년 클럽과 함께 성인 2군팀까지 관장했다. 봉고차에 유소년 선수들을 태우고 경기장에 데려다주고 심판도 보고 했다.

7년간 아무소리도 안하고 아마추어팀에서 고생하는 것을 본 그 분은 우리 아이들 학비를 10년간 지원해주는 등 지금도 연락을 하며 지내고 있다. 은인이다.“

▲지도자는 교육자가 되어야

일본에서 형성되기 시작한 그의 지도 철학은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장 감독은 한국 축구를 이야기할 때도 그랬고 일본 생활, 영국 연수 생활을 말할 때도 공부의 중요성을 일관되게 강조했다.

"기본적인 생각은 지도자는 교육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도자 스스로 교육자라는 사명감을 가져야 선수들을 잘 가르칠 수 있다. 어린 선수들은 지도자를 보면서 꿈을 키우고 성장한다. 우선은 솔선수범해야 한다.

또 학교 팀 선수 30~40명 가운데 프로에서 꽃을 피울 수 있는 선수는 많지 않다. 나머지는 사회로 진출해야 한다. 이들에게 도움을 줘야 하지 않을까. 이런 문제들은 지도자 혼자만의 힘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국에서는 현실적으로 지도자 스스로 살아야 되고, 또 학부모들과의 관계도 있고 등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교육자의 자세를 갖기가 힘든 것 같다.

축구계, 나아가 스포츠계 전체가 공감대를 갖고 제도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시간이 걸리겠지만 지속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수업을 빼먹고 축구만 하는 것부터 바뀌어야 한다. 일본만 해도 일반 학생들과 같이 공부를 하면서도 아시아의 강호 자리를 지키고 있지 않은가."
 
▲ 장외룡 감독

▲한국도 할 수 있다

장 감독은 한국도 그렇게 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여겼다. ‘수업도 받지 않으면서 운동을 해야 우리보다 앞선 이들을 따라잡을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공부를 정상적으로 하면서 운동을 한다고 그들보다 뒤처질 이유가 없다. 그들과 똑같이 해서는 승산이 없다고 생각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고정관념이다. 유럽이나 우리나 똑같다. 성장과정에서 독특한 사회적인 환경과 문화가 작용하겠지만 여기서 근본적인 수준차가 나오는 것은 아니다. 골격 체격 이런 이야기들도 하는데 축구는 키가 작고 마른 선수가 더 잘하기도 한다. 출발은 같은데 차이가 난다면 그 중간 과정이 뭐가 다른지 연구를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장 감독은 축구 선진국으로 불리는 국가와 한국의 현상적인 차이점은 일관성에 있다고 했다.

“축구를 잘한다고 하는 나라들의 특징은 일정한 레벨의 선수들이 지속적으로 배출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렇지 않다. 좋은 선수가 있으면 성적을 내지만 그렇지 않으면 부진에 빠지는 패턴이 반복된다. 흔히 올해는 좋은 선수가 없어, 또 다음 해는 괜찮은 선수들이 많은데 이런 이야기가 되풀이된다. 일정한 수준의 선수가 지속적으로 수급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런 식으로 계속 가면 아시아 무대에서도 한국 축구의 위상이 위협받을 수 있다. 이제는 일본만 해도 상황이 다르다.”

▲일본, 일정 수준 못 넘어

장 감독은 한국이 여전히 일본에 앞서 있다고 생각하는 것도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일본보다 성장 가능성이 없다고 보는 것에도 고개를 흔들었다.

“현재 한국과 일본 축구의 수준 차는 없다고 본다. 승부는 당일 컨디션이나 전략적인 판단에 따라 나는 것 일뿐이다. 올 시즌 K리그 팀들이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진한 것을 수준차 탓이라고 볼 수는 없다.

단 일본 축구보다 우리가 여전히 앞서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 그렇지는 않다. 최근 삿포로 유스팀이 한국에 와서 한국 고교팀과 경기를 했는데 많이 이겼다고 들었다. 일본 유스팀이 한국에 오는 것을 보고 아직 배우러 온다고 여기는 것 같은데 아니다.

우리 때는 그들이 배우러 왔다. 하지만 요즘은 가깝고 싸니까 온다. 해외 경험을 쌓도록 한다는 의미도 있다. 올 때도 봄방학 등 수업이 없을 때 오는 것이다. 어느 클래스에서는 우리를 넘어갔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은 일정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국민성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우리가 일본이 지난 20년간 기울인 노력과 같은 정도로 했다면 그 수준을 훌쩍 넘어갔을 것이다. 일본이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우리 어린 선수들은 그 정도의 자질과 소질이 있다. 어린 선수들을 어떻게 성장시키느냐는 것은 전적으로 어른들의 책임이다. 베이스를 잘 만들어 주는 게 관건이다.“

(사진=한대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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