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진영의 베이징 일기7]빨래하는 남자들의 소원

  • 등록 2008-08-18 오전 9:37:17

    수정 2008-08-18 오전 9:47:03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어제(17일)는 처음으로 승부치기를 했다. 직접 나서지는 않았지만 역시 쉽지 않은 승부라는 걸 느끼게 됐다.

하지만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운이 많이 따르는 제도인 건 분명하지만 그래도 기본기가 튼실한 팀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가 수비나 주루, 작전 수행능력 등이 다 좋은 만큼 어느 팀과도 해볼만 할 것 같다.

중국 야구는 많이 발전한 것 같다. 대만을 이기고 난 뒤라 그럴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상대했던 것 보다는 훨씬 나아져 있었다.

어제 경기서 가장 기분 좋았던 건 (오)승환이가 변함없이 좋은 공을 던진 것이다. 쿠바와 평가전 이후 던지는 걸 못 봤는데 역시 최고 마무리투수 다운 공을 보여줬다. 모두들 아주 듬직하게 생각하고 있다.

반면 (정)근우는 선배들한테 꾸지람을 좀 들었다. 9회 안타 잘 치고 2루까지 뛰다 아웃됐기 때문이다. 심판의 오심이 있었지만 세이프 여부와는 상관없이 뛰어선 안된다는 상황이었다.

근우도 잘 알고 있었고 많이 후회했다. SK서는 실패를 하더라도 늘 한 베이스를 더 가는 주루 플레이를 강조한다. 그런 실패가 쌓이면서 공격적인 베이스 러닝 능력이 키워졌다.
 
하지만 올림픽은 얘기가 다르다. '다음'이 없기 때문이다. 실수 하나때문에 큰 화를 부를 수 있다. 나도 그런 실수를 하지 않도록 더 집중해야 할 것 같다.

아, 근우가 그것 때문에 기가 죽거나 하진 않았으니 걱정은 안해도 된다. 근우는 여전히 씩씩하고 또 컨디션도 아주 좋아 보인다.

발야구가 대표팀에서도 팀의 중심이 되다보니 그전과는 다른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다. 아니 매일 본다고 해야 할거다.

빨래하는 선수들이 늘어난 것이다. 선수촌에서도 빨래 서비스가 제공된다. 하지만 좀처럼 흙자국이 지워지지 않는다.

소속팀에서 뛸 땐 유니폼을 하나 하나 모두 분리해 세탁해주지만 여기선 빨래 내놓는 주머니채 빨아서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세탁양이 엄청나다보니 어쩔 수 없지 싶다.

그래서 아예 직접 손빨래를 한다. 유니폼에 흙 묻은 자국이 그대로 있으면 어쩐지 꺼림칙하다. 경기에서야 이리 구르고 저리 구르지만 시작하기 전엔 깨끗하고 깔끔한 기분으로 들어가야 아무래도 집중력이 더 생긴다.

슬라이딩 할 일이 많지 않은 거포들은 몰라도 나가면 이리 뛰고 저리 뛰는 근우나 (이)종욱이,(이)용규 등은 매일 경기가 끝나면 유니폼을 직접 빠는 것이 일이됐다고 보면 된다.
다들 귀찮을텐데도 군소리 없이 빨래에 열심이다. 유니폼을 손으로 열심히 부비다보면 묘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이 유니폼을 입고 뛰는 생각을 하게되기 때문인 것 같다.

그런 정성이 하나 하나 모여서 지금의 좋은 결과가 나오고 있는 건 아닐까.

'이진영의 베이징 일기'는 이진영 선수가 직접 구술한 내용을 정철우 기자가 정리한 것입니다. 올림픽 기간 중 계속 연재될 예정입니다. 이진영 선수의 눈에 비춰진 베이징 올림픽과 우리 대표팀, 그리고 그들의 금메달 도전기를 통해 보다 생생한 올림픽 경험의 기회가 되리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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