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구의 PD열전]준비된 사극 연출자, ‘주몽’ 이주환 PD

  • 등록 2007-06-25 오전 6:00:00

    수정 2007-06-25 오전 10:10:31

▲ MBC '주몽' 연출자 이주환 PD(제공=MBC)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국민 드라마는 애칭을 얻은 MBC ‘주몽’의 연출자 이주환 PD(46)는 기자들에게 참 답답한 취재원이다.

늘 웃음기 머금은 얼굴로 친절하게 맞지만 대화를 나눌 때 정작 핵심이 되는 부분은 이리저리 피해가 기자들을 난감하게 만들기 일쑤다.
 
자신이 연출하는 드라마에 대해 기자들이 확실한 정보를 입수했거나 이미 소문이 퍼져있는 사안이어도 항상 “아직 결정된 것 없다. 결정되면 연락을 주겠다”거나 “나는 모르는 일이니 윗분에게 물어보라”고 대답을 피한다. 

매사 '물에 물탄듯, 술에 술탄듯' 모호한 답변의 달인. 하지만 그가 연출하는 드라마는 전혀 다르다. ‘주몽’, ‘인어아가씨’ 등 이주환 PD의 드라마는 시청자들을 통쾌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 대학 전공도 사학...사극 위해 모든 것이 준비됐던 남자

이주환 PD가 사극 ‘주몽’으로 스타 PD가 된 것은 어찌 보면 필연이다. 역사에 대한 지식, 역사를 토대로 창작을 할 수 있는 기반이 탄탄히 다져져 있었기 때문이다.

이주환 PD의 대학 전공은 사학이다. 어려서부터 공부하고 싶던 분야여서 지원을 했다. 어려서 처음 접한 그림책이 한국 역사에 관한 것이고, 드라마도 허준의 일대기를 다룬 MBC 드라마 ‘집념’ 등 사극을 좋아했다. 고교 시절 단재 신채호 선생의 ‘조선상고사’를 읽고 사학에 더욱 흥미가 생겼다.

“역사 서적을 읽고 살아보지 못한 시대를 상상해 보는 게 재미있었어요. 대학에 가면 정사뿐 아니라 잘 알려지지 않은 상고사에 대해서도 공부를 해보고 싶었죠.”

그러나 아무리 흥미를 갖고 있던 분야라도 학문은 즐길 대상이 아니었나 보다. 방송사에 입문하기 전 그는 역사소설을 쓸 궁리를 하는 등 사학의 정해진 틀에서 벗어나기 위해 몸부림을 치다 결국 1987년 MBC에 입사했다.

방송사 입사를 결심한 이유는 조금 엉뚱했다. 딱히 드라마, 사극 등에 관심이 있어서는 아니었다. KBS에서 방송된 ‘이산가족찾기’를 눈물 흘리며 보고 난 뒤 방송이 줄 수 있는 감동의 힘에 매료돼 지원했다고 한다.

“우리 세대는 즐길 수 있는 문화의 주류가 방송이었거든요. 방송에 열광하는 세대였죠. 취업을 하려고 하니 방송사밖에 생각이 안나더라고요.”

그리고 이주환 PD는 입사 20년 만인 2006년, 역사소설이 아닌 역사드라마 ‘주몽’으로 대박을 냈다. 
 
▲ 이주환 PD가 연출한 MBC 드라마 '주몽'

◇ '연출은 체력'...힘이 달려 지금도 아쉬운 ‘주몽’의 전투신

최고 시청률 50%를 돌파하며 사랑을 받은 ‘주몽’이지만 이주환 PD에게는 지금까지도 안타까웠던 부분이 있다. ‘주몽’이 회를 거듭할수록 자신의 체력이 달렸다는 것이다.

‘연출과 체력이 무슨 관계야?’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이주환 PD의 설명을 들으면 고개가 끄덕여진다.

“드라마 촬영 기간에는 잠 잘 시간이 부족해요. 연출자는 항상 맑은 정신을 유지해야 하니 체력이 중요하죠. 체력이 떨어지면 실수도 늘어나요.”

‘주몽’은 한때 박진감 넘치는 전투 장면에서 20여명이 동원된 모습이 고스란히 화면에 잡혀 비난을 받기도 했다. 이 PD의 말인즉, 체력이 뒷받침 됐다면 20여 명만 동원된 상황에서도 화면에는 빈약하게 보이지 않도록 충분히 보완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출연진은 모두 성실하게, 열심히 연기를 했는데 자신의 체력이 떨어져 말을 듣게 됐다고 그는 지금도 아쉬워 한다.
▲ 이주환 PD가 연출한 MBC 드라마 '인어아가씨'(제공=MBC)


◇ '이주환표 드라마'의 원칙, ‘아이들 정서에 해가 없어야’

이주환 PD가 드라마를 만들 때 항상 염두에 두는 사항이 있다. 바로 ‘우리 아이들이 본다’는 것이다. 
 
직업은 방송사 드라마 연출자지만 가정에서는 각각 중학교 2학년과 초등학교 4학년에 다니는 아들을 둔 아버지다.

TV는 불특정 다수가 보는 매체로 제한등급 상영을 할 수 없는 만큼 드라마가 아이들에게 정서적으로 해가 안되는 방향으로 제작해야 한다는 게 이주환 PD의 생각이다.

때문에 ‘주몽’을 연출할 때도 사람들이 죽는 장면은 되도록 적게 보이도록 신경을 썼다. ‘주몽’의 마지막에 주인공의 죽음을 담지 않고 시청자들이 최대한 희망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마무리한 것도 그래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주환 PD가 연출을 맡아 2003년 6월 종영된 또 하나의 대박드라마 ‘인어아가씨’는 그의 이런 원칙과 달랐다.
 
 ‘인어아가씨’는 주인공 아리영(장서희 분)이 마지막에 교통사고를 당하고 사망을 암시하는 듯한 장면으로 종영됐다. ‘인어아가씨’는 전체 가족이 함께 시청하는 시간대에 방송된 일일 드라마였다.

이주환 PD도 그 점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아리영이 죽는다는 생각으로 마지막 장면을 연출한 것은 아니었어요. 단지 자신의 행복, 성공을 위해 남에게 피해를 준 인물인 만큼 시청자들에게 결말에 대한 판단을 맡긴 것이었죠. 하지만 지금 생각하면 확실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하는 게 옳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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