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금메달 리더십 '덕장 복장 그리고...'

  • 등록 2008-08-24 오전 8:49:19

    수정 2008-08-24 오후 5:00:29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한국 야구 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일궈낸 김경문 감독의 리더십이 주목받고 있다.

김 감독은 한국 야구를 9전 전승의 '퍼펙트 골드'로 이끌었다. 상식을 뛰어넘는 과감한 '결단과 뚝심'은 그의 야구를 대표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들이다. 그러나 그것 만으로는 부족하다. 김 감독은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이끌어냈다.

▲덕장 김경문
김경문 감독은 덕장의 이미지와 매서운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다. 선수에 대한 칭찬이 인색하지 않고 가급적 승리의 공을 선수들에게 넘기는 온화한 감독이지만, 어제의 성과를 오늘의 용서와 바꾸지 않는 매서움도 갖고 있다. 아무리 잘 해왔던 선수라도 자신의 철학과 맞지 않는 모습이 나올 경우 곧바로 철퇴가 내려진다.

대표팀을 이끈 김 감독은 이 중 덕장의 면모에 조금 더 무게감이 실렸다. 김 감독은 지난 6일 쿠바와 평가전이 끝난 뒤 대표팀 선수들에게 이틀의 휴식을 줬다.

놀라운 결정이었다. 대표팀은 1일에 소집됐지만 올스타전과 잇단 평가전으로 훈련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조급해하지 않았다. 아니 급하지 않았을리 없다. 다만 더 큰 목표를 위해 스스로 삭여냈다고 보는 것이 옳을 것이다.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두산이 올림픽 브레이크 휴식일을 단 이틀만 허락한 뒤 곧바로 훈련에 돌입한 것과는 전혀 다른 결정이었다. 두산 선수들은 사흘 휴식을 원했지만 돌아온 답은 "쉬라고 주어진 기간이 아니다"였다.

쿠바와 평가전 해설로 나섰던 김성근 SK 감독은 방송 중 "김 감독이 내일부터 이틀간 휴식을 준다고 하더라. 상당히 의미 있는 결정이라 생각한다. 선수단 분위기를 형성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대표팀은 각 팀의 내로라하는 선수들이 모인 집합체다. 억지로 끌고가려 해서는 오히려 부작용이 나올 수도 있다. 김 감독은 휴식을 주는 대신 선수들에게 책임감과 믿음을 안겨줬다.

한 대표팀 선수는 "훈련을 위한 훈련은 한번도 하지 않았다.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꼭 필요한 것만 준비할 수 있었다. 대표팀의 분위기가 계속 좋게 이어진 것은 코칭스태프의 힘이 컸다"고 말했다.



 
 
 
 
 
 
 
 
 
 
 
 
 
 
 
 
 
▲복장 김경문
야구 감독들에게 "어떤 스타일의 감독이 되고 싶은가"라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복장"이라고 답한다.

"야구 몰라요"라는 전직 해설가 하일성 KBO 총장의 유행어는 야구계에선 진리로 통한다. 100% 옳은 결정이란 적어도 야구에선 없다.

김 감독은 올림픽 금메달이 확정된 뒤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괜한 겸손만은 아니었다. 실제로 행운은 대회기간 내내 한국 대표팀 주위에서만 맴돌았다.

대표적인 예가 마무리 한기주 기용 실패다. 한기주는 김 감독이 일찌감치 대표팀 마무리로 점찍어 둔 선수였다. 첫 경기 미국전부터 무너졌다.

김 감독은 미국전서 한기주를 빼는 타이밍을 놓쳐 9회초 역전을 허용했다. 일본전서는 한기주 카드를 또 꺼냈다가 자칫 대어를 놓칠 뻔 했다.

보통 마무리 투수가 무너지게 되면 마운드 운영 자체가 흔들리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대현 오승환 등 부상과 컨디션 난조로 어려움을 겪고 있던 '대안 요원'들이 올림픽이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훌륭한 피칭으로 그 공백을 메워줬다.

'믿음의 야구'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 '믿음의 야구'는 동전의 양면과 같다. 한 선수에게 쏟은 믿음은 또 다른 선수에겐 불신을 의미한다. 불신을 받는 선수마저 최고의 기량을 유지하며 기다려주길 바라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은 실수를 꼼꼼히 따져볼 여지를 만들어주지 않았다. 언제나 기적같은 승리로 상처를 치료했기 때문이다.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하늘은 '김경문 호'를 든든하게 지켜줬다.

▲용장 김경문
김 감독은 대회 기간 내내 흔들림 없는 직진을 택했다. 두산 감독으로서도 그런 모습을 보여왔지만 대표팀을 맡은 뒤엔 더욱 도드라졌다.
 
득점 상황에서의 작전 선택과 승부처를 잡는 타이밍 등 모든 부분이 '공격적' 그 자체였다.
 
대표적인 예가 일본과 준결승이었다. 김 감독은 1-2로 뒤진 7회 2사 1,2루서 이진영을 대타로 기용했다. 그전엔 볼넷으로 출루한 이대호를 대주자 정근우로 바꿨다.
 
이진영은 "아무 준비도 없었는데 대타로 나가라고 해 깜짝 놀랐다"고 털어놓은 바 있다. 대타 요원들은 벤치에 앉아 자신이 나갈 타이밍에 맞춰 준비를 하기 마련있다. 이진영도 그럴 셈이었다. 그러나 김 감독의 승부처는 일반적인 생각과는 달랐다.
 
후지카와는 일본 대표팀 불펜 투수 중 가장 구위가 빼어나다는 평가를 받았다. 따라서 후지카와 보다는 그 이후에 승부를 거는 것이 상식이었다. 후지카와가 내려간 8회 이후에서 승부를 거는 것이 현명해 보였다.
 
그러나 김 감독은 벤치에서 꺼낼 수 있는 최적의 좌타 대타 카드를 7회에 써버렸다. 그리고 이진영은 결국 동점 적시타를 때려냈다.
 
대표팀 선수들은 대회기간 내내 "질 것 같지 않다"는 자신감에 넘쳤다. 그 이면에 김 감독의 저돌적 작전이 있었음은 물론이다. 그리고 매번 마지막에 가서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김 감독의 과감성은 자칫 국제대회의 부담감 탓에 위축될 수 있는 선수들의 가슴속에서 불안을 제거하는 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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