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영화대상 시상자들의 때와 장소 못가린 영화 홍보

  • 등록 2007-12-03 오후 12:33:48

    수정 2007-12-03 오후 4:07:28

▲ 제6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공로상 시상을 맡은 김태희(왼쪽)와 설경구(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배우가 되는 데 가장 큰 영향을 준 선배는 누구죠?”(설경구)

“설경구 선배인 것 같아요. 이번에 함께 촬영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김태희)

1일 열린 제6회 대한민국 영화대상에서 공로상 시상자로 나온 설경구와 김태희가 수상자 발표를 앞두고 주고 받은 대화다.

국내외의 어느 영화제고 무대에 나오자마자 대뜸 “수상자는 OOO"이라고 발표하는 무신경한 시상자는 없다. 정도와 시간의 비중만 다를 뿐, 적당한 긴장감과 함께 흥미, 주목을 끌기 위해 가벼운 인사말이나 농담, 또는 수상자에 대한 덕담을 한 뒤 소개하는 것이 영화 시상식의 ‘프로토콜’(의례)처럼 돼 있다.

하지만 그런 축제의 자리에서 천연덕스럽게 자기들이 주연한, 곧 개봉하는 신작 영화의 홍보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한국만 빼놓고.

김태희와 설경구, 두 사람은 개봉을 앞둔 영화 ‘싸움’에서 나란히 주연을 맡았다. 영화의 흥행 성공을 위해 주연 배우들이 홍보 일선에 나서는 것을 결코 뭐라 할 수는 없지만 그것도 장소와 때가 있는 법이다.

더구나 그날 이들이 시상을 맡은 부문은 공로상이었다. 한국 영화에 많은 공헌을 한 선배의 공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상을 시상하러 나와서 상의 의미와 큰 연관이 없는 낯간지러운 자기들만의 자화자찬만 주고받았다.

굳이 설경구와 김태희만 탓할 문제도 아니다. 1일 제6회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에서는 이들 외에도 오만석과 이선균, 김명민과 손예진, 손태영, 이혜영 등이 시상자로 나와 자기들이 출연하는 신작 영화를 알리는데 열을 냈다.

개중에는 그럴듯한 말장난 속에 슬며시 신작 영화를 소개하는 경우도 있었고, 아예 노골적으로 영화 제목을 언급하며 수상자 발표보다 자기 작품 홍보에 더 열을 내는 배우도 있었다.

미국의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종종 너무 상업적이라는 비난을 받곤 한다. 갈수록 거대해지고 중계 방송사의 편성에 좌지우지되는 행사의 외형도 그렇고 후보작, 수상작 선정의 기준도 상업적이라는 데 따른 것이다.

그러나 아카데미상 시상식에서 시상자로 나선 배우나 영화인들이 자기 신작 영화를 알리는데 광분하는 모습은 거의 볼 수 없다. 아카데미상의 시상자들은 대부분 후보자, 수상자들에 대한 찬사와 축하를 보내기에 여념이 없다. 그들은 무대에서 조금이라도 더 센스 있고 재치 있게, 그리고 감동적으로 후보와 수상자를 소개하고, 축하하기 위해 애를 쓴다.

그렇게 하는 것이 자신이 시상자로 아카데미상 무대에 선 가치를 증명하는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모습들로 인해 수상의 의미도 배가 되고 시상식의 쇼적 재미와 권위도 함께 높아진다.

다시 1일 대한민국 영화대상 시상식으로 돌아가 보자. 그날 시상자로 나선 일부 배우들의 언행은 정 반대였다. 시상식의 권위를 추락시키고 수상의 의미를 반감시켰을 뿐 아니라 ‘왜 이들이 여기에 나왔을까’라는 의구심까지 들게 했다.

아이러니컬한 것은 이날 이렇게 영화 홍보에 ‘헌신적’(?)이었던 배우들 중 일부는 평소에는 이런저런 개인적 이유를 들어 영화 관련 프로모션 행사 참여를 거부하거나 까다로운 조건을 달아 홍보, 마케팅팀을 애를 먹이는 것으로 유명한 스타들이었다.

정작, 자기가 출연한 영화의 개봉을 앞두고 좀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할 때는 고자세이던 배우들이, 방송으로 중계되는 영화제에서는 이렇게 앞 뒤 가리지 않고 홍보에 열을 내는 모습은 앞뒤가 잘 맞지 않는다.

아무리 보기 좋은 춤도 멍석 깔렸을 때 추는 것이다. 아무 때나 아무 곳에서나 추는 것은 아니다. 특히 남의 잔치 마당에서 불러준 주인의 뜻을 무시하고 자기 멋대로 하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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