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1주년 특별기획①]'기형적 가요계'...디지털 음원시장서 살아남는 법

'가요계는 흐림'...디지털 음원시장, 그림자와 해법은?
  • 등록 2008-05-28 오전 10:31:47

    수정 2008-05-28 오전 11:58:18

▲ 디지털 음원시장은 이제 우리 가요계에서 거부할 수 없는 대세다.(사진=김정욱 기자)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90년대 이후 산업자본이 들어오면서 급변하기 시작했다. 매니저 몇몇으로 운영되던 가내수공업 형태를 벗어나 체계적인 틀을 갖추게 된다. 여기에 2000년부터 문화 콘텐츠의 디지털화, 한류 열풍이 더해지면서 산업의 형태를 갖추게 되었다. 하지만 2008년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급속한 팽창에 따른 부작용도 적잖이 겪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이데일리 SPN에서는 개국 1주년을 맞아 급변하는 산업화 속에 진화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 산업을 진단해보고 미래시장을 예상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향후 방향을 진단해 보고자 한다. SPN 1주년 특별기획 시리즈는 28일부터 시작해 나흘간 가요, 방송, 영화, 엔터로 세분화해 연재될 예정이다.[편집자주]


[이데일리 SPN 양승준기자] ‘나그네가 주인 노릇을 한다’는 속담처럼 현 음악시장의 상황을 잘 표현한 말이 있을까?

음악 시장의 주인이었던 음반시장은 가고 나그네인줄 알았던 디지털 음원시장이 음악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디지털음악산업발전협의회(이하 디발협)가 발표한 2007년 음반 시장 규모는 약 650억원인 반면 디지털 음원시장은 약 3700억원으로 5배가 넘는 시장 규모를 자랑하고 있다. 지난 2001년 음반시장이 3700억원, 디지털 음원시장이 900억원 정도에 불과했던 것을 생각하면 이미 음악 시장은 디지털 음악으로 개편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지난 2001년 음악시장의 규모와 2007년의 전체적인 음악 시장 규모를 비교해 볼 때 음악 시장이 괴멸되고 있다는 일부 사람들의 주장은 조금 과장인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정확히 말하면 음반 시장이 위축됐을 뿐 MP3나 인터넷 스트리밍, 벨소리, 컬러링 등으로 소비되는 디지털 음악 시장의 규모는 오히려 팽창해, CD 시장의 축소를 오히려 만회시켜주고 있다고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월 5천원이면 한달 내내 무제한'...현실적인 음원 사용료 책정이 급선무

그렇다면 가요계 종사자들이 주장하는 음악시장의 위기 요인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거래되고 있는 디지털 음원의 비현실적 가격을 꼽을 수 있다.

한 온라인 음악 사이트는 현재 월 5천원이면 무제한으로 곡을 다운 받을 수 있는 월 정액제 모델을 운영하고 있다. 이 세법에 의하면 만약 100곡을 다운 받을 경우 한 곡당 소비자가 과금하게 되는 비용은 단돈 50원. 보통 10곡이 들어있는 정규 앨범 한 장 가격이 10,000원 정도라고 했을 때 이 업체의 월 정액제 모델에서는 10.000원이면 두 달여 동안 적어도 수백곡을 다운 받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일부 온라인 음악 다운로드 사이트에서 과금을 하고 다운 받은 디지털 음원들은 DRM(디지털 저작권 관리, Digital Rights Management)이 없어 컴퓨터 뿐 아니라 MP3 플레이어 등 휴대기기에서 자유롭게 들을 수 있다. 한번 다운 받은 음원은 다른 사람과의 공유가 가능해 불법 복제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폐단도 가지고 있다.

이에 디발협 측 관계자는 “저작권 보호장치가 없는 음원을 월 5천원에 무제한 다운로드하는 것은 사업적 가치가 없을 뿐 아니라 음악 시장을 파괴하는 행위”라며 "현실적인 음원 사용료가 재책정 되어야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통화연결음&벨소리, 전체 음악시장 1/2...'배부른 유통사, 배고픈 가수들'

전체 음악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휴대폰 통화연결음과 벨소리 시장이다.

2007년 음악 시장의 전체 규모를 4300억원으로 봤을 때 이중 휴대폰 통화연결음과 벨소리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은 약 2200억원 대(디발협 자료)로 전체 음악 시장규모의 반을 차지한다.

또 통화 연결음의 경우는 통신사마다 차이는 있지만 한 곡당 700원에서 1200원대로 평균 1000원 꼴로 계산하면 유선으로 다운로드 받는 디지털 음원에 비해 훨씬 현실적인 음원 가격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여기에도 문제는 있다. 통화연결음과 벨소리는 한 곡 서비스 받을 때 마다 1000원의 과금과 월 900원이라는 서비스 이용료가 부과되는 황금 디지털 음원 시장이지만 이 수익의 절반 이상은 이동통신사 등 음원을 유통하는 업체에서 가져가고 있어 음악제작사와 가수 등 저작권자들에게 적절한 수입이 배분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 음원 수익 배분 비율을 살펴보면 음원을 생산하는 음반제작사가 이동통신사에 음원을 제공하고 받는 요율은 25%다. 나머지는 SKT, KTF LGT 등 이동통신사와 네이트 등 음원유통사이트와 기술 제공업체가 50~55%, 콘텐츠 공급사가 10~15%, 저작권자가 9%를 가져간다. 가수는 9%의 지분을 저작권자와 나눠가져야 하기 때문에 가수에게 떨어지는 수익은 100원이 채 안되는 게 현실이다. 이는 제작사와 가수가 판매 수익의 40~45%를 가져가는 음반과 비교했을 때 턱없이 낮은 수치이기도 하다.

이런 왜곡된 수익 배분 구조는 투자 비용 회수를 내세워 50%에 이르는 지분을 챙기는 이동 통신사들에게 당연히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스티브 잡스는 디지털 음원 거래 사이트 아이튠스를 만들면서 음원 저작권자의 권리와 이익을 위해 자사의 음원 수익 비율을 최대 10%로 한정하고 가수와 음반 제작자들에게 수익의 60%를 배당했다. 한 곡당 다운로드 금액이 99센트인 걸 감안하면 60센트 정도가 저작권자에게 돌아가는 것이다. 아이튠스는 이처럼 자사의 주수익원을 음원이란 창작물이 아닌 ‘아이팟’이란 자사의 매체에서 찾았다.
 
▲ 디지털 음원시장의 부흥과 CD로 대변되던 음반 시장의 몰락(사진=김정욱 기자)

◇ 가수들은 왜 유통사에 맞서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나

그렇다면 가수와 음반 제작사는 왜 이 비합리적인 수익 배분 비율을 바꾸지 못하고 있는 것일까?

미국 할리우드 작가 파업을 비롯, 최근 '한예조'의 MBC 파업 등 저작권료와 임금 현실화 시도에 비하면 저작권료 현실화를 위한 가수와 음반 제작사들의 단체 행동 움직임은 좀처럼 찾아 보기 힘들다.

한 연예 기획사 관계자는 그 이유에 대해 가수 소속사와 음반 제작사, 이동통신사 간에 얽힌 경제적 이해관계를 들었다.

가수 소속사의 경우 톱 가수가 새 앨범 활동을 할 때 작사, 작곡료와 세션, 백댄서, 스타일리스트 등 필요한 비용이 10억원에 이른다. 그런데 요즘처럼 가요계 경기가 안 좋은 상황에서 이 비용을 소속사가 자체적으로 부담할 수 없기 때문에 대기업 이동통신사들의 스폰을 받게 되는 것. 또 음반 제작사의 경우도 SKT가 서울음반의 지분을 가지고 있는 등 경영과 밀접한 이해 관계에 놓여 가수와 음반 제작사끼리의 단체 행동이 좀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 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렇게 저작권자와 사업자간 이해 관계가 얽힌 상황에서 디지털 음원 시장의 수익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선 저작권법 등을 담당하고 있는 문화부가 나서 적극적으로 해결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한 가수 소속사 관계자는 “현실적인 디지털 음원 사용료 책정과 이동통신사의 수익 구조 요율 재조정에 대해 문화부가 중재권을 갖고 협상안을 만들거나 이를 강제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 기형적 구조개선, 불황타파를 위한 가요계 관계자들의 해법은?

그러나 현 디지털 음원 시장의 문제가 통신업체와 인터넷 콘텐츠 공급사에게만 있다고 볼 수 있을까?

라디오헤드와 프린스 등 해외 유명 뮤지션들은 이미 온라인을 통해 새 앨범을 무료로 공개한 바 있다. 특히 라디오헤드는 정규 7집 앨범 ‘인 레인보우스’ 앨범을 공식 홈페이지에 공개하며 소비자가 원하는 가격(무료로 다운로드도 가능하다)에 음원을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새로운 음원 거래 모델을 제시하는 등 좀 더 유연하게 디지털 음원 시장에 대처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가수와 음반 제작사들이 디지털 음원 시장에 대해 영미권 음악계 보다 폐쇄적이고 소극적인 방법으로 문제 해결에 접근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한국의 공연시장 부재를 이유로 들며 공연시장이 디지털 음원 시장의 수익 불균형을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없다고 꼬집었다. 프린스나 라디오헤드 같은 뮤지션들은 음반에 대한 수입 없이도 자국 공연이나 세계 월드투어를 통해 새 앨범 제작 비용을 충분히 만회 할 수 있지만 우리나라의 콘서트 시장 여건으로는 이같은 일이 불가능 하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가수 신해철도 공연 수입이 디지털 음원 시장의 손실을 메울 해법이 될 수 없다는 데 동의했다.

우리나라의 공연 수익은 디지털 음원 시장과 같이 수익이 생기더라도 공연 기획사 쪽에 더 많이 돌아갈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이다.

신해철은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는 상설 조명이나 음향시설이 갖춰진 전문 공연 시설이 있어 무대 제작 비용이 덜 들지만 우리나라는 텅빈 체육관에서 시작해 무대 설치부터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 수 밖에 없다”며 “우리 나라가 미국이나 일본에 비해 공연비가 비싸지만 이중 상당수는 공연장 세팅비다”라고 일갈했다.

한편, 가수 김동률의 소속사 뮤직팜 강태규 이사는 현 디지털 음원 시장을 위기가 아닌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가수들의 노력이 무엇보다 필요한 때라고 해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멜론 등 온라인 음악 사이트 관계자들의 말을 들어보면 음악 팬들이 디지털 음원을 소비함에 있어 히트곡 위주가 아닌 다양한 음악을 듣고 있기에 이는 음악의 다양성 확보의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청취자들이 음반이 아닌 다양한 매체로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기회도 되는 만큼 이는 어쩌면 가수 및 음반 제작사들에게 이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강태규씨는 “원론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이런 디지털 음원 시장에서 가수 및 음반 제작사들이 음악에 대한 질을 높힐 수 있다면 디지털 음원 시장이 확보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좀 더 많은 경제적 이윤과 음악 팬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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