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N 1주년 특별기획②]소비성향 바뀐지가 언젠데..."적응 속도가 느리다"

LP-테이프-CD 시대에도 이랬을까?..."지금은 음원시대, 발빠르게 대처해야"
  • 등록 2008-05-28 오전 10:31:54

    수정 2008-05-28 오전 11:54:04

▲ CD로 대변되던 음반시장이 가고 디지털 음원시대가 왔다.(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박미애기자] #1. 30대 중반의 주부 A씨. 학창시절 그녀는 1988년 강변가요제에서 ‘담다디’로 대상을 차지한 가수 이상은의 열렬한 팬이었다. 수업도 빼먹고 콘서트를 찾았을 정도. 그녀의 방은 이상은의 사진으로 도배됐고 수납장엔 그 당시 인기 가수들의 LP판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2. B씨는 올해 28살의 직장인. 초등학교 때 그는 90년대 초 등장한 서태지와 아이들을 ‘문화 대통령’으로 섬겼으며 휴대용 카세트를 들고 다니면서 이들의 음악에 심취했다. 그러다가 고등학교 때 미국 팝에 빠져 보이즈 투 맨, 머라이어 캐리 등의 CD를 즐겨들었다.

#3. 올해 23살의 대학생 C군. 힙합에 푹 빠져 있는 그는 외출을 할 때면 가장 먼저 챙기는 것이 MP3 플레이어다. 얼마 전 그는 휴대폰과 MP3 플레이어를 동시에 들고 다니는 것이 번거롭게 느끼졌다. 그래서 최근 MP3 플레이어 기능을 갖춘 신형 휴대폰을 새롭게 구입했다.

◇음반시장의 붕괴...하지만 음악시장은 오히려 커졌다

한국 가요계는 지난 30년 동안 급변을 거듭해왔다. LP에서 카세트테이프로, 카세트테이프에서 CD로 음악을 담아내는 틀이 진화해왔고 2000년부터 음반을 대체하는 음원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요계의 현주소는 음반과 음원 사이에 걸쳐져 있다고 볼 수 있다. 디지털음악발전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음반시장은 650억원, 디지털음악시장은 3700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과거 4000억원 대의 규모를 자랑하던 음반시장이 매년 하락을 거듭해 불과 몇 년 사이 1/6 가량으로 시장이 축소된 것이다.

아울러 음반산업협회는 지난해 1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앨범으로 SG워너비 4집, 슈퍼주니어 2집, 에픽하이 4집을 들었다. 10만장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한 앨범은 단 세 장 뿐이었으며 20만장 이상 팔린 앨범은 단 한 장도 없었다. 몇몇 가수들은 더 이상 음반을 내지 않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으며, 곳곳에서는 음악시장에 위기가 도래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디지털음악시장은 2000년대부터 급성장했다. 인터넷 이용자의 증가와 P2P 사이트의 성행으로 음반시장이 붕괴됐지만 그로 인해 음원시장은 오히려 팽창하게 된 것이다. 이로써 가요계는 음악의 개념을 새롭게 정의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다.

음반이 음원으로 대체됨에 따라 더 이상 ‘소유’의 개념으로 논할 수 없게 돼버린 것이다. 불특정 다수의 접근이 가능해짐에 따라 음원은 공유의 개념으로 변했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은 물론 소리바다와 같은 P2P 사이트다.

P2P 사이트로 인해 음반시장은 붕괴됐지만 디지털음악시장은 전세계적으로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국제음반산업협회에 따르면 세계 디지털음악시장은 지난해 29억달러(약2조7000억원)에 이른 것으로 추정된다. 전년 대비 15% 가량 성장했으며 매년 성장률도 증가하고 있다. 음반시장의 위기를 곧 음악시장의 위기로 판단할 수 없는 것은 이 때문이며 여기에 디지털음악시장이 대체시장으로서 중요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금은 음원시대다. 문제는 우리 가수 및 제작자들이 이와같은 현실을 얼마나 바로 인식하고 대처하고 있는냐다. 과거 LP에서 카세트테이프로, 카세트테이프에서 CD로 음악을 담는 틀이 달라졌을 때는 이렇지 않았다. 가수 및 제작자 모두 변화에 앞장서 순응하고 발빠르게 적응해 나갔다. 하지만 CD에서 음원시장으로 가요계가 재편되고 있는 요즘 상황은 조금 다른 듯 하다. 문화 콘텐츠 생산자들이 소비자들의 성향을 제대로 뒤쫒고 있는지 한번쯤 돌이켜 점검해볼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 ‘상상 그 이상의 가능성’...디지털 음악시장의 미래

디지털 음악시장은 크게 유선음악시장과 무선음악시장으로 나뉜다. 유선음악시장으로는 스트리밍이나 다운로드처럼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서비스가 있으며, 무선음악시장으로는 벨소리나 통화 연결음 등 모바일을 통한 서비스가 존재한다.  

디지털음악시장의 추세를 살펴보면 무선음악시장은 현재 2000억원대에서 정체 상태고 유선음악시장은 저작권 보호의 강화와 P2P 사이트의 유료화로 급성장하다가 점차적으로 성장폭이 줄어들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디지털 음악시장의 성장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유선음악시장만 하더라도 소리바다 서비스의 판결로 불법음악시장이 합법음악시장으로 재편되고 있으며 P2P 사이트를 통해서도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다.
 
P2P 사이트의 대명사격인 소리바다는 2006년 7월부터 유료화 서비스로 전환, 합법적인 음원유통의 초석을 마련했다. 유선음악시장의 수익은 음원에서만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음원과 영상을 결합해 새로운 콘텐츠를 발굴, 또 다른 수익도 창출해낸다.

이는 무선음악시장도 마찬가지다. 일단 무선음악시장은 정확한 과금체계로 서비스 이용에 대한 수익이 확실하다는 이점이 있다. 또한 모바일은 유선인터넷 사용자보다 많은데다가 MP3 플레이어 폰처럼 기술 혁신을 통한 지속적인 음악플랫폼 개발이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또 모바일과 같은 무선인터넷을 통해서도 영상, 이메일, 게임 등의 서비스 이용이 가능하고 이러한 서비스들에도 음원이 사용될 수 있는 만큼 무선음악시장은 앞으로도 더욱 발전할 전망이다.

여기에 IPTV 역시 신규 음악플랫폼으로 주목받고 있다. IPTV는 초고속 인터넷을 이용해 정보, 콘텐츠, 방송을 TV로 제공하는 서비스로 인터넷과 똑같은 기능을 수행함에 따라 디지털음악시장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덕요 한국음원제작자협회 회장은 “디지털 음악시장에서는 음원을 구현시킬 수 있는 매개체가 다양하다"며 "음원에 대한 저작권 보호와 유통환경만 투명해진다면 시장의 규모는 지금보다 4~5배 이상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관련기사 ◀
☞[SPN 1주년 특별기획③]신해철 이현우 김진표가 말하는 '음원대세'
☞[SPN 1주년 특별기획①]'기형적 가요계'...디지털 음원시장에서 살아남는 법
☞[SPN 1주년 특별기획④]이덕요 음제협 회장 “저작권 보호가 우선돼야”

이데일리
추천 뉴스by Taboola

당신을 위한
맞춤 뉴스by Dable

소셜 댓글

많이 본 뉴스

바이오 투자 길라잡이 팜이데일리

왼쪽 오른쪽

스무살의 설레임 스냅타임

왼쪽 오른쪽

재미에 지식을 더하다 영상+

왼쪽 오른쪽

두근두근 핫포토

  • 깜짝 놀란 눈…뭘 봤길래?
  • "내가 몸짱"
  • 내가 구해줄게
  • 한국 3대 도둑
왼쪽 오른쪽

04517 서울시 중구 통일로 92 케이지타워 18F, 19F 이데일리

대표전화 02-3772-0114 I 이메일 webmaster@edaily.co.krI 사업자번호 107-81-75795

등록번호 서울 아 00090 I 등록일자 2005.10.25 I 회장 곽재선 I 발행·편집인 이익원

ⓒ 이데일리.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