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2000시즌 클럽 사상 첫 라리가 제패 이후 2002년 코파 델 레이 우승, 2004년 챔피언스리그 4강 등 큼지막한 성과를 거두면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등과 판세를 장악했던 데포르티보의 어제를 생각하면 답답하기 짝이 없는 지금의 행보다. 늘 잘될 수야 없는 것이고 성할 때와 쇠할 때가 엇갈려서 오게 마련이라지만 내리막길의 ‘경사와 기간’이 점점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힘이 소진되기 시작했던 3~4년 전만해도 이 정도로 추락할지 몰랐다. 2000년 이후 내리 5시즌 동안 3위 밑으로 떨어진 적 없었던 데포르티보였는데 2004-05시즌과 2005-06시즌 거푸 8위에 그치면서 체면을 구기더니 급기야 지난 시즌에는 13위라는 망신을 당했다. 1부리그로 승격한 1991-92시즌의 17위를 제하고는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문제는, 올 해가 더 형편없다는 것이다. 16라운드 현재 3승5무8패, 20개 클럽 중 19위라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쯤이면 자못 심각한 상태다.
올 시즌이 유별난 것도 아니다. 13위에 그쳤던 지난 시즌에도 데포르티보는 38경기에서 32골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20개 클럽을 통틀어 최소득점이다. 너무도 당연하게, 넣지 못하면 승리하는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는데 비슷한 고민이 올 시즌에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골가뭄’이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데포르티보의 몰락은 ‘잘나가던 시절의 과도한 의욕이 부른 화’로 정리할 수 있다. 2001년, 정상의 달콤함을 다시 누리기 위해 데포르티보는 과감하게 돈 보따리를 풀어 몸집을 키우기 시작한다. 새 시즌을 앞두고 쏟아 부은 이적료가 자그마치 1400억원인데 그리하여 불러들인 선수들이 디에고 트리스탄, 후안 발레론, 왈테르 판디아니, 호세 몰리나 등이다. 언급했듯 투자 후 4시즌 동안 리그 2, 3위를 유지했으니 효과는 있었다. 다만 시나브로 가세가 기울고 있었다는 게 문제다.
중소클럽답지 않은 씀씀이로 꽤 높은 네임벨류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유지한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구단의 수익보다 지출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이후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위태한 재정상태가 달가울 리 없는 선수들은 하나둘 클럽을 떠나기 시작했고 주축들의 이탈은 곧 성적하락으로 이어졌다. 성적이 떨어지니 수입과 인기 역시 더불어 하향세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초라해진 지갑으로는 마땅한 선수를 영입할 수 없으니 전력보강이 또 쉽지 않았다. 꼬리가 꼬리를 물어 현재 강등권이라는 혹독한 시련에 이르게 된 데포르티보다.
결국 데포르티보처럼 넉넉지 못한 클럽은 전도유망한 유망주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게 성적과 재정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성적이야 아쉽지만, 이제라도 바른 방향의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그래도 지금의 성적은 문제다./베스트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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