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확대경]데포르티보, 악순환의 끝은 어디인가

  • 등록 2007-12-23 오전 11:39:24

    수정 2007-12-23 오전 11:40:31

[이데일리 SPN 임성일 객원기자] 2000년대 초반, 스페인을 넘어 유럽무대까지 기세를 떨쳤던 데포르티보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1999-2000시즌 클럽 사상 첫 라리가 제패 이후 2002년 코파 델 레이 우승, 2004년 챔피언스리그 4강 등 큼지막한 성과를 거두면서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발렌시아 등과 판세를 장악했던 데포르티보의 어제를 생각하면 답답하기 짝이 없는 지금의 행보다. 늘 잘될 수야 없는 것이고 성할 때와 쇠할 때가 엇갈려서 오게 마련이라지만 내리막길의 ‘경사와 기간’이 점점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힘이 소진되기 시작했던 3~4년 전만해도 이 정도로 추락할지 몰랐다. 2000년 이후 내리 5시즌 동안 3위 밑으로 떨어진 적 없었던 데포르티보였는데 2004-05시즌과 2005-06시즌 거푸 8위에 그치면서 체면을 구기더니 급기야 지난 시즌에는 13위라는 망신을 당했다. 1부리그로 승격한 1991-92시즌의 17위를 제하고는 가장 저조한 기록이다.

문제는, 올 해가 더 형편없다는 것이다. 16라운드 현재 3승5무8패, 20개 클럽 중 19위라는 최악의 국면으로 치닫고 있다. 이쯤이면 자못 심각한 상태다.

겉으로 드러난 가장 큰 문제점은 빈약한 골 결정력이다. 사실상 딱히 위협적인 인물이 보이지 않는 공격라인이고 역시나 경기당 1골에도 미치지 못하는 빈공에 허덕이고 있다. 여기에 공격의 단초를 제공하는 리더 후안 발레론의 장기부상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올 시즌이 유별난 것도 아니다. 13위에 그쳤던 지난 시즌에도 데포르티보는 38경기에서 32골을 뽑아내는 데 그쳤다. 20개 클럽을 통틀어 최소득점이다. 너무도 당연하게, 넣지 못하면 승리하는 길은 요원할 수밖에 없는데 비슷한 고민이 올 시즌에도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단순히 ‘골가뭄’이 근본적인 원인은 아니다.

데포르티보의 몰락은 ‘잘나가던 시절의 과도한 의욕이 부른 화’로 정리할 수 있다. 2001년, 정상의 달콤함을 다시 누리기 위해 데포르티보는 과감하게 돈 보따리를 풀어 몸집을 키우기 시작한다. 새 시즌을 앞두고 쏟아 부은 이적료가 자그마치 1400억원인데 그리하여 불러들인 선수들이 디에고 트리스탄, 후안 발레론, 왈테르 판디아니, 호세 몰리나 등이다. 언급했듯 투자 후 4시즌 동안 리그 2, 3위를 유지했으니 효과는 있었다. 다만 시나브로 가세가 기울고 있었다는 게 문제다.

중소클럽답지 않은 씀씀이로 꽤 높은 네임벨류의 선수들을 보유하고 유지한다는 것은 녹록지 않은 일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구단의 수익보다 지출이 많아지기 시작했는데 이후 부채는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했다. 이제부터는 악순환의 반복이다. 위태한 재정상태가 달가울 리 없는 선수들은 하나둘 클럽을 떠나기 시작했고 주축들의 이탈은 곧 성적하락으로 이어졌다. 성적이 떨어지니 수입과 인기 역시 더불어 하향세를 그릴 수밖에 없었다. 초라해진 지갑으로는 마땅한 선수를 영입할 수 없으니 전력보강이 또 쉽지 않았다. 꼬리가 꼬리를 물어 현재 강등권이라는 혹독한 시련에 이르게 된 데포르티보다.

냉정히 말해, 올 시즌은 답이 쉽지 않아 보인다. 과거의 영광을 생각하면 가슴 아프지만 현실적으로 1부리그 잔류를 목표로 삼고 도전해야할 처지다. 혹여 2부로 떨어진다면, 그때는 정말 막막해진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이제라도 미래를 내다보는 운영방식에 눈을 뜨고 있다는 점이다. 데포르티보는 올 시즌 안토니오 바라간(20), 루이스 필리페(21/이상 DF), 안드레스 과르다도(21) 앙헬 라피타(23/이상 MF) 시스코(21/FW) 등 요소요소에 신예급 플레이어들을 과감히 중용하고 있다. 새롭게 지휘봉을 잡은 신임 미구엘 로티나 감독의 현명한 복안이다.

결국 데포르티보처럼 넉넉지 못한 클럽은 전도유망한 유망주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 게 성적과 재정확충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성적이야 아쉽지만, 이제라도 바른 방향의 로드맵을 그리고 있다는 것은 분명 고무적인 일이다. 그래도 지금의 성적은 문제다./베스트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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