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축구 확대경] 카펠로와 잉글랜드, 그 흥미로운 동거

  • 등록 2007-12-25 오후 12:35:18

    수정 2007-12-25 오후 3:11:02

▲ 카펠로 감독 [로이터/뉴시스]

[이데일리 SPN 송지훈 객원기자] 유로2008 본선 진출에 실패해 충격에 빠진 잉글랜드축구협회(이하 FA)가 명예회복과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외국인 지도자 카드를 꺼내들었다. FA는 12월14일 이탈리아 출신의 ‘냉혈 승부사’ 파비오 카펠로 전 레알 마드리드 감독과 사령탑 계약을 맺고 대표팀 운영과 관련한 전권을 위임키로 결정했다. 임기는 내년 1월부터 2012년 유럽선수권 본선 종료 시점까지 약 4년 반 동안이며 연봉 600만파운드(114억원)와 더불어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추가 지급하는 조건이다.

이방인 지도자가 삼사자 군단(잉글랜드대표팀 별칭) 지휘봉을 잡은 건 스웨덴 국적의 스벤-고란 에릭손 현 맨체스터시티 감독에 이어 역대 2번째에 해당하는 ‘사건’인 만큼 성공 여부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기실 ‘현대축구의 종가’로 불리는 잉글랜드 입장에서 외국인에게 A팀 통제권을 맡긴 건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세계 최고의 프로리그라 자부하는 프리미어리그를 운영하며 스타플레이어와 능력 있는 지도자를 다수 배출하는 등 남부러울 것 없는 인적 인프라를 구축해 둔 까닭이다. 그럼에도 FA는 스티브 맥클라렌 감독 해임 이후 차기 감독 후보군 선정 과정에서 사실상 자국 출신 인사들을 배제했다.

‘최종 선택’ 카펠로 감독은 물론, 조세 모리뇨 전 첼시 감독(포르투갈), 거스 히딩크 현 러시아대표팀 감독(네덜란드), 마르첼로 리피 전 이탈리아대표팀 감독(이탈리아), 제라드 훌리어 현 리옹 기술이사(프랑스) 등 하마평에 오른 인물이 전원 외국인들이라는 사실이 바로 그 예다.

선수 선발과 활용 등 팀 운영의 모든 것을 제 3자의 시선에서 객관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지도자가 필요했다는 의미고, 그 결과물이 바로 카펠로 감독이다. 특히나 클럽 무대에서 AS 로마, AC 밀란, 유벤투스, 레알 마드리드 등 스타플레이어들이 즐비한 명문팀을 줄줄이 정상으로 이끈 카펠로 감독의 화려한 발자취는 FA관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직접적인 계기가 됐다.

종가군단과 카펠로의 흥미로운 동거를 앞두고 축구팬들의 눈길을 끄는 관전 포인트들이 여럿 생겨나고 있다. 무엇보다도 ‘우승 청부사’라는 별명을 낳은 카펠로 감독 특유의 수비적인 축구가 잉글랜드대표팀에 어떤 방식으로 녹아들지의 여부가 관심사다.

카펠로식 전술의 특징은 ‘극단적인 실리주의’로 요약된다. 승점을 벌어들이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는 의미인데, 근간에는 상대 전력과 상관없이 항상 수비를 두텁게 유지하는 실점방지 위주의 전술이 자리 잡고 있다.

다소 단조롭긴 해도 공격에 방점을 찍고 경기를 풀어가는 잉글랜드 특유의 스타일과 대비되는 부분이다. ‘넣어 이기는 것(잉글랜드)’과 ‘막아 이기는 것(카펠로)’으로 또렷하게 구별되는 양측의 특성 차이가 어떤 식으로 융합될지에 눈길이 모아지는 이유다.

선수단 개혁 여부도 흥미를 끈다. 카펠로 감독은 선수 기용에 있어서는 누구보다 단호한 성격의 지도자로 알려져 있다. 자신이 추구하는 전술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되는 선수의 경우 몸값, 이름값을 따지지 않고 과감히 배제한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 호나우도를 이탈리아(AC밀란)로, 데이비드 베컴을 미국(LA갤럭시)으로 보내버린 것이 좋은 예다. 혹여 팬들 사이에서 부정적인 반응이 나오더라도 “우승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는 논리를 앞세워 정면으로 돌파한다. 취임식 직후 잉글랜드 언론들이 “기존 멤버 중 일정 수준 이상의 수비력을 갖추지 않은 선수들의 경우 고전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은 이유다.

신임 감독이 잉글랜드 축구에 대해 이렇다 할 배경지식을 갖고 있지 않다는 점 역시 대대적인 물갈이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다. 선수 선발 과정에 선입견이나 편견이 작용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예상 밖 인물이 새로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파격도 점쳐볼 수 있다.

감독 특유의 팀 장악 방식이 먹혀들지의 여부 또한 궁금증을 자아내는 요소다. 그간 카펠로 감독은 적극적인 통제를 바탕으로 분위기를 다잡는 관리 방식을 고수해왔다. 때문에 선수단과의 마찰 또한 끊이지 않았다.

AS로마 시절 ‘구심점’ 프란체스코 토티과 대립각을 세웠고 유벤투스 시절 ‘주포’ 알레산드로 델 피에로와 불편한 관계를 유지했다. 앞서 언급한 베컴의 경우는 결국 선수가 팀을 떠나는 것으로 상황이 마무리 된 케이스다.

이 때문에 잉글랜드 내부적으로 새 감독의 스타일이 팀에 적합한가의 여부에 대한 설왕설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것으로 유명한 잉글랜드 선수들이 카펠로 감독의 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을 지에 대해 확신할 수 없는 까닭이다. 웨인 루니(맨체스터Utd.) 등 주축 선수들이 잇달아 “카펠로호의 출범을 기대하고 있다”며 협조 의사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우호적인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알 수 없다.

현지 전문가들이 “자칫 감독의 선수단 장악 노력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현재보다 더욱 심각한 불협화음이 나타날 수도 있다”며 “감독과 선수 모두 서로에 대해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한다”는 충고를 던지는 배경이다./<베스트일레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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