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올림픽 통해 비난도 진화중?

  • 등록 2008-08-14 오전 9:05:38

    수정 2008-08-14 오전 9:09:45

▲ 정근우

[이데일리 SPN 정철우기자] 한국과 미국의 올림픽 야구 첫 경기가 끝나고 몇시간 뒤. 다양한 네티즌들의 패러디물로 유명한 모 사이트엔 '8.13 대사면'이란 문구가 부쩍 늘어났다.

이날 오전 정부는 광복절을 앞두고 정재계에 걸친 대사면을 시행한 바 있다. 그러나 네티즌들의 사면 대상은 여전히 구린내가 사라지지 않은 높으신 양반들이 아니었다.

주인공은 대표팀 2루수 정근우(SK). 정근우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서 두산 이종욱과 충돌한 뒤 다리를 잡는 장면이 카메라에 잡히며 팬들의 집중 성토 대상이 됐다.

안그래도 2루 베이스커버를 할 때 다리로 주자의 진루를 막는 수비를 한다는 이유로 미움을 받던 터였다. 이후 실수, 혹은 실력 부족에서 생긴 것이라며 사과와 해명을 했지만 곱지 않은 시선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그러나 13일 미국과 경기 이후 분위기가 단번에 바뀌어버렸다. 6-4로 앞서다 9회 6-7로 어이없는 역전을 당한 상황. 9회말 톱타자로 나선 정근우는 벼락같은 2루타로 출루한 뒤 계속된 1사 3루서 이택근의 얕은 2루 땅볼 때 빠른 주루플레이로 동점 득점에 성공하며 드라마같은 역전승에 발판을 놓았다.

그와 함께 떠났던 사랑도 한 순간에 돌아왔다. 각종 게시판은 정근우를 칭찬하는 글로 넘쳐나고 있다. 심지어 롯데 팬들은 "부산의 아들 정근우"라 부르며 애정을 과시하고 있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정근우를 "발근우"라 부르며 적대시 했던 그들이다. 정근우도 "고향 팬들에게까지 욕을 먹을땐 정말 괴로웠다"고 털어놓기도 했었다.

정근우에 대한 네티즌의 인식 변화는 단순히 칭찬만을 위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칭찬의 말 속에 지난날의 실수를 남겨놓았기 때문이다. "사랑을 줄테니 앞으로 더 노력해주길 바란다"는 내용 정도가 아닐까.

반대로 축구 대표팀은 폭풍같은 비난을 받고 있다. 무기력한 경기력으로 또 다시 8강 진출에 실패하며 큰 실망감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주목할 것은 비난의 방법이다.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은 여전히 남아 있었지만 짙은 풍자가 담긴 비난이 눈길을 끌었다. 일명 '축구장 개조 비난'이다.

한 네티즌이 축구 대표팀의 패배 관련 기사에 댓글을 달면서 시작됐다. 그의 댓글은 짧았지만 강한 임팩트가 있었다.

"축구장에 물 채워라. 우리 (박)태환이 훈련이나 하게."

이 댓글은 순식간에 수백개의 호응 댓글을 불러왔다. 대부분 그에 대한 패러디였다.

"그 물 얼려놔라. (김)연아도 훈련해야 한다." "지붕 덮어놔라. 핸드볼 선수들 훈련하게." "(선수들은)몸무게 순서로 매달려 있어라. 장미란 훈련하게." 등등...

굳이 험한 말을 하지 않아도 충분히 무겁고 아프게, 그러나 즐겁게 자신의 뜻을 전하는 새로운 방식인 셈이다.

세상은 변하는 만큼 비난도 진화하고 있다. 읽어내려가는 것이 두려울 정도의 쌍욕이 사라진 자리를 해학과 풍자로 채워가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이 안겨준 또 하나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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