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역 전성시대]이른 성공, 말 못할 아픔도...스타 이전에 보호받아야 할 존재

  • 등록 2007-10-26 오후 2:03:20

    수정 2007-10-26 오후 2:05:17

▲ SBS '왕과 나'의 유승호, MBC '이산'의 박지빈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지난 8월 말 SBS 드라마국 관계자 사이에서는 대하사극 ‘왕과 나’의 방영을 앞두고 걱정의 목소리가 높았다. 50부작으로 기획된 ‘왕과 나’의 초반 8부까지를 아역배우들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는 기우였다. 성종의 아역을 맡은 유승호를 비롯해 처선의 아역이었던 주민수와 소화 아역의 박보영은 신선한 마스크와 성인 연기자 못지않은 연기력으로 극 초반 시청률 상승세를 주도했다. 이는 ‘왕과 나’의 경쟁작인 MBC 이산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정조의 아역을 맡은 박지빈의 눈물연기는 극 초반 ‘이산’의 가장 강력한 무기였다.

아역배우의 활약상은 ‘왕과 나’, ‘이산’에 이어 MBC 판타지사극 ‘태왕사신기’로도 이어졌다. 유승호는 ‘왕과 나’에 이어 ‘태왕사신기’에서도 광개토대왕 담덕의 아역을 연기하며 훈남 아역배우로 확실한 눈도장을 찍었고, ‘수지니’의 아역을 맡은 심은정은 ‘태왕사신기’로 단박에 아역스타로 부상했다.

◇ 아역 연기자는 성인 연기자가 아니다

이처럼 아역들이 드라마의 또 하나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으며 이들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아역들은 스타이기 전에 보호를 받아야할 미성년이다. 하지만 국내 드라마 제작 여건과 풍토상 아역 연기자들에 대한 보호가 미비한 것이 사실이다.

아역 연기자를 담당하고 있는 한 매니저는 “아역 연기자들 역시 성인들과 똑같이 날을 새며 연기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최근 어떤 작품에서는 열 시간 동안 계곡물에 아역 연기자를 담가놓고 연기를 시켰다”고 덧붙였다. 그에 따른 안전장치는 마련했지만 단지 아역이라는 이유로 별다른 이의 제기도 하지 못하고 연기를 해야 했다는 것. 이런 상황이 비일비재 하다는 것이 문제다.

아역 출신의 한 연기자는 “어렸기 때문에 어른들이 시키는 대로 연기를 했지만 돌이켜 보면 현장에서 혹사당한 적이 많았던 것 같다”며 아역시절을 회상했다. 알려져 있다시피 국내 드라마의 촬영여건은 그 노동 강도가 매우 센 편이다. 밤샘촬영은 예사에 촬영이 예정시간에 끝나는 경우도 극히 드물다. 그런 환경 속에서 아역 배우들 역시 성인 연기자와 같은 고생을 요구받기가 다반사다.

촬영을 위한 몸 고생 외에 아역들은 학교생활의 갈등 및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경우도 많다. 지난 9월 중순 ‘왕과 나’에서 하차한 유승호는 기자들과의 인터뷰에서 “촬영장에서 (연기를) 하기 싫은 것 보다 평소 학교를 다니다보니까 안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서 연기자가 아니라면 이런 소리도 듣지 않고 평범하게 살 수 있었는데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다"고 고백할 정도였다.

SBS 시트콤 ‘순풍산부인과’에서 미달이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던 김성은의 경우는 아역 연기자들의 고충이 무엇인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김성은은 지난 2005년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너무 힘들어 스카프로 목을 졸랐다"고 고백해 시청자들에게 커다란 충격을 안겼다. 브라운관 속 자신의 이미지와 현실의 자신과의 괴리로 인해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받아왔던 것이다. 비단 김성은 뿐만 아니라 아역 출신 연기자들이 공통적으로 호소하는 스트레스라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은 크다.

◇ 아역 연기자들에 대한 보호 방안 마련해야

직접적인 비교는 무리지만 할리우드에서는 아역 연기자들에 대한 보호가 철저하다. ‘해리포터’시리즈에 출연했던 아역 연기자들에게는 가정교사가 따로 붙어 학교 수업 결손을 방지했다. 또한 아역 연기자들의 정신적 심리적 스트레스를 전문적으로 관리하는 스태프들을 배치해 아역 연기자들을 배려했다.

무엇보다 아역 연기자들의 촬영 시간에 대한 계약이 철저하다. 일정 시간을 넘기면 아역 연기자들은 촬영을 할 수 없도록 명문화 시켰다. 과도한 촬영으로부터 아역 배우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다.

물론 우리나라역시 근로기준법을 따르면 아역 연기자에 대한 보호가 명문화 되어있다. 15세 이상 18세 미만인 자의 근로시간은 1일에 7시간, 1주일에 42시간을 초과하지 못한다. 다만, 당사자간의 합의에 의하여 1일에 1시간, 1주일에 6시간을 한도로 연장할 수 있도록 되어있다.

이런 법 규정만이라도 아역 연기자들의 촬영 현장에서 지켜진다면 그들에 대한 최소한의 보호는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런 법 규정보다 중요한 것은 아역 연기자들에 대한 어른들의 배려다. 자신이 하기 좋아서 연기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역 연기자들 중에 어른들의 손길에 이끌려 억지로 연기를 하는 경우도 많다. 또한 극의 완성도를 높인다는 이유로 과도한 연기를 요구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아역 배우와 함께 일을 하고 있는 연예계 관계자는 “드라마나 작품을 위해 아역 연기자들을 필요 이상으로 부추이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회의가 든다”며 “아역 연기자들의 전성시대 이전에 그들이 겪는 문제와 이에 대한 개선 방안을 연예계 전체가 진지하게 생각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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