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의 재구성②]안재환, '너무도 일상적이었던 그곳'

  • 등록 2008-12-31 오전 9:08:40

    수정 2008-12-31 오전 9:17:00

▲ 故 안재환

[이데일리 SPN 김용운기자] 지난 9월 9일 오후 2시께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한 주택가. 보건소에서 나온 방역차량이 골목길 안에 방치된 검정색 카니발 승합차를 향해 뿌연 연기를 뿜어대기 시작했다. 차 안은 금새 하얀 소독약 연기로 가득 찼다. 소독약 냄새와 시신이 부패되면서 생긴 악취가 골목길을 가득 요동쳤다. 지나가던 동네 주민 몇몇이 이를 구경했다. 근처 다세대 주택에 사는 주민은 아무런 표정 없이 쓰레기를 버리러 나왔다가 물끄러미 현장을 바라보기도 했다.  

소독을 마친 보건소 직원들은 “악취로 인한 민원 때문에 소독을 실시했다”고 말했다. 차량은 보름 정도 주택가 골목 거주지 주차 구역에 주차되어 있었다. 이날 소독된 차량 안에서 하루 전날 30대 남자로 추정되는 한 남자의 부패된 시신이 발견됐다. 인근 슈퍼마켓에 음료를 배달하러 나온 한 음료회사 직원의 신고가 있었기 때문이다.

탤런트 안재환의 사망 사건은 올해 연예가의 가장 불행한 사건 중 하나로 꼽힌다. 고 안재환은 지난 9월 8일 오전 서울 노원구 하계동의 한 주택가에 주차된 승합차 안에서 부패된 시신으로 발견됐다. 경찰은 이를 변사사건으로 취급했다. 보통의 죽음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안재환의 유가족들은 즉각 안재환이 타살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여기에 사채 문제가 불거지면서 안재환의 부인이었던 정선희와 안재환 유가족간 갈등도 야기됐다.

경찰은 지난 11월 28일 안재환 사건에 대한 공식 브리핑을 열었다. 그의 죽음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경찰은 안재환의 죽음은 연탄가스로 인한 질식사이며 타살된 것으로 의심될만한 단서가 없다고 결론 내렸다. 또 안재환에게 40억원의 사채가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했지만, 그가 사채업자들로부터 납치되거나 감금됐고 더 나아가 타살됐을지 모른다는 여러 의혹에 대해서는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 故 안재환이 발견된 차량을 소독했던 당시 현장

안재환이 시신으로 발견된 차량에 소독이 실시되던 날, 현장에서 이를 지켜볼 수 있었다. 9월 초반 초가을 날씨 치고는 날씨가 꽤나 무더웠다. 그날, 차량이 주차되었던 지점에서 30여미터 떨어진 길 아래 야산에선 동네 저소득층 주민들을 위한 연탄 창고를 발견할 수 있었다. 함께 있던 노원경찰서 형사들은 “이곳에서 연탄을 가져다가 차 안에서 피운 것 같다”고 말했다.

안재환이 죽음의 장소로 택했던 하계동 주택가는 너무 외지지도 또 번화하지도 않은, 지극히 일상적인 곳이었다. 주변에는 작은 평수의 다세대 주택이 밀집해 있었고 오가는 이들의 발길도 적지 않았다. 안재환은 그곳에서 숨이 끊긴지 열흘 가량이 훨씬 넘어서야 사람들에 의해 발견됐다. 

안재환이 어떤 이유로 죽음을 택했는지는 본인이 아닌 이상 정확한 이유를 알기 어렵다. 다만 안재환의 죽음이 더욱 애처롭게 느껴졌던 건 그가 눈을 감는 마지막 순간 차창 밖으로 바라봤을 지극히 평범한 풍경 탓이 컸다. 
 
그가 몸담았던 화려한 연예계와 달리 평범하고 소소한 일상이 반복되는 그곳, 동네의 골목길과 주택들. 안재환이 죽음 전 간절히 바랐던 것은 그와 같은 일상의 소박함이 아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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